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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2017 FEATURE

인연 더하기

  • 2017-01-05

찰스 헤이 주한 영국 대사는 ‘행운’이란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2년 전 한국에 온 것도, 훌륭한 한국 예술가들을 만난 것도, 그리고 ‘한영 상호 교류의 해’가 시작 되는 바로 이 시점에 한국에 있다는 것도 행운이라고. 두 나라의 관계에 또 하나의 획을 그을 2017년을 여는 지금은 보다 돈독해질 미래를 이야기해도 좋을 시점이다.


사람마다 잘 알지 못하는 존재에게 다가가거나 낯선 환경에 익숙해지기 위한 자기만의 방식이 있다. 2015년 2월 한국에 부임한 찰스 헤이(Charles Hay) 주한 영국 대사가 선택한 방법은 한국인의 생활 속 깊숙이 들어가보는 것이었다. 그는 취임 전 부산의 한 가정집에서 몇 주간 홈스테이를 했다. 그 전에 서울에서 잠시 어학연수를 한 적이 있지만 한국인의 실생활을 경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홈스테이를 결정했고, 앞으로 서울에서 근무하게 될 테니 제2의 도시를 선택한 것이다. 외국 대사의 취임 직전 활동으로는 꽤 이례적이다.
그렇게 적극적으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 뒤 공식 업무를 시작한 찰스 헤이 대사는 취임 후에도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출신이라 한국에 산이 많은 점이 마음에 든다는 그는 틈날 때마다 곳곳을 다니며 여러 지역 문화를 경험하고 꾸준히 한국어를 공부해 실력을 쌓아가는 중이다. 정동에 자리한 영국 대사관저에서 만난 그는 먼저 역사적 건물에 대해 소개했다. “1890년에 지어 지금까지 잘 보존되고 있는, 서울에서도 매우 유서 깊은 건물 중 하나죠.” 그는 이 의미 있는 대사관 건물을 중구의 대표적 축제 ‘정동야행’ 기간에 시민에게 개방하며 지역 축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지역민에게 가까이 다가가 ‘좋은 이웃’이 되는 일 또한 1883년 한영 수교 이후 1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져온 양국의 우호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
“한국과 영국은 이미 좋은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에 제가 할 일은 이 관계를 더 돈독하게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홍콩과 함께 영국의 주요 비즈니스 국가죠. 호주나 일본보다 큰 시장입니다.” 현재 활발한 무역과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향후 교류를 확장할 만한 분야도 많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서비스 분야. “법률 서비스를 예로 들 수 있어요. 런던에서는 200여 개의 외국 법률 회사가 활동하고 있죠. 런던의 전문적 법률 서비스는 글로벌 기업이 런던을 매력적인 비즈니스 허브로 선택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 밖에 보험, 금융, 회계, 카운슬링 분야에서도 경험을 나누고 교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쯤에서 브렉시트(Brexit)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역사적 사건은 전 세계가 관심을 보이고 있고 지금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 많다. 지난 6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이후 찰스 헤이 대사는 여러 대학과 포럼 등에서 브렉시트에 대한 강의를 했고, 한국과 영국의 향후 관계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의 기본적 생각은 브렉시트가 영국의 고립주의적 선택은 아니라는 것. 왜 그럴까? “테레사 메이 총리가 오는 3월부터 탈퇴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절차가 끝날 때까진 유럽연합과 영국의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 확실하지 않아요. 다만 서로가 서로에게 중요하기 때문에 좋은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죠. 영국이 유럽연합을 떠나기로 결정한 건 유럽 이외의 나라들과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이유도 있습니다. 현재 영국에선 유럽 연합을 떠난 이후 상황을 준비하기 위한 2개의 부처를 신설했습니다. 새로 부임한 무역 담당 장관 2명이 지난 9월 한국을 방문했고, 유럽연합을 떠나서도 양국의 관계를 증진시킬 수 있는 방법을 논의했습니다.”
기대해볼 만한 것은 곧 ‘2017-2018 한영 상호 교류의 해’가 시작된다는 점. 2017년 2월부터 2018년 3월까지는 ‘한국 내 영국의 해’, 그리고 2017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는 ‘영국 내한국의 해’ 행사를 통해 문화 예술과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가 이뤄진다. 문화 예술, 특히 디자인에 관심이 많다는 찰스 헤이 대사는 ‘한영 상호 교류의 해’에 열릴 문화 예술 행사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 먼저 2월부터 ‘한국 내 영국의 해’의 일환으로 진행할 문화 이벤트는 70여 개에 달한다.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을 시작으로 음악, 연극, 공예, 디자인 등 모든 크리에이티브영역을 아우르는 행사를 서울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2016년이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기였죠. 지난 한 해 동안 한국에서 <햄릿>, <한여름 밤의 꿈> 등 셰익스피어의 여러 작품을 다양한 방식으로 재창작한 작품을 감상하면서 셰익스피어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과 신선한 예술적 시도가 놀라웠습니다. 2017년은 역시 영국 작가인 제인 오스틴의 200주기인데, 그와 관련한 행사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영국 대사로서 한국에 거주하면서 그는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소통하는 데 적극적이다. 종종 예술가들을 만나 식사하며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토머스 헤더윅이나 데이비드 슈리글리 등 영국 작가가 내한했을 때도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죠. 그들이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국인이 영국 아티스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보는 게 영광이니까요. 한국 작가들을 만나는 것도 아주 좋아하는데, 소설가 한강이 영국에서 맨부커상을 수상하기 전 이미 그녀의 번역된 작품을 읽었고 몇 차례 만나 이야기도 나눴어요. 황석영 작가도 만났죠. 그분의 작품도 읽었는데 흥미로웠습니다. 또 이불 작가의 전시를 보고 만나는 행운을 누린 적도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도 그것이 좋은 인연이라면 오래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듯, 국제적 문화 교류에서 중요한 것은 역시 그 지속성. 그는 지속 가능한 교류는 결국 예술과 사람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고 믿으며, 한국과 영국이 이미 지속 가능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여기서 또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게 바로 예술이라고 말한다. ‘2017-2018 한영 상호 교류의 해’ 기간에 예술가들의 활발한 교류가 이뤄진다면 모든 공식적 행사가 끝난 후 더 큰 성과를 맛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래서 찰스 헤이 대사가 예상하는 양국의 2017년은 더없이 ‘창의적인’ 한 해다.


에디터 안미영(myahn@noblesse.com)
사진 김잔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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