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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016 LIFESTYLE

Let it Green

  • 2016-04-20

싱그러운 초록 식물이 친구처럼 우릴 위로하고, 예쁜 오브제처럼 공간을 감각적으로 물들인다. 단순히 식물을 가꾸고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목적에 맞는 식물과 함께하는 그린 라이프스타일에 관하여.

왼쪽부터_ 벽에 세운 소철 포스터 액자는 Haily Hill's, 체스트넛 소재의 핑크 테이블과 네온 옐로 컬러 라인이 포인트로 들어간 테이블 Remod, Y 모양 등받이가 어우러진 한스 베그너 체어는 Dansk 제품.





식물과 함께 사는 삶에 관해 이야기하려는데 문득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이 떠오른다. 허브차와 마들렌으로 사람들이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여자, 마담 프루스트. 무엇보다 온갖 채소와 식물로 가득 채운, 탐날 만큼 신비로운 그녀의 실내 정원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몇 해 전부터 집 안에서 식물을 가꾸는 ‘인도어(indoor) 가드닝’이란 단어가 유행처럼 번졌다. 뒤이어 ‘반려식물’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반려동물과 비슷한 개념으로 인간이 식물을 일방적으로 즐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는 관계를 뜻하는 말. 이러한 현상은 어떤 방식으로든 바쁜 일상 속에서 식물을 돌보며 살아가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는걸 의미한다. 사실 식물과 더불어 사는 삶이 최근에 시작된 건 아니다. 너른 앞마당이 있는 전원주택에서 작은 텃밭을 일구거나 도심 속 아파트에서 테라스 정원을 가꾸며 사는 사람들은 이전에도 존재했다. 다만 그때와 비교해 식물의 역할이 조금 달라진 것. 예전에 식물 가꾸기가 취미 생활의 일부였다면 지금은 식물이 삶에 지친 현대인에게 정서적 안정을 줄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플로리스트 겸 원예 치료사 조진희는 “식물은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채워주는 훌륭한 매개체입니다”라고 말한다. 살아있는 녹색의 자연을 통해 인간은 심리적 안정과 위로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인다. 실제로 꽃과 나무를 포함한 식물을 기르고 가꾸는 활동이 우울증이나 공격적 성향을 완화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잎을 틔우고 꽃이 피고 지는 과정을 보면 내 자식이 무럭무럭 자라는 것을 볼 때처럼 행복과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식물의 또 다른 역할은 실내 인테리어에서 발견할 수 있다. 얼마 전 개최한 ‘2016 서울디자인리빙페어’도 곳곳에서 초록 식물로 가꾼 그린 인테리어 공간이 시선을 끌었다. “우리도 취향이 맞는 사람이 편하고, 오래도록 그 인연을 이어가듯 식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취향과 공간의 특성을 고려해 식물을 찾아야 하죠.” 블레스 가든 백선미 대표는 공간에 빛이 어느 정도 드는지, 환기가 잘되는지 등 환경을 감안해 식물을 선택하면 식물과 금방 이별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귀띔했다. 예를 들어 채광이 좋은 공간이라면 특별한 향을 내며 수시로 꽃을 피우는 오렌지재스민을, 빛이 부족한 공간에서 키울 생각이라면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아라우카리아나 콤팩타 등을 추천한다고. 최근에는 하나의 오브제로서 식물을 즐기기도 한다. 선인장이나 산세비에리아처럼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 아니라 한눈에 띌 만큼 화려하고 구조적 라인이 돋보이는 식물을 찾는 것. 예술 작품을 연상시키는 형태의 자이언트 선인장이나 이파리가 길게 늘어지는 오버사이즈 행잉 화분 등은 어떤 공간에서도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식물 하나쯤 키워야지’라는 생각으로 무심하게 가져다놓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목적에 맞는 식물을 들이는 삶. 그렇게 자신만의 그린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식물을 그리는 화가, 텃밭을 가꾸는 셰프, 그린 프로젝트를 실천하는 교수까지, 남과 다른 방식으로 일상에 식물을 들이는 이들이 식물에서 얻는 특별한 가치에 관해 이야기한다.






테이블 위에 난을 심은 코퍼 소재 화분을 두어 모던한 멋을 살리고, 벽면의 둥근 프레임 뒤엔 야자수처럼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열대식물 아가베를 세팅했다. 중앙에는 아크릴 화분을 활용해 독특한 다육식물을 모아 포인트를 주었다. 왼쪽부터 알로에, 예봉각, 홍채각, 기둥주에 백섬을 접목한 선인장. 오른쪽엔 가늘고 긴 수염 같은 대왕소나무와 곧게 뻗은 수국나무를 겹치게 세팅해 미니멀하면서도 특별한 멋을 냈다. 화분은 모두 베리띵즈 스튜디오의 큐비즘 화분 컬렉션 시리즈.









인생을 바꾼 정원
“복잡한 시내에 살 땐 자연이 무척 그리웠어요. 흙을 일굴수 있는 크고 작은 공간이 보일 때마다 계속해서 정원을 만들었죠.” 자연과 도시의 일상을 연결하는 것, 그녀는 정원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원장을 지낸 최정심 교수는 현재 계원예술대학교 전시디자인과를 책임지고 있다. ‘텃밭에서 식탁까지’, ‘도시 농부’라는 말은 그녀 때문에 생겨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누구보다 앞서 업사이클링과 도심 정원을 실천해왔다. “1998년에 학교의 남는 자투리 땅을 개간해 밭을 가꾸기 시작하면서 삶이 180도 달라졌어요. 아파트를 떠나 전원주택으로 이사했고,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항상 손에 흙이 묻어 있죠.” 집에는 채소와 꽃을 함께 심은 텃밭과 온실이 있다. 배롱나무, 산달나무, 산수국, 홍매자 등 가든에는 꽃나무도 가득 심었다. 그리고 도심에서 텃밭 정원을 가꾸는 일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식물을 가까이하고, 정원을 집에 들이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죠. 게다가 가꾸는 재미, 먹는 즐거움까지 누릴 수 있어요.” 텃밭을 가꿔 먹거리를 자급자족하고 나아가 골목길 정원, 옥상 정원, 베란다 정원 등 도시 공간 전반에 정원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도심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아이디어를 보여준 도시 농부의 하루>, <도시 농부의 작업실> 같은 전시와 인사동11길을 식물로 물들이는 골목길 프로젝트 등. 5월 말에는 바른 먹거리와 디자인 공예품을 판매하는 장터인 파머스 마켓을 열 예정이다. 40명이 넘는 텃밭 디자인 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모종을 심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는 그녀가 오늘도 장화를 신고 학교에 출근했다. 20년이 다 되어가는 시간 동안 흙을 만지며 그린 라이프를 실천해온 그녀는 집집마다 나름의 정원을 꾸려 초록이 그들의 삶에 피어나길 기대한다.

 









식물을 바라보는 삶
“그거 아세요? 마늘과 파가 허브의 일종이란 것을.” 허브라고 하면 누구나 라벤더, 로즈메리, 재스민처럼 향기 나는 식물을 먼저 떠올린다. 그런데 매일 식탁에 올리는 마늘과 파 역시 허브라고 친절히 설명해주는 식물 세밀화가 이소영. “예술 안에서 식물을 아름답게 그린 것이 식물화라면 과학의 틀 안에서 식물을 분류하고 식별하기 위해 그린 그림이 식물 세밀화입니다.” 즉 식물의 미세 구조를 하나하나 자세히 그려 기록으로 남기는 일인데, 주로 식물도감에 들어가거나 학술지, 연구 자료 등에 활용한다. 식물의 뿌리부터 잎과 꽃, 열매까지 세세하게 그리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전국의 산과 숲을 돌아다니며 식물을 찾아야 하고, 그곳에서 채집한 식물을 작업실로 가져와 현미경으로 꼼꼼하게 관찰하며 그림을 그린다. 문제는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것이 한순간에 일어나지 않아 자생지에 가서 1년 이상 식물을 지켜봐야 제대로 된 식물 세밀화가 탄생한다는 사실. 그 덕분에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듯 식물을 바라보는 것이 그녀의 일상이다. “지나가다 길가에 핀 민들레를 보면 사람들은 민들레라며 예쁘다고 소리치죠. 저는 산민들레일까, 서양민들레일까 그것부터 생각해요.” 같은 식물이라도 품종이 다양하고 특성이 다 다른데, 요즘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정작 식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세밀화집, 허브>, <블루베리 북> 같은 책을 통해 우리가 잘 모르고 지나친 식물을 그림으로 소개한다. 고수, 마늘, 생강 심지어 커피도 허브에 속한다. 우리가 ‘이것도 허브일까?’라는 생각이 드는 식물은 대부분 허브일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준다. 사람들이 식물의 정확한 이름을 알고 자꾸 불러야 그 식물의 존재 의미가 생긴다고 생각하는 그녀는 오늘도 식물이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과정을 그리며 그들과 같은 호흡으로 산다. 사계절 내내 하루도 같은 모습을 하지 않는 식물을 관심있게 지켜보며.

 









요리사의 당연한 텃밭
30대에 뉴욕으로 건너가 25년간 프랑스 요리를 한 요나구니 스스무 셰프. 10년 전에 한국으로 이주해 푸드 아티스트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아내를 도와 요리를 가르치다 2006년에 학생들의 실습 공간 겸 레스토랑인 오키친을 열었다. 그런데 프렌치와 이탤리언 요리에 필요한 식자재가 국내엔 거의 없었다. “호박꽃 튀김을 좋아해요. 호박꽃 속을 새우와 치즈 등으로 채워 튀긴 요리인데, 호박꽃을 파는 데가 없었어요. 결국 남의 집 담장에 핀 호박꽃을 따와야 했죠.” 반강제적으로 그는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채소와 허브를 집 앞 텃밭에 키우기 시작했다. “요리사가 하는 일은 식자재 고유의 맛을 최고의 상태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요리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스파이스와 허브예요. 기본적인 식자재는 비슷하지만 스파이스와 허브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이 나기 때문이죠.” 그래서 계동에 위치한 요나구니 스스무 셰프의 텃밭은 여름이 되면 허브 꽃으로 만발한다. 민트, 엔다이브, 딜, 펜넬, 오레가노 등 흔히 볼 수 없는 허브 꽃은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정도. 7평 남짓한 집 앞 텃밭이 부족해 도봉산 밑에도 텃밭을 마련해 가꾼다. 그는 밭일이 즐겁다고 말한다. 바쁘게 돌아가는 레스토랑과는 달리 텃밭에 물을 주며 풀에 말을 걸기도 하고, 잘 자라는 채소를 보며 안정을 느낀다고. “텃밭을 가꾸면서 인생을 배워요. 식물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햇빛을 쬐어주고 물을 잘 주면 그만큼 싱싱하게 잘 자라죠. 삶도 같아요. 자기 자신을 위해 가장 바지런해야 하는 때가 있어요. 그래야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시기가 찾아오죠.”






Where to Buy 그린 라이프를 실천할 수 있는 숍




퀸마마마켓
디자이너 윤한희가 오픈한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으로 가드닝이 컨셉이다. 지하 1층부터 4층까지 공간 곳곳에 식물을 배치했다. 다른 곳에선 찾아보기 힘든 독특하고 감각적인 디자인의 가드닝 제품을 판매한다. 예쁜 가드닝 툴 덕분에 식물까지 구매하게 되는 곳. 매달 하나씩 반려식물을 소개하며 ‘입양하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문의 070-4281-3372

미상 플라워
판매 위주가 아니라 클래스에 특화한 숍. 단독주택을 개조한 넓은 매장은 플라워 숍 겸 클래스 공간인 1층과 가드닝 숍인 2층으로 나뉜다. 조경 전문가가 있어 선인장, 관엽식물 등 다루기 까다로운 식물에 관해 배울 수 있다. 취미 과정과 전문가 과정 클래스로 구성했으며 식재 디자인, 흙 배합, 돌 연출, 공간 스타일링 등도 포함한다.
문의 02-566-6846

가든하다
테라리움, 행잉 가든, 이끼 마리모 등 크고 작은 식물이 인기를 얻을 때마다 유행을 이끌어온 숍 중 하나. 크래프트지로 만들어 세련된 씨앗 봉투가 인기 제품이다. 루콜라, 로메인, 가지, 오이, 대파, 고추 등 다양한 씨앗을 판매하고 흙, 화분, 나무 등 가드닝에 필요한 거의 모든 제품을 만날 수 있다.
문의 02-736-0926

아라비 스튜디오
이혜원 디렉터의 디자인 그래픽 사무소. 다양한 실내 식물과 화기 컬렉션을 통해 실내 공간 연출과 식물 컨설팅을 해주는 피오리 클럽을 운영한다. 박윤지 작가와 함께 만든 무색의 투명 아크릴 소재 화기 아워 플랜터가 베스트셀링 제품.
문의 02-338-5774

베란다 레시피
성동구 서울숲길 좁은 골목에 위치한 베란다 레시피는 ‘도심 속 자연’을 목표로 다양한 상품을 개발, 판매한다. 채소를 수확해 요리하고 그릇에 담는 과정에 필요한 모든 제품을 만날 수 있다. 베란다, 키친 등 공간을 이용한 실내 가드닝 세트가 인기.
문의 070-7604-7111

마이알레
디자인 알레의 우경미 대표와 동생인 우현미 소장이 이끄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과천에 위치한 이곳은 카페와 레스토랑, 라이프스타일 숍이 한데 어우러진 커다란 정원 같은 형태. 유니크한 소품과 가드닝 제품은 물론 직접 제작한 상품을 판매한다.
문의 02-3445-1794

씨클 드 로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놀라운 생명력으로 잘 살아가는 선인장은 대표적인 반려식물이다. 씨클 드 로는 선인장을 판매하는 전문 숍. 특히 힐링과 재활용을 주제로 버리는 캔이나 안 신는 신발, 그릇 등을 가져오면 그 자리에서 직접 선인장을 옮겨 심어주는 서비스를 실시한다.
문의 02-545-3820







에디터 | 문지영 (jymoon@noblesse.com)
사진 | 선민수
코디네이션 | 이혜림
스타일링 | 윤숙경
장소 협찬 | 베리띵즈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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