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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016 FEATURE

위대한 유산을 남기는 사람들

  • 2016-04-20

문화, 예술,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위대한 유산으로 이름을 남겼거나 남기게 될 세계 부호들의 이야기.

노스페이스의 공동 창업자 더글러스 톰킨스는 생전에 남미의 고원과 빙하 지역 보호에 힘썼다.





예술품 수집가 도로시 브로드 에딘버그가 유산을 기증한 시카고 미술관





크리스틴 맥디빗 톰킨스와 더글러스 톰킨스 부부





유산(流産)의 사전적 정의는 ‘죽은 사람이 남겨놓은 재산’ 또는 ‘앞 세대가 물려준 사물 또는 문화’다. 세계 부호 중 일부는 재산의 대부분을 가족에게 상속하는가 하면, 또 다른 일부는 절반 이상을 소신과 목적을 가지고 사회에 환원하기도 한다. 이 시대에 부자들이 가치 있게 유산을 남기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최근 칠레 남부 파타고니아의 호수에서 카약 전복 사고로 세상을 떠난 노스페이스(North Face)의 공동 창업자 더글러스 톰킨스(Douglas Tompkins)는 가치 있는 유산을 남긴 대표주자로 꼽힌다. 작년 12월 사고 당시 그의 추정 자산은 수천억 원. 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 귀추가 주목됐다. 한 달 뒤, 영국 BBC는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그의 아내인 크리스틴 맥디빗 톰킨스(Kristine McDivitt Tompkins)가 남편의 뜻을 이어 칠레 남부 산악지대의 파타고니아 땅 4000km2를 국립공원으로 조성하는 조건으로 칠레 정부에 기증한다.” 젊은 시절 더글러스는 각종 폐기물을 쏟아내는 자신의 공장으로 인해 자연이 심각한 수준으로 오염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그는 “사람은 죽어도 자연은 남는다”며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대신 환경을 위해 쓸 것이라고 밝혔다.
은퇴 후 생태 환경 운동가가 되기로 결심한 그는 파타고니아의 숲과 호수를 지키기 위해 약 4470억 원을 들여 땅을 매입하고 6개의 자연공원을 조성했다. 지금까지 톰킨스 부부가 사들인 땅 14억 평은 서울의 8배가 넘는 규모이며 두 사람이 지난 25년간 자연보호를 위해 기부한 액수는 약 4490억 원에 달한다. 그는 떠났지만 지키고자한 자연은 고스란히 남아 인류 최고의 유산이 됐다.
지난 1월 시카고에서도 훈훈한 스토리가 들려왔다.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예술품 수집가 도로시 브로드 에딘버그(Dorothy Braude Edinburg)가 420억 원 상당의 유산을 시카고 미술관(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에 기증한 것. 그녀는 이미 1991년부터 1500여 점의 예술품을 미술관에 기부한 인물로 유산까지 합하면 시카고 미술관 최대 기부자 중 한 명이 된다. “시카고 미술관이 끊임없이 좋은 작품을 확보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유언에 따라 그녀의 소장품은 미술관에, 현금은 새로운 작품을 구입하는데 쓸 예정이다. 여기서 300마일가량 떨어진 클리블랜드 미술관(Cleveland Museum of Art)도 19세기 후반 미국 재벌들의 기부를 통해 설립됐으며 그들은 ‘모든 사람의 영원한 혜택을 위하여!’라는 목표로 문화 예술 사업을 지지했다. 특히 철도 사업가 힌먼 헐버트(Hinman Hurlbut)는 즐겨 수집하던 예술품 160여 점을 기증하는 등 오늘날 클리블랜드 미술관이 미국 5대 미술관이 되는 데 초석을 마련했다.







19세기 후반 미국 재벌들의 기부를 통해 설립한 클리블랜드 미술관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와 그의 아내와 딸





더기빙플레지를 창설한 빌 게이츠





애플 최고경영자 팀 쿡





소니의 전성기를 이끈 오가 노리오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등 음악가로서의 흔적을 남겼다.





한편 가까운 일본에서도 부호들이 예술계에 남긴 흔적을 찾을 수 있다. 1982년부터 1995년까지 소니뮤직의 사장과 회장을 역임하면서 소니의 전성기를 이끈 오가 노리오(Norio Ohga) 전 회장은 오케스트라 지휘자로도 활약하며 다양한 업적을 남겼다. 그는 2003년 퇴직금 16억 엔(약 151억 원)으로 일본의 휴양지인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에 콘서트홀을 지었다. 기업 활동 외에도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기도한 그는 2011년 세상을 떠나기 전날까지도 이곳에서 동일본 대지진의 이재민을 지원하는 도쿄 필의 공연을 지휘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세계 부호들은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문화, 예술, 환경 등 자신이 가치를 두는 분야의 발전을 위해 재산의 일부를 선뜻 내놓았다. 이들의 유산은 문화 예술의 발전과 환경보호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힘을 실었다.
지금까지 많은 거부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의 결단으로 유산을 남겼다면 요즘 젊은 부자들은 다르다. 이들은 일찌감치 부를 정리할 계획을 세운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지난 1월 딸 맥스의 출생과 동시에 “페이스북 주식의 99%를 박애주의적 활동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어 그의 인생을 망치고 싶지 않다. 딸을 사랑하기 때문이고 다음 세대 모든 어린이를 위한 나의 도덕적 의무다.” 저커버그가 속한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는 현존하는 전 세계 대부호들이 생전이나 사후에 ‘재산의 절반 또는 그 이상을 환원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서약하는 모임이다. 이 클럽은 2010년, 현시대 최고의 부자로 꼽히는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이자 현 기술 고문 빌게이츠와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워런 버핏이 함께 만들었다. 두 사람은 단순히 자산을 기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철학을 전파하면서 ‘기부 서약’을 이어가고 있다. 2012년까지 미국 출신의 억만장자 93명이 기부 서약을 한 이후 전 세계 슈퍼리치들이 동참하기 시작했으며 2016년 3월에는 140명 이상으로 그 수가 늘어났다. 회원으로 영국 버진 그룹의 회장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과 테슬라모터스의 CEO이자 솔라시티 회장인 일론 머스크(Elon Musk), 그리고 애플의 최고경영자 팀 쿡(Tim Cook)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이 모은 5000억 달러, 한화로 약 573조 원은 미래에 환경보호와 빈곤 퇴치 등의 목적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라고. 인도네시아의 대표 상업은행인 마야파다(Mayapada) 그룹의 타히르(Dato Sri Tahir) 회장은 더기빙플레지에서 영감을 얻어 2014년 인도네시아 헬스펀드를 출범시켰다. 그는 1인당 500만 달러씩 기부하도록 부자 기업가 8명을 설득해 펀드를 조성했고, 앞으로 수를 늘려 1억 달러까지 모을 계획이다. 그 기금은 인도네시아에서 폐결핵, 말라리아, 소아마비 등을 퇴치하는 의료 기금으로 쓰인다.
거액 기부를 약속한 부자 대부분의 공통점은 자수성가로 재산을 모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막대한 재산을 모으기 위해 자신의 재능을 쏟긴 했지만 사회 활동을 통해 부를 축적한 만큼 더 가치 있는일을 위해 가진 것을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아무리 억만장자라 해도 공익을 위해 선뜻 자산을 내놓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를 지키고자 세계를 위한 유산을 남기는 것, 쉽지 않지만 분명 가치 있는 일이다.







에디터 | 임해경 (hklim@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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