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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015 ISSUE

산책이 있는 미술관

  • 2015-05-28

소마미술관 앞에선 왠지 느긋해진다. 잔디밭에 앉아 커피를 마셔도 좋고, 곳곳의 세계적인 조각 작품을 감상해도 좋다.

건축가 조성룡의 절제미가 돋보이는 미술관 내부 공간. 창밖으로 백남준의 작품 ‘쿠베르텡’이 보인다.




올림픽공원의 너른 자연 지형에 풍경처럼 펼쳐진 소마미술관




210여 점에 달하는 세계적 조각가들의 작품이 펼쳐진 소마미술관의 뒷마당

2004년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세계 5대 조각공원 중 하나인 서울 올림픽공원 내에 미술관을 열었다. 88 서울 올림픽의 문화적 성과를 재조명하는 게 목적이었다. 미술관의 원래 이름은 ‘서울올림픽미술관’. 지금의 ‘소마’는 2006년 그 이름을 영어로 바꾼 것(SOMA, Seoul Olympic Museum of Art)이다.
사실 소마미술관은 그간 국공립 미술관과 박물관이 100개가 넘는 서울에서 그리 눈에 띄는 공간은 아니었다. 이따금 괜찮은 전시가 열리긴 했지만, 생각보다 입소문이 널리 나지 않았다. 다만 미술관 건물에 대한 이야기는 많았다. 대부분 호평이었다. 미술관을 설계한 이는 건축가 조성룡. 그는 노출 콘크리트와 화강암에 목재를 적절히 더해 외관을 만들고, 백제 초기 토성인 인근의 몽촌토성을 가리지 않도록 기존 땅의 성격을 파악해 납작 엎드린 모양으로 건물을 지었다. 그의 건축은 권위적이거나 답답하지 않다. 그래서인지 주위의 풍경과 자연스레 하나가 되었다.
미술관 내부를 훑어보자. 올림픽 조각공원이 감싸고 있어 소마미술관은 밖에서 이미 시작되는 셈이다. 미술관 주변엔 한국이 낳은 대표적 미술가 백남준부터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데니스 오펜하임(Dennis Oppenheim), 조지 리키(George Rickey), 나이젤 홀(Nigel Hall), 귄터 우에커(Günther Uecker), 브라이언 헌트(Bryan Hunt), 솔 르윗(Sol LeWitte), 막달레나 아바카노비치(Magdalena Abakanowicz) 등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210여 점의 조각 작품이 거의 한 집 걸러 한 집 있는 수준으로 펼쳐져 관람객의 입이 딱 벌어지게 한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규모. 소마미술관은 이따금 야외 조각공원의 장점을 살려 무료 공연을 기획하기도 하고, 전시도 열어 대중의 관심을 끌어모은다.




린다 벵글리스(Lynda Benglis)의 작품 ‘Odd’s and And’s’의 뒤편으로 보이는 미술관의 모던한 외관




소마미술관은 그간 주로 대중적인 현대미술 전시를 선보였다. 오는 6월 6일부터 9월 4일까지 이들은 프리다 칼로의 작품으로 또 다시 관객 몰이를 할 예정이다.




소마미술관은 그간 주로 대중적인 현대미술 전시를 선보였다. 오는 6월 6일부터 9월 4일까지 이들은 프리다 칼로의 작품으로 또 다시 관객 몰이를 할 예정이다.

물론 미술관 안에도 이야깃거리는 많다. 건축가 조성룡은 처음 미술관을 설계할 때 조각 전문 미술관을 염두에 뒀다고 한다. 미술관은 지상 2층 구조지만, 언덕에 지어 보는 눈에 따라 지상 1층 혹은 2층에 입구가 있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리고 서로 높이가 다른 두 지면을 아우르기 때문에 미술관 어디에서도 외부의 조각 작품이 훤히 보인다. 또 각 전시실은 하얀 바탕의 벽과 바닥의 마루 재질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넓고 흰 공간이 주는 차갑고 빈 듯한 인상을 나무의 포근함이 감싸준다. 여기에 자연 채광을 더해 전시실 공간에도, 전시한 작품에도 생명력을 부여한다. 한편 미술관 앞엔 ‘물의 뜰’이라 불리는 얕은 인공 연못도 있어 미술관 앞마당을 한결 여유로운 공간으로 만들어준다.
전시 이야길 해보면, 원래 소마미술관은 설립 당시 조각 전문 미술관이었다. 또한 이들은 조각의 모태인 드로잉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2006년 국내 최초로 미술관 내 드로잉센터를 개관, 조각 창작의 기본이자 시발점인 드로잉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그 개념과 영역을 확장·발전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조각과 드로잉만으론 다양한 전시를 기획하기 힘들었고, 출구와 퇴로를 반대로 바꾸면서 그간의 동선 또한 완전히 변화시켰다.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이 더 편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 그 덕분에 소마미술관은 현재 종합 미술관으로 변신했다. 이들은 2006년 국내 최초로 현대 추상회화의 시조인 파울 클레(Paul Klee) 전시를 열어 대성공을 거두었고, 이어 <잘긋기 Drawn to Drawing>전(2006년), <한국 드로잉 100년>전(2008년), 아시아 최대 규모의 <키스 해링(Keith Haring)>전(2010년), <몸의 사유>전(2012년) 등을 열어 수십만 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오는 6월엔 이곳에서 국내 최초의 대규모 프리다 칼로 전시 <프리다 칼로-절망에서 피어난 천재 화가>(6월 6일~9월 4일)를 개최할 예정이다. 소마미술관은 도심에서 산책을 즐기며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미술관답지 않게 햇빛이 가득 들어오는 이곳 전시실에서의 미술 감상은 외부와의 시간적 단절이 아니라 계절과 시간에 반응하는 흐름이 된다. 서울 강남에 있어 접근성도 좋은 편이고, 무엇보다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인근의 몽촌토성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다. 푸른 잔디가 펼쳐진 올림픽공원 특유의 여유와 세계적 작가의 수백 점에 이르는 조각 작품 향연. 이달, 도심 한복판에서 다양한 전시와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소마미술관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문의 425-1077


에디터 이영균 (youngkyoon@noblesse.com)
사진 박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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