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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015 CITY NOW

베를린 르네상스의 척도

  • 2015-05-28

한 도시의 문화 감각 지수를 판단하는 유용한 장소 중 하나가 예술 서점이다. 베를린은 작지만 강하고 그 어느 곳보다 독특한 예술 서점의 성지다. 그중 ‘Best of Best’를 골랐다.

아우디 해운대 전시장의 갤러리래는 6층과 7층 공간을 갤러리로 사용한다.

1920년대에 베를린은 유럽 문화 예술의 메카였다. 나치 정권이 들어서면서 그 자리를 파리와 런던에 내줬지만, 통일 후 전성기를 되찾고 있다. 서점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베를린의 예술 서점은 전문성은 기본이며, 동네 서점 특유의 푸근함까지 지닌 매력적인 장소로 명성이 높다. 친절한 직원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1999년에 문을 연 ‘프로 쿠엠(Pro QM)’은 베를린 미테 지구에서 유명한 폴크스뷔네(Volksbühne) 극장 옆 골목에 있다. 베를린에서 프로 쿠엠을 모르면 무식한 인간으로 찍힐지도 모른다. 외관은 그냥 지나칠 만큼 평범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도시 개발·정치·영화·건축·패션· 음악·디자인·철학·예술 이론 등 문화와 책을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을 설레게 할 각종 서적과 잡지가 가득하다. 특히 건축 관련 서적이 많다. 건축과 관련해 무언가를 찾을때는 프로 쿠엠에 가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이곳의 직원들은 마치 인간화한 아카이브처럼 줄줄이 정보를 토해낸다. 손님의 취향에 따라 책도 추천해준다. 그뿐 아니라 작가 대담, 낭독회, 저자 사인회 등의 행사도 자주 열린다.




모토 베를린 입구. 크로이츠베르크 지구에 있는, 프랑스인이 운영하는 서점이다.




뷔허보겐 내부 전경. 베를린 서쪽 사비나 광장 역 철로 바로 아래 있다.

‘모토 베를린(Motto Berlin)’은 예술가가 넘쳐나는 동네 크로이츠 베르크 지구에 있다. 길가가 아니라 앞 건물의 대문을 지나야 만날 수 있는 뒤편에 자리 잡았다. 간판에는 그냥 심플하게 ‘모토’라고만 적혀 있는데, 손으로 휙휙 갈겨 쓴 느낌이다. 한마디로 아는 사람만 찾아갈 수 있는 곳. 가게 주인은 2008년 베를린으로 이주한 훈남 프랑스인 알렉시스 자비아로프 씨다. 본래 사진작가이자 스케이트 보드 전문 출판인이었지만, 2008년부터 이곳을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식인지 크로이츠베르크 스타일인지 모르겠지만, 서점의 책은 특별한 분류 없이 책장에 무작위로 꽂혀 있거나 책상 위에 수북이 쌓여 있다. 철학 관련 서적 옆에 완전히 다른 분야의 서적이나 잡지가 등장한다. 작가가 직접 제작한 인쇄물, 도록 그리고 소량 출판해 구하기 어려운 서적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거의 골동품 수준인, 5000유로가 넘는 서적도 많다. 이곳은 주인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머리 아플 때까지 죽치고 앉아 책을 읽어도 된다는 점이 가장 좋다. 서점에 1시간 정도도 머무르지 않으면 제대로 된 손님으로 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베를린의 예술 서점은 크기와 역사를 불문하고 대부분 동쪽에 몰려 있다. 하지만 서쪽에도 유명한 서점이 있다. 바로 ‘뷔허보겐(Bücherbogen)!’ 공식 명칭은 ‘Bücherbogen am Savignyplatz’인데 다들 뷔허보겐이라 부른다. bücher는 책의 복수형이고, bogen은 활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건축 용어로 반 원통 모양의 둥근 천장을 뜻한다. 사비니 광장 역 철로 바로 아래에 있어 ‘사비니 광장 아치 서점’이라 부르기도 한다. 1980년에 문을 연 이곳은 전문성과 내공이 빛나는 서점이다. 앞서 언급한 두 서점처럼 건축·예술·디자인·사진 등을 전문으로 취급하지만, 크기가 큰 편이며 너드한 성향은 적다. 더군다나 개인이 운영하는 서점치고 책이 많다. 샤넬의 패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베를린에 오면 이곳에 꼭 들른다고. 책 모으는 것이 취미인 그는 패션 외에 무용·영화·사진·건축 관련 서적을 상자째 주문하기도 한다.


에디터 김재석 (jskim@noblesse.com)
Jung Me Chai(독립 큐레이터, 디스쿠어스 베를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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