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test News

DECEMBER. 2016 ARTIST&PEOPLE

함께 산책하실래요?

  • 2016-12-09

좋은 전시를 위해 필요한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뛰어난 기획자와 빛나는 아이디어, 가치 있는 작품과 적합한 공간 등. 그중 세트 디자인을 책임지는 시노그래퍼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그가 만들어내는 전시 이면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주목해볼 것.

이국적이면서 복고풍의 상점들이 있는 파리의 아케이드를 만날 수 있는 공간 ‘The Passage’

‘파리지앵의 산책’을 뜻하는 에르메스의 전시 〈wanderland〉는 도시를 거니는 것 자체가 아름답고 자유로운 예술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꿈과 호기심을 확장한 공간에서 뜻밖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 전시는 런던, 파리, 두바이를 거쳐 111월9일 부터 12월 11일까지 디뮤지엄에서 열린다. 다양한 작품과 미디어를 통해 새로운 세계로 이끄는 자리이니, 이 산책에 동참할유 이는 충분해 보인다.
관람객이 에르메스의 영감의 원천을 보여주는 오브제와 대표적 컬렉션으로 꾸민 11개의 방을 거닐면서 누릴 수 있는 것은 색상, 소리, 이미지를 통한 색다른 경험. 〈wanderland〉는 전시의 전체적 이미지를 완성하고 전시장 곳곳에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담아내는 시노그래퍼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주는 전시다. 에르메스와 함께 이 매력적인 전시를 디자인한 아티스트는 프랑스의 가구 디자이너이자 조각가, 무대미술가인 위베르 르 갈(Huebrt le Gall)이다. 그는 전시 주제인 ‘방랑(wander)’과 ‘호기심(curiosity)’을 통해 발견의 미학을 제시하기 위해 파리 거리를 산책하는 것 같은 분위기를 전시장에 담아냈다. 런던에서 성공적인 첫 전시 이후 각 도시에 적합한 구성으로 선보이고 있는데, 이번에도 그가 서울에서 받은 인상을 반영했다. 새로운 도시를 발견하고 신선한 만남을 갖기 위해 필요한 것은 ‘여유로운 산책의 감각’이라 말하는 위베르 르 갈에게 이번 전시와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들어보았다.




〈Wanderland〉전시를 디자인한 프랑스의 조각가이자 가구 디자이너 위베르 르 갈

〈wanderland〉가 한국을 찾기 전부터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흥미로운 전시’라는 이야기가 들려왔어요. 해외에서 전시를 관람한 이들을 통해서 말이죠. 각기 다른 도시에서 전시하며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는데, 이번엔 당신이 서울이란 도시에서 받은 인상이 어떻게 반영됐는지 궁금해요.
서울의 현대성과 세련미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동시에 유구한 역사도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번 한국 전시를 특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전시장을 찾는 방문객이 디테일한 부분을 놓치지 않고 감상할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예를 들어 19세기 플라뇌르(산책하는 사람)의 상징적 물건인 지팡이를 이런 관점에서 제작했는데, 지팡이에 부착한 편광렌즈를 통해 장식 속에 숨어 있는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죠. 한국 관람객들이 우리의 이런 당찬 유머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조각을 비롯해 가구와 무대 디자인 등 다양한 작업을 해왔죠. 전시 디자인은 개인 작품을 만드는 것과는 다른 일이니 이번 전시를 디자인하는 데도 새로운 시각이 필요했을 것 같아요.
물론 시노그래퍼 일과 개인 작업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전자는 특정 미술관이나 브랜드를 위해 진행하고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이벤트를 만드는 반면, 후자는 혼자 결정하는 작업이라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욕구를 불러냅니다. 둘 다 성실성과 자기 생각을 끝까지 끌고 가는 의지가 중요하죠. 〈wanderland〉는 공연처럼 볼거리가 많은 전시인데, 이 작업을 위해 제 본업인 조각적 가구를 디자인하는 것과는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했어요. 더 단순하면서 가볍고 견고한 재료를 이용해 관람객이 꿈을 꿀 수 있는 환상적인 세계를 연출하고 싶었고, 이것이 큰 도전 과제였습니다.

전시에서 세트 디자인은 작품을 보여주는 데 기본적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전시장에서 단순한 미적 기능을 넘어 메시지를 전달해야 합니다. 너무도 중요한 역할이죠. 이번 전시에서는 각각의 장식적 오브제가 중요한 상징이 되고 재질, 색채, 형태가 특정 시대와 스타일, 맥락을 제시합니다.



1 과거와 현재 사이의 파리를 산책할 수 있는 ‘The Square(That Wasn’t)’
2 ‘Eye Spies’, 산책을 하면서 열린 창문을 통해 안에 있는 흥미로운 오브제들을 감상하는 컨셉이다.
3 아우‘산책을 즐긴 뒤 즐거운 추억거리를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이의 모습을 담은 ‘Get Home’

총 11개의 방 중에서 가장 독특하거나 마음에 드는 방을 꼽을 수 있나요?
전시 공간 전체가 유머로 가득 차 있어요. 저는 각 방에 들어설 때마다 마음이 두근거렸고, 각기 다른 관점에서 모든 방에 애정을 느낍니다. 한 예로 광장의 방은 천장을 향해 거꾸로 선 기둥이 과거의 시간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마음에 듭니다. 이 방에서 관람객은 현재와 과거 사이에 놓이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파리의 이미지죠.

그처럼 감각적인 방들을 디자인한 것이 당신에게도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 같아요.
그동안 프랑스의 여러 미술관이나 박물관과 협업했고 외국에서도 작업을 해왔어요. 하지만 〈wanderland〉는 회화나 조각 전시를 위해 미장센을 만드는 작업과도 상당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보통은 예술 작품에 조심스럽게 접근하지만, 이번에는 에르메스의 훌륭한 창작물을 다각도로 활용해볼 수 있는 자유가 있었죠. 그런 창작의 자유를 얻은 덕분에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꼭 라이브 공연을 만들어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래서 내년에는 오페라나 연극 작업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일반적이지만 예술가에겐 너무도 중요한 이 질문을 하고 싶네요. 당신의 작품에 나타난 참신함은 어디서 온 건가요? 전통과 현대를 결합한 디자인은 무엇에서 영감을 받은 건지 궁금해요.
가구 디자이너로서 제 작업은 프랑스의 예술적 가구와 그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가구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이를 창작 과정에 적용하죠. 저는 모든 시대에 관심이 있고 각 시대의 정신성을 발견하는 걸 좋아해요. 그러나 고가구를 다시 만들거나 예전 장식을 재현하는 일에는 전혀 흥미가 없어요. 대신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만드는 것에 재미를 느낍니다. 그래서 현대미술에서 많은 영감을 받고, 가구의 세계와 미술의 세계를 엮는 일을 즐깁니다. 아마도 시간성과 탈시간성의 융합이 제 작품의 특징이 아닐까 싶네요.

마지막으로 서울에서 〈wanderland〉 전시를 볼 한국 관람객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여유롭게 전시 공간을 탐험하고 재미를 느껴보세요. 재미를 찾으며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죠!


에디터 안미영(myahn@noblesse.com)
사진 제공 에르메스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