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test News

DECEMBER. 2016 CITY NOW

노이쾰른의 유별난 카페

  • 2016-12-09

노이쾰른 지구는 지금 베를린에서 가장 빠른 변화의 흐름을 보이는 동네 중 한 곳이지만, 생각보다 뚝심 있게 예술 활동을 이어가는 유별난 카페도 있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활발한 베를린의 노이쾰른

베를린 노이쾰른(Neukolln) 지구는 지난 몇 년간 젠트리피케이션이 가장 빠르게 진행돼온 곳이다. 골목마다 그라피티 아트가 넘쳐나며, 개성 강한 가게가 생각지 못한 곳에서 스윽 하고 얼굴을 내민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길을 사로잡는 카페가 바로 ‘고래 문학 카페(Wale Literatur Cafe)’다. 직접 붓으로 정성 들여 쓴 듯한 간판부터 뭔가 독특한 곳. 폭이 좁은 입구와 달리, 실내로 들어서면 몇몇 공간이 어지럽게 연결되어 있다. 보통 카페에선 흔히 구경할 수 없는 세미나실이 있고, 한쪽 모퉁이에선 이탈리아 남성들이 책을 들고 토론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곳의 오너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







베를린에 거주하는 이탈리아인들을 위한 고래 문학 카페. 좁은 입구와 달리 실내에선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고래 문학 카페를 운영하는 이는 기자 출신인 마티아 그리골로(Mattia Grigolo)로, 지난 2013년 베를린에 거주하는 이탈리아인을 위한 창조적 공간을 마련하고자 이곳을 열었다고 한다. 에스프레소 한 잔을 주문하고, 카페안을 둘러보니 여기저기서 아기자기한 소품과 미술 작품이 속속 눈에 들어온다. 오너가 직접 제작한 듯한 조명과 그래픽디자인처럼 보이는 천장의 파이프, 갖가지 드로잉, 멋스러운 사진들이 곳곳에 보기 좋게 배치되어 있다. 베를린에서도 유독 노이쾰른과 크로이츠베르크(Kreuzberg) 지구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는 낡은 중고 가구 또한 이곳의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한쪽에 놓인 책장은 이 카페의 얼굴마담이라도 되는 듯 각종 신기한 책이 빼곡하다. 이탈리아인을 위한 공간답게 이탈리아 서적을 비롯한 갖가지 책이 보이고, 하나하나 다른 색상의 커버를 씌워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하다. 바 테이블에선 이탈리아의 한 가정에서 직접 구웠을 것 같은 수제 케이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메뉴판엔 ‘창조적 베를린’이란 글귀가 무심한 듯 크게 쓰여 있고 고래 문학 카페를 상징하는 커다란 고래가 꼬리를 치켜든 채 손님을 반긴다.
사실 이곳을 이렇게 소개하게 된 계기는 이들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있다. 정기적으로 DJ와 뮤지션을 초청해 작은 라이브 콘서트를 열기도 하고 학생과 어린이를 위한 활동은 물론 미술 전시와 연극, 음악회까지 개최한다. 넓지 않은 공간에서 그 많은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벅찰 듯싶기도 하지만 한쪽에 소개해놓은 회화와 조각, 설치, 전위예술 작가의 빼곡한 전시 일정을 보면 이곳이 예술가들의 문화 창구로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참고로 최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설치 작가 에마누엘레 크로티(Emanuele Crotti)의 전 쫑파티에선 작가가 직접 빛과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고.
‘하루 한 알의 사과는 의사를 멀리하게 한다(An apple a day keeps the doctor)’는 독일 속담이 있다. 대신 이곳은 ‘하루 한 권의 책이면 실감 나는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의미의 ‘A book a day keeps reality away’가 좌우명이다. 이게 대체 무엇을 뜻하는 걸까? 이 말의 깊은 뜻을 직접 체험해보고 싶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잡힌 유럽 여행에서 이 카페에 꼭 한번 들러보자.


에디터 이영균(youngkyoon@noblesse.com)
Jung Mi Chai(독립 큐레이터, 디스쿠어스 베를린 대표)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