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or & Britain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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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8-22

Dior & Britain

프랑스를 대표하는 하이패션 하우스 디올이 2017년 크루즈 컬렉션 쇼 초청장과 함께 영국으로 <노블레스>를 초대했다. 영국과 디올. 그 사이에 새롭게 채울 이야기 여정에 동행했다.

크루즈 컬렉션 쇼를 펼친 블레넘 궁전


영국의 펍 문화를 반영해 마련한 ‘더 레이디 디올’ 펍



6월을 코앞에 두고도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런던이다. 14년 전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부분적으로 리뉴얼 작업이 한창인 호텔 ‘더 버클리(The Berkeley)’에 여장을 풀자마자 부랴부랴 메이페어 중심부에 자리한 마운트 스트리트로 향했다. 디올이 깜짝 이벤트로 준비했다는 팝업 공간을 방문하기 위함이다. 디올 코리아 홍보부장의 안내를 따라 도착한 곳은 정통 영국식 펍으로 명성이 자자한 오들리(The Audley). 그런데 오들리라는 이름은 온데간데없고, 외관을 이루는 유리창과 초록색 차양, 간판 속에서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여인이 일행을 반기는 것이 아닌가. 블랙 글러브를 낀 손에 CD 로고를 새긴 맥주잔을 쥐고 고고하게 서 있는 여인은 바로 뉴룩의 시대를 연 바 슈트(Bar Suit) 차림의 ‘레이디 디올’이다. 하루 동안 ‘더 레이디 디올(The Lady Dior)’ 펍으로 탈바꿈한 이곳의 주인장으로 변신, 2017년 디올 크루즈 컬렉션 쇼의 전야를 흥겹게 달구느라 여념이 없었다. 여유롭게 맥주잔을 기울이며, 가라오케 박스 앞에서 입을 모아 아바의 ‘댄싱 퀸’을 외치는 초대 손님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진정한 코즈모폴리턴 도시 런던의 한 장면으로 기억될 순간이 펍 곳곳에서 펼쳐졌다. 한편, 런던 입성을 환영하는 디올의 깜짝 선물은 디지털 세상에서도 만날 수 있었는데, ‘Dior in London’ 미니 애플리케이션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간결하고 세련된 구성의 콘텐츠를 통해 디올과 영국의 특별한 인연을 친절하게 소개할 뿐 아니라, 런던 시티 가이드는 물론 위트 넘치는 포토그래퍼 역할까지 자처하며 런던 속 디올을 어필했다. 보는 재미가 쏠쏠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 이렇게 디올이 추구하는 하이패션 속 모던한 감각은 온·오프 세상을 넘나들며 다음 날 공개할 크루즈 쇼에 대한 기대를 더욱 부추겼다. 디올이라는 이름으로 60여 년 만에 다시 찾은 블레넘(Blenheim) 궁전에서 과연 어떤 컬렉션으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을지 말이다.




하우스 오브 디올 내부. 남녀 컬렉션은 물론 메종 컬렉션과 베이비 디올 컬렉션까지 디올 특유의 우아한 감각이 깃든 창조적인 세계를 만끽할 수 있다.



금방이라도 빗방울이 떨어질 듯 잔뜩 찌푸린 하늘. 예외 없는 런던의 짓궂은 날씨를 다시금 실감하며 서둘러 블레넘 궁전이 아닌 뉴본드 스트리트로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디올의 새로운 부티크, 하우스 오브 디올 런던. 6월 3일 그랜드 오프닝을 앞두고 전 세계 프레스를 초대해 프리뷰 시간을 마련한 덕분에 오후에 열릴 크루즈 쇼에 참석하기 전 미리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4층 규모의 하우스 오브 디올 런던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디올 메종(홈) 컬렉션을 온전히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부티크는 최초이자 단독으로 풀 버전의 디올 메종 컬렉션을 공개해 특별함을 더했는데, 디올 하우스의 상징적 프레이그런스에서 영감을 얻어 완성한 티 셀렉션을 비롯해 골드 쿠튀르 스티치로 장식한 크리스털 글라스웨어와 루시 드 라 팔레즈(Lucie de la Falaise)의 피크닉 세트, 제롬 파양-뒤마(Jerome-Faillant-Dumas)의 실내 장식품, 지베르토 아리바벤(Giberto Arrivabene)의 글라스 컬렉션 등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 디자이너와 협업해 제작한 리미티드 에디션이 갓 탄생한 부티크에 더욱 감성적이고 감각적인 느낌을 불어넣고 있었다. 디올 정신을 바탕으로 무슈 디올의 파리 저택 밀리-라-포레와 프로방스에 자리한 라 콜 누아르 성에서 발견할 수 있는 세련미를 구현한 점이 남달라, 내 집에 들이고 싶은 물건이 하나둘이 아니다. 더불어 이번 오프닝을 기념하며 선보인 아티스트 협업 백 에디션도 이 부티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스페셜 피스. 현대미술가 마크 퀸(Marc Quinn)이 재해석한 레이디 디올 백(물론 한정 생산 제품이다)과 액세서리가 그것으로, 극도로 리얼리스틱한 색채로 완성한 그의 작품을 디올 백으로 재구성해 선보였는데, 독창성이 단연 돋보였다. 이외에도 여성용 레디투웨어를 시작으로 백과 슈즈를 비롯한 액세서리, 주얼리와 타임피스, 프리미엄 향수 존, 베이비 디올과 옴므 컬렉션 등 디올의 창조적 세계를 총망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데다 영국에서는 처음으로 디올 옴므 컬렉션의 세미 맞춤 서비스를 위한 특별한 공간까지 갖춘 하우스 오브 디올 런던. 이쯤 되면 근사한 디올 테마파크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


오프닝을 기념해 특별히 선보인 마크 퀸과의 협업 에디션


부티크의 세련된 외관과 어우러진 까나쥬 패턴을 입은 컨셉트 자동차가 위트를 더한다.


역무원의 안내에 따라 블레넘행 디올 익스프레스에 탑승 중인 초대 승객


블레넘 디올 익스프레스 내부 전경. 특급 열차 특유의 클래식하고 격조 있는 분위기가 눈에 띈다.


부슬비와 함께 찾은 곳은 런던 중앙역. ‘블레넘 디올 익스프레스(Blenheim Dior Express)’라 새긴 그레이 재킷과 검은 모자를 말끔히 차려입은 역무원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그가 탑승을 안내한 열차는 디올 익스프레스. 디올이 미리 준비해놓은 블레넘 궁전행 특급열차다. 마치 소설 속 주인공인 된 듯 우아하고 격조 있는 이 특급열차의 식당칸 한편에 자리를 잡았다. 과거로 돌아가는 듯한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 사이 아름다운 테이블 위엔 점심이 차려졌고, 차창엔 물기를 머금은 초록빛 자연풍광이 유유히 스쳐 지나갔다. 2시간 30분 남짓한 시간이 흘렀을까. 드디어 목적지인 블레넘 궁전이 자리한 영국 옥스퍼드 주의 우드스톡에 다다랐다. 역 앞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검은색의 근엄한 에스코트 차량을 타고 다시 30여 분 동안 좁은 골목골목을 통과하고 오솔길을 지나자 눈앞에 펼쳐진 것은 녹음이 우거진 전원에 둘러싸인 블레넘 궁전의 웅장한 자태다. 62년 전, 무슈 디올이 영국의 마거릿 공주 앞에서 첫 번째 쇼를 펼쳐 보인 바로 그곳이다. 궁전 왼편에선 크루즈 컬렉션 쇼 개최를 축하하고 초대 손님들을 환영하는 듯 절도 넘치는 근위병의 합주를 통해 영국의 국가 ‘갓 세이브 더 퀸(God save the Queen)’에 이어 프랑스의 국가 ‘라 마르세예즈(La Marseillaise)’가 울려 퍼졌고, 중앙 계단에선 블랙 턱시도 차림의 매너남들이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우산을 씌워 에스코트하며 방문객을 정성스레 맞이했다. 궁전 안에 들어서자 나타난 커다란 홀. 이곳에는 1954년 F/W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서 선보인 아홉 벌의 드레스를 전시해놓았는데, 1958년 11월에 블레넘 궁전에서 두 번째로 펼친 디올 패션쇼와 관련된 문헌과 사진 등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도 함께 전시해 이번 크루즈 쇼의 역사적 의미를 더했다.


블레넘 궁전의 웅장함과 조화를 이뤄 진한 감동을 전한 쇼 피날레 장면


디올 2017년 크루즈 컬렉션 룩


쇼가 끝난 후 즐길 수 있도록 궁전 안의 홀에 준비한 애프터눈 티 파티 테이블



오후 5시 30분, 블레넘 궁전에 연이어 자리한 살롱과 서재에 환하게 불을 밝히자 영국의 록밴드 라디오헤드(Radiohead)의 최신곡 ‘번 더 위치(Burn the Witch)’가 회랑을 타고 리드미컬하게 흘러나왔다. 그리고 관람객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사냥 모티브를 프린트한 런웨이 카펫 위로 2017년 디올 크루즈 컬렉션의 첫 번째 룩인 H라인 실루엣의 레이어링 룩이 등장했다. 디올 스튜디오의 두 디렉터, 루시 마이어(Lucie Meier)와 세르주 뤼피외(Serge Ruffieux)가 함께 탄생시킨 이번 컬렉션은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자유로우면서도 우아한 실루엣을 창조하는 현대 여성에게 헌정하는 룩이 주를 이뤘다. 사냥복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레드 컬러 룩, 디올 특유의 DNA라 할 수 있는 구성미가 돋보이는 의상, 아프리카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프린트를 비롯해 영국 특유의 감성을 전하는 번아웃 벨벳 소재와 투박한 트위드, 전원의 향을 풍기는 포플린 소재 그리고 자카드 위에 펼친 사냥 모티브 패턴과 들판의 부케 문양, 섬세한 자수 장식 등…. 파리의 향취를 담은 디테일과 실루엣을 영국식 감성으로 재해석했다고 표현해야 할까. 가장자리와 둥근 포켓을 트라페즈 장식 처리한 쇼트 코트와 보디라인에 밀착된 스트라이프 패턴 니트는 1960년대의 스윙잉(swinging) 런던 패션을 연상시키는가 하면, 부드럽게 흐르는 실루엣과 꽃 모티브, 플라운스 디테일, 깊숙이 데콜테 라인을 강조한 1970년대 룩은 무슈 디올의 영원한 영감의 원천인 어머니에게 영향을 받은 듯한 벨에포크 시대를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1947년에 탄생한 뉴룩에 경의를 표하는 의상도 선보여 눈길을 끌었는데, 무슈 디올이 사랑한 트위드와 프린스 오브 웨일스 체크 모티브를 재구성한 다채로운 패턴에 프린지 디테일을 가미해 새로운 감각으로 풀어낸 점이 도드라졌고, 전설적인 바 재킷은 몸에 꼭 맞는 형태의 매끈한 실루엣이나 히프 주변에 플리츠 장식을 덧대어 륨감을 강조한 라인으로 재탄생시켜 컬렉션 전체를 아우르는 세련미와 창성에 정점을 찍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양념을 더하는, 커팅 장식에서 기인한 건축적 균형감을 재해석해 표현한 매듭 장식과 드로스트링, 스카프 효과를 더한 풀린 리본으로 연출한 디테일도 이번 컬렉션을 관통하는 포인트 요소다. 레이어링의 미학, 강렬한 컬러와 패턴, 모던한 감각이 조화를 이룬 이번 컬렉션은 마치 고고한 파리지앵이 영국 특유의 자유분방한 스타일을 기꺼이 받아들여 형식을 뛰어넘는 소통의 미학의 본보기를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국에서 네 번째(블레넘 궁전에서는 세 번째)로 펼친 디올 패션쇼로 록될 이번 크루즈 컬렉션 쇼는 무슈 디올과 그의 애정이 깃든 나라 국의 특별한 인연에 헌정하는 오마주 무대로 오래도록 깊은 잔상을 남겼다.


모던한 터치를 더한 독창적인 디테일로 시선을 끈 백과 액세서리


에디터 | 유은정 (ejyoo@noblesse.com)
사진 제공 | 디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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