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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2015 FASHION

This is Super Complication!

  • 2015-10-23

57가지 컴플리케이션 기능과 이를 위해 케이스를 빼곡하게 채운 2826개의 부품, 3명의 마스터 워치메이커가 몰두한 8년의 제작 시간. 수치만으로도 경이로운 Ref. 57260은 메종 바쉐론 콘스탄틴이 창립 260주년을 맞아 선보인, 시계 역사에 다시없을 역작이다. 말 그대로 슈퍼 컴플리케이션의 역사를 다시 쓴 셈! 유일무이한 이 시계가 베일을 벗은 9월 17일, 한국 매체로는 유일하게 초대받은 <노블레스>가 그 현장을 생생하게 전한다.

Ref. 57260은 바쉐론 콘스탄틴이 완성한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시계다. 케이스 앞뒤를 이용해 2개의 다이얼을 두고 총 57가지 컴플리케이션 기능을 담았다.

9월 16일, 제네바에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파리행 비행기 안. 에디터는 한국에서 최초로 그리고 유일하게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시계를 만날 생각에 좌석에서 엉덩이를 몇 번이고 들썩였다. 그 어떤 정보도 없었다. 단지 설립 2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바쉐론 콘스탄틴이 8년의 준비 과정을 거쳤다는 짤막한 이야기만 전해 들었을 뿐이다. ‘손목시계일까? 부품의 수는 얼마나 될까? 그리고 시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모든 기능을 탑재한 걸까?’ 머릿속은 새로운 걸작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한편 긴 비행시간 덕에 이들의 역사에 대해서도 반추했는데, 바쉐론 콘스탄틴은 1755년 명민한 워치메이커 장-마르크 바쉐론이 제네바의 중심가에 워크숍을 세우며 역사의 포문을 열었고, 1819년 유능한 전략가이자 사업가인 프랑수아 콘스탄틴(Francois Constantin)이 가세하며 명성을 쌓았다. 이후 팬토그래프(시계에 사용하는 핵심 부품을 대량생산하는 기계) 발명(1839년), 국제 박람회 대상 수상(1914년), 세계에서 가장 얇은 수동 기계식 손목시계 출시(1955년), 탄생 250주년을 맞아 당시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시계 기록을 세운 뚜르 드 릴 발표(2005년) 등 시계 역사상 굵직한 사건으로 260년의 연대기를 가득 메웠다. 메종의 역사는 사실 홈페이지에서 클릭 몇 번으로 챙길 수 있는 다소 고리타분한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되짚은 후 든 생각은 유구한 역사가 없었다면 현재 최상의 기술력과 완벽한 마감, 세공 기법을 보유한 시계를 만들 수 없을 거라는 사실, 그리고 역사는 전통의 하이엔드 매뉴팩처 브랜드 자리를 지키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사실이었다.

 




제네바의 플랑레와트에 위치한 바쉐론 콘스탄틴 매뉴팩처. 2004년 완공해 파인 워치메이킹의 본거지로 활약하고 있다.




시계 탄생의 주역. 왼쪽부터 메종의 리테일 디렉터 도미니크 베르나즈, 3인의 마스터 워치메이커인 야닉 핀투스, 미케 핀투스, 장 루크 페린, 그리고 바쉐론 콘스탄틴의 CEO 후안-카를로스 토레스




칼리버 3750의 복잡한 모습. 지름 76mm, 두께 31mm에 달하는 거대 무브먼트다.




무브먼트의 심장부인 혼천의 입체 투르비용

설립 260주년을 맞이해 베일을 벗은 Ref. 57260
정확하게 탄생 260주년이 된 2015년 9월 17일 오후 1시 30분. 각국에서 초청한 기자단이 시계를 보기 위해 매뉴팩처가 있는 제네바 외곽의 플랑레와트로 모였다(같은 시각 중국 상하이에서 바쉐론 콘스탄틴의 설립 26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행사를 진행했고, 그곳에서도 시계 공개를 기다리고 있었다). 참고로 플랑레와트는 바쉐론 콘스탄틴을 비롯해 시계 명가의 매뉴팩처가 집결한 지역으로, 그래서인지 시계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플랑레와치’란 애칭으로도 불린다. 기자들은 매뉴팩처 3층에 자리한 너른 회의 공간을 금세 메웠고 CEO 후안-카를로스 토레스의 환영 인사와 함께 행사를 시작했다. “엠바고(embargo, 보도 시점 제한)가 마침내 끝났군요! 이날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모릅니다. 1kg에 달하는 우리의 아기(baby)가 드디어 세상에 나왔습니다. 설립 260주년을 맞은 오늘 이 특별한 모델을 공개하고, 이 순간을 함께 나눌 수 있어 개인적으로도 무척 영광스럽습니다.” 특유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힘 있는 목소리 덕분에 엄숙한 분위기는 사라진 지 이미 오래고, 사람들 모두 그의 언변에 빠져들었다. 그의 말처럼 이 시계는 크고 묵직한 회중시계였다. 시계의 이름은 ‘Ref. 57260’. 57가지 기능을 보유했고, 메종의 설립 260주년을 기념하는 이름이다. 그런데 같은 의미를 지니고 SIHH를 통해 공개한 ‘하모니’ 컬렉션처럼 별도의 이름 없이 제품 번호만 부여한 것이 의아했다. “사실은 이름 찾기에 몰두했습니다. 그런데 쉽지 않더군요. 그래서 직관적으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57가지 기능을 갖춘 유일무이한 시계 그리고 260년의 세월 동안 한 번도 명맥이 끊기지 않고 시계를 제작한 메종의 시간을 뜻하는 ‘57260’. 이것이야말로 이 시계에 걸맞은 이름이었죠.” 실제 시계를 만나기에 앞서 이를 기념하는 특별한 영상을 접했다. ‘전설’이라 불린 4점의 컴플리케이션 워치(이집트의 왕 푸아드 1세와 그의 아들인 파루크 1세, 모나코의 부아루브레 백작 그리고 자동차왕인 미국의 제임스 워드 패커드가 소유한 시계)이야기에 이어 모습을 드러낸 Ref. 57260 회중시계. 영상 자체에 화려한 기교는 없지만 보는 순간 무언가 뭉클한 전율을 느꼈는데, 글을 쓰는 지금 돌이켜보면 먼 미래까지 길이 남을 대작을 마주한다는 설렘 때문이었던 것 같다. 드디어 실제 모델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성인의 손바닥을 채우고도 남을 큰 케이스에 빼곡하게 들어찬 바늘을 보자니, 무엇보다 이를 설계하고 조립한 워치메이커의 내공이 느껴졌다.
본격적인 시계 탐구(?)에 앞서 그 탄생 배경을 살짝 공개하면, Ref. 57260은 완성과 동시에 주인의 손에 전달된 작품이다. 즉 애호가의 제작 의뢰에 따라 메종이 오랜 시간 공들여 완성한 것. 익명의 의뢰자는 그 어떤 시계 카탈로그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극도로 복잡한 시계를 원했고, 바쉐론 콘스탄틴은 그의 생각을 현실에 옮기기 시작했다. 그것이 8년 전의 일이며, 3명의 마스터 워치메이커가 그 긴 시간 시계 하나를 위해 매달렸다. 아티스틱 디렉터인 크리스티앙 셀모니의 지휘 아래 디자인 작업도 이어나갔다. 이렇게 탄생한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시계! 공교롭게도 브랜드의 탄생 260주년을 축하하는 날 베일을 벗어 더욱 뜻깊다. 수십 명의 기자단이 모인 탓에 시계의 작동 과정은 거대한 스크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보세요. 컴플리케이션이 유려하게 작동합니다. 이 시계는 실제 작동하는 진짜 마스터피스입니다. 녹화한 장면이 아닙니다.” CEO의 말에 행사장은 경의에 찬 탄성과 함께 웃음과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1 스트라이킹 메커니즘 해머가 무브먼트 가장자리를 둘러싼 공을 때리며 소리를 내는 스트라이킹. 이 복잡한 메커니즘은 가장 복잡한 시계 제작을 위한 필수 요소다. 영국 런던의 빅벤 소리를 내는 웨스트민스터 차임쯤은 기본 사양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주목해야 할 기능은 ‘나이트-타임 사일런스’로 밤 10시부터 아침 8시까지 자동으로 차임 기능이 소거된다.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시간을 미리 설정해둔 덕분.
2 더블 레트로그레이드 라트라팡트 2개의 크로노 핸드가 일정 구간 시간의 흐름을 연속적으로 측정하는 라트라팡트는 보통의 크로노그래프와 달리 제작하기 쉽지 않은 컴플리케이션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데 이 기능을 ‘세계 최초’로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구현했다. 버튼을 눌러 라트라팡트 기능을 실행하면 2개의 바늘이 만나는 일 없이 다이얼 가장자리에서 각각 움직이며, 60초가 되는 동시에 원점으로 되돌아간다. 이로 인해 일정 구간, 시간의 흐름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또 쉽게 읽을 수 있다.
3 히브리 퍼페추얼 캘린더 유대인이 사용하는 캘린더인 만큼 이해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시계 제작을 의뢰한 이가 유대인임을 알 수 있는 대목!). 우리가 사용하는 그레고리력과 달리 히브리력은 기원전 3760년을 기준으로 날짜를 계산하며 이들의 새해는 9월에 시작한다. 다시 말해 유대인에게 2015년은 3760년을 더한 5775년이고(6시 방향의 연도 창으로 확인 가능), 2015년 9월은 5776년의 첫 달인 셈! 단순한 계산법으로도 골치 아픈 이 히브리 캘린더를 시계의 메커니즘에 접목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이얼 상으로도 무척 복잡해 보인다. 하지만 바늘 끝이 정확하게 인덱스를 가리키는 덕에 가독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
4 혼천의(渾天儀) 입체 투르비용 이 시계를 위해 새롭게 개발한 구 형태의 입체 투르비용. 투르비용 메커니즘이 시각적으로 우아해 보일 뿐 아니라 정확도까지 향상시킨다. ‘혼천의’란 이름이 붙은 건 서로 맞물리는 헤어스프링과 케이지의 모습이 고대 천체의 운행과 그 위치를 측정하는 천문 관측기와 흡사하기 때문. 다이얼 뒷면 6시 방향에 위치했고, 그 위에 자리한 별자리 차트와 어우러져 신비한 느낌을 자아낸다.

57가지 기능을 구사하는 유일무이한 작품
다소 복잡하지만 Ref. 57260의 기능을 지나칠 수는 없는 법! 꼬박 8년의 세월을 투자한 만큼 시계의 기능은 가히 독보적이다. 먼저 시계의 외관을 살피면 회중시계 형태로 케이스의 앞과 뒤를 모두 다이얼로 사용하는 더블 다이얼 스타일이다. 케이스의 소재는 화이트 골드, 사이즈는 지름 98mm, 두께 50.55mm에 이르는 보기 드문 큰 시계다.
시계의 앞면에는 바늘의 회전축을 달리하는 레귤레이터 형태의 시·분·초(일반적 시간)가 있고, 일정 구간의 시간 흐름을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라트라팡트(더블 크로노그래프), 소리로 시간을 알리는 스트라이킹 메커니즘과 알람 기능, 월령과 문페이즈, 19년을 기본 단위로 하는 메톤 주기(Metonic cycle)의 원칙을 따르는 히브리(Hebraic) 퍼페추얼 캘린더를 탑재했다. 한편 시계의 뒷면에는 일반적 퍼페추얼 캘린더(그레고리언), 월드 타임, 별자리 차트, 균시차(태양시와 표준시 사이의 불일치) 표시 기능, 낮과 밤의 길이 표시, 요일, 혼천의(armillary) 입체 투르비용 등을 담았다. 그리하여 시계 다이얼에 얹은 시곗바늘의 개수는 31개, 사용한 디스크는 12장, 주얼 스톤은 242개이며, 처음 선보인 컴플리케이션 기능은 10가지에 달한다. 그 모든 기능을 열거할 순 없지만 주목할 만한 부분을 짚고자 한다.

 




1 Pocket Watch for James Ward Packard(1919) 패커드 모터 컴퍼니의 설립자이자 클래식 카의 황제로 불리는 제임스 워드 패커드의 의뢰로 제작한 모델로 메종의 완벽한 장인정신을 여실히 보여주는 제품 중 하나로 손꼽힌다. 다이얼을 봐서는 지극히 심플한 기능을 갖췄을 것 같지만, 내부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복잡한 무브먼트가 자리했다. 크로노그래프, 프티 소네리와 그랑 소네리를 포함한 스트라이킹이 주요 기능. 케이스는 20캐럿의 묵직한 골드를, 다이얼을 덮는 글라스는 천연 수정을 사용해 더욱 진귀하다.
2 Pocket Watch for King Fouad(1914) 이집트 왕 푸아드 1세를 위해 이집트 주재 스위스인이 헌사한 시계. ‘왕의 시계’는 작년까지만 해도 메종이 만든 두 번째로 복잡한 시계였다고(발표 당시에는 가장 복잡한 시계였다). 지금도 소수의 매뉴팩처만 구현할 수 있는 더블 크로노그래프와 스트라이킹 기능을 한데 담았고, 문페이즈를 포함한 퍼페추얼 캘린더까지 더했다. 한편 12시 방향의 디지털 형태 날짜와 요일 디스플레이는 당시 유행을 반영한 것. 시계는 2005년 경매에서 330만 스위스프랑(약 40억 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3 Pocket Watch for King Farouk(1946) 다이얼마저 금빛을 입은 포켓 워치. 당시 열다섯 살이던 파루크 왕자(푸아드 왕의 아들)에게 제네바 정부가 선물한 시계로 20세기에 바쉐론 콘스탄틴이 제작한 유일한 알람시계 2개 중 하나라 더욱 가치가 큰 모델이다. 시계의 지름은 80mm로 사실 포켓 워치라기보다는 케이스에 두고 사용하는 클록에 가깝다.
4 Pocket Watch for Count Guy de Boisrouvray(1948) 3개의 해머가 공을 쳐서 소리를 내는 카리용 미니트리피터, 퍼페추얼 캘린더, 더블 크로노그래프. 하이 컴플리케이션 기능을 응집한 이 시계의 주문자는 모나코의 기 드 부아루브레 백작이다. 그는 진귀한 주얼리나 인상파 거장의 작품 수집가로 유명했는데, 1948년 메종의 이 특별한 시계를 손에 넣으며 시계로까지 수집의 영역을 넓혔다. 메종이 20세기에 제작한 유일한 알람시계 2개 중 나머지가 바로 이 모델! 뚜껑이 달린 헌팅 케이스도 시계의 가치를 더한다.

나만을 위한 완벽한 시계를 만들다
Ref. 57260은 익명의 의뢰자가 주문한 후 그의 요구 사항에 맞춰 완성한 마스터피스다. 특정 컬렉션도 아니고, 비슷한 제품도 없으니 당연히 카탈로그에도 수록되지 않는다. 단지 고객의 요구와 그 요구를 경청하는 귀만 있을 뿐이다. 사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설립 직후부터 고객 맞춤형 시계를 만들어왔는데, 고객이 원하는 기능을 시계에 담고 주문한 이의 취향과 기호를 시계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특히 18세기의 특권층은 단 하나뿐인 시계를 손에 넣기 위해 명성 높은 장인을 직접 찾아 나서기도 했다고. 이러한 제네바의 옛 워치메이킹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바쉐론 콘스탄틴은 2006년 ‘아틀리에 캐비노티에(Atelier Cabinotiers)’ 부서를 꾸리고, 커스텀 메이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참고로 캐비노티에는 벽장을 뜻하는 캐비닛에서 파생한 단어로, 1600년대에 빛을 최대한으로 받기 위해 건물 꼭대기에 차린 워크숍을 칭한다. 그간 이 서비스를 통해 시계 애호가의 다양한 주문이 쏟아졌는데, 일례로 역사광인 한 고객은 다이얼에 그랑푀 에나멜링으로 미술품 중 하나를 복제해줄 것을 요구했고, 다른 고객은 1년에 단 한 번 사랑하는 이의 생일에만 차임이 울리는 시계를 주문했다고 한다. 아주 간단한 시계부터 대담한 그랑 컴플리케이션까지 고객의 요청에는 한계가 없지만, 이것을 진짜 작품으로 만들려면 아틀리에 캐비노티에에서 특별히 설립한 윤리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제작 기간은 최소 8개월, Ref. 57260 모델처럼 수년이 걸릴 수도 있고, 가격은 제작 전에 이미 결정된다고.
위에 소개하는 시계는 바쉐론 콘스탄틴의 전설적 컴플리케이션 포켓 워치인 동시에 컬렉터의 특별 주문을 통해 완성한 작품. 주문자가 원하는 기능을 담았기에 지금까지도 세상에 단 하나뿐인 매우 독특한 타임피스로 남았다.


에디터 이현상 (ryan.lee@noblesse.com)
사진 제공 바쉐론 콘스탄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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