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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2015 FASHION

A Deep Rooted Tradition & Passion

  • 2015-11-23

오랜 시간 관심을 모으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탈리아 발렌차에 위치한 다미아니의 공방에서 그 까닭을 확인했다.

60여 년을 다미아니의 공방에서 일해온 장인 산테 리체토가 주얼리를 세공하는 모습

벨에포크. 향수를 자극하는 단어다. 그 의미가 예술과 문화가 번성한, 이른바 ‘좋은 시대’라 불리는 1900년대 초 유럽의 중심지 파리를 대변하기 때문. 그 덕분에 이를 떠올리며 찬란한 한때를 향한 꿈을 품는 것은 새삼 놀라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흥미로운 사실이 있으니, 벨에포크 시대와 주얼리가 전하는 이미지가 사뭇 닮았다는 거다. 진귀한 보석으로 만든 섬세한 주얼리는 갖고 싶다고 아무나 소유할 수 없고 높은 가치와 황홀한 반짝임으로 사람들의 동경을 사니까. 그렇다면 벨에포크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다미아니의 벨에포크 컬렉션은 어떤가. 선명한 유색석으로 꾸민 클래식한 디자인의 보석은 풍요로운 역사의 한 시대에 대한 오마주를 품고 기품 있는 광채로 여인의 마음을 홀린다. 물론 뜨거운 인기를 끄는 컬렉션은 아니지만 10년 전에도, 지금도 한결같이 관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는 분명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지난가을 밀라노 근교에 위치한 다미아니의 주얼리 공방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공방은 밀라노에서 차로 1시간이 조금 넘게 걸리는 소도시, 발렌차(Valenza)에 있었다. 여기서 잠깐 발렌차에 대해 설명하면, 다양한 브랜드의 보석 공방이 자리해 주민의 다수가 이에 종사하는, 이탈리아에서 주얼리 제작에 관한 기술력으로 특화된 곳이다. 그 덕분에 발렌차에서 제작한 제품은 그 이름만으로 품질에 대한 신뢰를 얻는다. 다미아니의 공방은 고가의 보석을 다루는 공간인 만큼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실험실 혹은 독서실처럼 조용하고 정돈된 모습이랄까. 브랜드의 모든 주얼리는 밀라노에 있는 본사 사무실과 이곳을 오가며 총 6단계를 거쳐 제작되는데, 그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순서는 다음과 같다.




벨에포크 컬렉션

1 2차원 디자인을 3차원 디자인으로
밀라노 본사의 스튜디오에서 보내온 제품 디자인을 첨단 소프트웨어를 통해 3D 형태의 석고 모형(prototype)으로 제작한다. 디자인을 실제 주얼리로 완성했을 때의 예상 크기와 두께, 사용한 기술과 제작 시간 등을 모두 가늠해볼 수 있는 과정이다. 이때 완성한 석고 모형을 가지고 실제 주얼리 가공 시 필요한 금형, 주물 틀을 만든다.

2 왁스 모형 만들기
1의 과정을 통해 만든 주물 틀에 액체 왁스를 주입해 굳히면 반지 또는 펜던트의 프레임 부분 왁스 모형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든 왁스 모형 여러 개를 원통형 기둥에 붙여 일명 나무(tree)를 제작한다.

3 보다 정밀한 주조 준비
2에서 만든 나무를 특별히 고안한 원형 틀에 넣고 석고를 부어 코팅한다. 그다음 200℃로 5시간 가열하면 틀 안의 왁스가 완전히 녹고 석고 틀만 남는다. 이것을 다시 700℃로 10시간 구워 더욱 강한 내열성을 갖춘다. 그 틀에 1000℃로 가열해 녹인 금물을 붓고 굳힌 후 석고를 제거하면 드디어 주얼리의 형태를 갖춘 골드 프레임만 남는다.

4 책상 위의 공정
앞선 과정을 통해 어느 정도 주얼리의 형태를 갖춘 제품을 금세공 장인이 드릴과 줄을 포함한 도구를 이용해 본격적으로 용접, 연마, 광택 등의 작업을 거쳐 다듬는다. ‘950 Platinum’과 같이 주얼리의 순도를 알려주는 표식은 이때 금세공 장인의 확인과 감독 아래 새기는 것.

5 보석의 세팅
일련의 과정을 통해 완성한 골드 프레임에 브랜드 소속 보석 학자들이 엄선한 루비, 에메랄드, 아콰마린, 오닉스, 다이아몬드 같은 보석을 세팅한다. 세공사들은 여전히 전통적 기법을 고수하며 전 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것이 특징.

6 로듐 도금
화이트 골드나 플래티넘 소재 주얼리는 금속 표면에 매우 얇게 로듐을 코팅한다. 강도와 광택이 향상되기 때문. 여기까지 과정을 거치면 우리가 부티크에서 만나는 주얼리의 모습을 갖추는데, 이때 다시 한 번 심화된 품질 검사를 진행해 이를 통과한 제품만 고객에게 소개한다.

 






디자인 단계부터 주얼리가 탄생하기까지 간단하게 축약해 설명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를 속성으로 지켜보는 데도 반나절이 훌쩍 지났다. 그러니 실제 주얼리 완제품 하나가 완성되기까지는 더 많은 수고가 필요할 터.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이곳에 속한 장인이었다. 다미아니가 탄생한 1924년부터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아들까지 대를 이어 이곳에서 일하는 장인 가족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기 때문. 주얼리를 세팅하고 있는 사진 속 산테 리체토(Sante Rizzetto)장인 역시 아들과 손자 모두 이곳에서 일한다고 했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다미아니의 주얼리에는 이들이 대물림해온 기술력과 직업 의식이 그대로 녹아 있을 테니. 그리고 이러한 이유로 지금껏 그래왔듯 그 가치를 아는 이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이어질 게 분명해서다.


에디터 서재희 (jay@noblesse.com)
사진 제공 다미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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