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디자인 위크의 다섯가지 키워드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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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11

밀란 디자인 위크의 다섯가지 키워드

밀란 디자인 위크 현장 리포트.

유로쿠치나 섹션의 빕(Vipp).
격년마다 열리는 주방 전시 유로쿠치나에 참가한 밀레(Miele).
살로네 델 모빌레가 열리는 피에라 밀란 전경.
신진 디자이너의 작품을 소개하는 살로네사텔리테.
데이비드 린치가 고안한 ‘생각의 방’.
살로네 인테르나치오날레 델 모빌레 섹션의 플로(Flou).
국제 욕실 특별전의 아르비 아레도바뇨(Arbi Arredobagno).


여전히 건재한 가구 박람회
매년 4월이면 이탈리아 밀란는 거대한 디자인 전시장으로 변신한다. 도심과 근교 곳곳에서 감각적이고 세련된 디자인 전시와 행사가 연이어 펼쳐지기 때문. 그 중심에 세계 최대 규모의 가구 박람회 ‘살로네 델 모빌레(Salone del Mobile)’가 있다. 밀란 도심에서 약 30km 떨어진 전시장 피에라 밀란에서 열리는 페어로, 1961년 시작해 올해로 62회를 맞이하기까지 끊임없는 도전과 실험을 통해 전 세계 가구 및 디자인 분야의 트렌드를 이끄는 브랜드를 한자리에 모이게 했다. 행사 시기에 맞춰 도심의 팔라초와 쇼룸 등에서 별도로 진행하던 이벤트가 점차 늘어나며 이제는 장외 전시 비중이 상당히 커졌지만, 여전히 살로네 델 모빌레는 밀란 디자인 위크의 중심축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약 17만4000m² 전시 공간에 35개국의 1950여 개 업체가 부스를 마련한 올해는 ‘디자인은 어디로 진화하는가?(Where Design Evolves?)’를 주제로 반세기 이상 진화해온 박람회의 본질에 주목했다. “살로네 델 모빌레는 트렌드의 최전선에서 진화와 혁신을 포착했다. 신경 과학 실험 결과를 기반으로 한 전시장 레이아웃, 일관성 있는 다학제적 프로젝트, 푸드 디자이너 및 아티스트와의 협업 등을 통해 현장을 찾은 모든 이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살로네 델 모빌레 회장 마리아 포로(Maria Porro)의 설명이다. 이러한 취지에 맞춰 이탈리아 건축 스튜디오 롬바르디니22(Lombardini22)가 사람들의 감정에 기반한 행동과 무의식적 반응을 분석해 전시장의 새로운 동선과 레이아웃을 구상했다. 현장에서 보니 미로처럼 이어지는 동선 대신 중앙부의 메인 통로를 중심으로 상점이 늘어서듯 양쪽으로 부스가 자리해 실제로 효율적인 관람이 가능했다. 디자인 트렌드를 목격하고 진화 현장을 경험하게 해줄 프로그램도 다채롭게 마련했다.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David Lynch)가 좁은 공간에서 일상 속 디자인을 끌어내기 위해 고안한 ‘생각의 방(Thinking Room)’, 아프리카인 최초로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 프랑시스 케레(Francis Kere)의 강연 등이 특히 주목받았다. 글로벌 리빙 브랜드의 신제품이 한데 모이는 섹션 ‘살로네 인테르나치오날레 델 모빌레(Salone Internazionale del Mobile)’에서는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었다. 부스 자체가 거대한 설치 작품 같았던 에드라(Edra), 카르텔(Kartell), 몰테니앤씨(Molteni&C) 등의 입구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기도 했다. 제품 라인업 중에는 몇 년 사이 꾸준히 화두가 된 ‘지속가능성’, ‘크래프트맨십’과 함께 신소재를 적용하거나 전통 소재를 재해석하는 등 ‘소재의 변주’를 반영한 아이템이 눈에 띄었다. 한편 올해는 1974년에 시작해 2년마다 진행하는 주방 전시 ‘유로쿠치나(EuroCucina)’와 2006년부터 격년으로 개최되는 ‘국제 욕실 특별전’도 열렸다. 주방과 욕실 분야에서 머지않은 미래에 대세가 될 디자인 요소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로, 양쪽 모두 스마트 기술을 접목한 개인 맞춤형 디자인이 강세를 보였다. 신진 디자이너 등용문으로 통하는 ‘살로네사텔리테(Salonesatellite)’는 올해 25주년을 맞아 ‘1998년부터의 디자인 연결(Connecting Design Since 1998)’을 주제로 내세웠다. 37개국 600여 명 디자이너의 참신한 작업을 통해 미래 디자인을 엿볼 수 있었다. 하루를 꼬박 둘러봐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할 만큼 다채로운 콘텐츠로 가득한 피에라 밀란에서 여전히 건재한 것은 물론 계속 발전 중인 살로네 델 모빌레의 현재를 목격했다.







디자인 스페이스 알룰라의 공간.
라스빗의 ‘리/크리에이션’.
넨도의 개인전 <자연의 속삭임>. © Hiroki Tagma


지속 가능한 디자인
살로네 델 모빌레가 열리는 시기, 밀란 도심 곳곳에서는 각종 브랜드와 디자인 스튜디오가 준비한 다채로운 장외 전시가 열렸다. 유서 깊은 팔라초, 현대적 쇼룸 등이 전시장으로 탈바꿈되어 새로운 제품과 브랜드 철학에 대한 인상적 프레젠테이션을 펼친 것. 이제는 또 하나의 페어로 자리매김한 ‘푸오리살로네(Fuorisalone)’ 이야기다. 4월 15일부터 21일까지 열린 올해 행사에서는 ‘자연 재료’를 의미하는 ‘마테리아 나투라(Materia Natura)’를 주제로 제시했다. 950여 개 전시를 통해 전 지구적 과제인 환경문제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한편, 다양한 생명체가 공존하는 조화로운 삶을 위한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제안했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설치로 깊은 인상을 남긴 전시가 많았는데, 특히 체코 크리스털 브랜드 라스빗(Lasvit)은 혁신적 방식으로 제작한 대형 유리 패널 설치 작품 ‘리/크리에이션(Re/Creation)’으로 올해 푸오리살로네 어워드의 주역이 됐다. 더불어 네덜란드 건축 스튜디오 클라우드(Cloud), 디자이너 사빈 마르셀리스(Sabine Marcelis)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전통 공예와 재료를 재해석한 모듈러 소파 시스템, 생분해성 냄비 등을 선보인 디자인 스페이스 알룰라(Design Space AIUIa)의 공간, 파올라 렌티(Paola Lenti)와의 협업 20주년을 기념해 자연과 일본의 미의식에 기반한 새 컬렉션을 공개한 넨도(Nendo)의 개인전 <자연의 속삭임(Whispers of Nature)> 등이 크게 주목받았다.







카시나에서 선보인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의 ‘두뎃(Dudet)’ 소파 리뉴얼 버전. © Francesco Dolfo
필립 스탁이 디자인한 ‘섬웨어 El-s(Somewhere El-s)’ 소파. © Luca Merli
비앤비이탈리아의 비아 두리니 쇼룸.
가에타노 페셰의 새 소파 ‘노투르노 뉴욕’. © Francesco Dolfo


클래식, 영감의 원천
리빙 브랜드의 새로운 컬렉션에서는 ‘백 투 베이식(back to basic)’의 흐름을 반영한 아이템이 주를 이뤘다. 지난 몇 년간 협업과 변주에 힘을 실어왔다면, 올해는 브랜드의 현재를 있게 한 기본의 의미를 되짚고 정체성을 가다듬으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대표적 예가 비앤비이탈리아(B&B Italia)다. 아티스틱 디렉터 피에로 리소니(Piero Lissoni)는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조명하고 역사적 컬렉션을 복원하는 데 공들였다. 비아 두리니에 위치한 쇼룸에서는 스테디셀러인 담보 소파를 모티브로 피에로 리소니가 새롭게 디자인한 ‘담보듀(Dambodue)’ 소파 시스템, 기존 얼루어 오(Allure O’) 컬렉션을 확장한 모니카 아르마니(Monica Armani)의 ‘얼루어 오도트(Allure O'Dot)’ 시리즈 등을 살펴볼 수 있었다. 카시나(Cassina) 역시 기존의 제품을 재해석하고 발전시킨 새 컬렉션 ‘카시나의 관점 2024’를 발표했다. 브랜드의 철학을 대변하는 아이 마에스트리(I Maestri) 컬렉션을 계승하는 아이템을 비롯해 디자인 거장 가에타노 페셰(Gaetano Pesce)의 새로운 소파 ‘노투르노 뉴욕(Notturno a New York)’, 임스 부부의 아카이브 속 설계를 현실로 구현한 조명 ‘갤럭시(Galaxy)’ 등을 선보였다. 한편 조명 브랜드 플로스(Flos)는 유서 깊은 팔라초 비스콘티에서 대표 컬렉션과 신제품을 활용한 몰입형 전시를 펼쳤다. 1988년 마리아 물라스(Maria Mulas)가 촬영한 아카이브 사진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로, 플로스와 협업한 최초의 디자이너 필립 스탁이 만든 조명을 기념하기 위해 모인 다양한 업계 인사들의 모습에서 착안해 당시 분위기와 디자인 철학을 재현했다.







팔라초 리타의 중정을 장식한 ‘스트라오디너리아(Straordinaria)’.
팔라초 리타에서 열린 5VIE 전시.
빌라 바가티 발세키에서 진행한 알코바 전시. © Eugenio Novajra
5VIE에서 선보인 전시 <섀도우스 & 포엠(Shadows & Poems)>.


큐레이팅의 힘
동시대 감각을 대변하는 디자이너의 작품을 엄선하고, 적합한 공간에 배치해 세상에 선보이는 일. 전시가 범람하는 밀란 디자인 위크에서 큐레이팅의 힘은 더욱 여실히 드러났다. 전시 사이트를 택하는 남다른 안목으로 매년 큰 기대를 모으는 밀란 디자인 위크의 스타 알코바(Alcova)는 올해 도심에서 기차로 30분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빌라 보르사니(Villa Borsani)와 빌라 바가티 발세키(Villa Bagatti Valsecchi)를 프로젝트의 메인 기지로 택했다. 각각 모더니즘 양식과 19세기 롬바르디아 바로크양식이 돋보이는 장소로, 그 자체가 이탈리아 건축 디자인의 유산인 곳이다. 내부에는 70팀이 넘는 디자이너와 갤러리, 브랜드, 문화 기관 등에서 다양한 소재와 기법으로 제작한 작품을 배치했다. 밀란 기반의 글로벌 컬처 네트워크 5VIE는 매년 이 기간에 탄탄한 네트워크와 감각을 발휘해 자신들의 이름을 내건 디자인 위크를 진행한다. 올해는 ‘언리미티드 디자인 오케스트라(Unlimited Design Orchestra)’를 주제로 다채로운 전시를 도심 곳곳에 마련했다. 특히 메인 베뉴인 팔라초 리타에서는 론 아라드(Ron Arad), 조파토 & 콤베스(Giopato & Coombes), 사라 리차르디(Sara Ricciardi) 등 20여 팀의 설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에디터 김수진(jin@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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