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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06

MINIMAL TOUCH

미니멀리즘은 우리 곁에 늘 존재한다. 매 시즌 새로움을 추구하는 패션 월드에서 과묵한 취향을 일관되게 지켜내기에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을 뿐.

사진가 노르베르트 쇠르너가 촬영한 1998년 F/W 프라다 캠페인 이미지. @prada.archive

‘조용한 럭셔리’라는 단어 조합은 사실 약간 기이하다. ‘시끄러운’이라는 단어의 반대 개념을 ‘호화로움’과 연결한 용어이니 말이다. 미니멀 스타일에 럭셔리라는 표현을 사용한 순간부터 소박하고 단출한 개념은 잊어야 한다. 의식에 대한 고찰이 아닌 디자인적 의미에 집중하는 쪽이 이해하기 쉽겠다. 품질 좋은 직물로 제작하되 정교하고 세심한 장인정신이 깃들어 있고, 고급스러운 디테일도 잊지 않는다는 표현이 어떤 트렌드인지 말해준다. 즉 최근 유행의 궤도에 오른 미니멀리즘은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 흐름에 또 한 번 프레임을 씌운 새로운 형태다. 과거 한 시대를 풍미한 트렌드가 사라진 게 아니라 1990년대를 지배한 간결하고 담백한 실루엣과 쿨한 기조는 그대로 남아 있다. 옷을 만드는 방법과 본질에 근원적 질문을 던지고, 최소한의 디자인과 요소를 보다 대담하게 해석하는 것이 최신 방식이다.
그렇다면 ‘미니멀리즘’ 트렌드는 어디에서 시작된 걸까? 포스트코로나 시대 산물이자 요란하고 시끄럽던 2000년대 Y2K 트렌드의 종료 시점, 셀린느의 정체성을 재정립한 피비 파일로의 2023년 10월 복귀 소식, 조용하면서 럭셔리한 룩으로 각광받던 캐럴린 베셋의 갑작스러운 사망 25주기, 지속 가능한 패션을 향한 고민, 소비자의 구매 습관 변화 등 여러 이벤트가 줄줄이 사탕처럼 연결된 핀볼 효과다. 과거 이 흐름이 부흥하던 시기도 지금과 비슷하다. 1980년대를 풍미한 지아니 베르사체와 티에리 뮈글러의 섹슈얼리티를 과시한 의상과 장식적 요소는 1990년대 미니멀리즘 스타일을 낳았다. 헬무트 랭의 실용적인 테일러링, 캘빈 클라인의 슬립 드레스, 미우치아 프라다와 앤 드뮐미스터, 조르지오 아르마니, 질 샌더의 말쑥하고도 간결한 실루엣은 현재 트렌드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과거 시점이 모여 또 다른 새로움을 창출한다.







사진가 스티븐 마이젤이 촬영한 1995년 F/W 캘빈 클라인 캠페인 이미지. 케이트 모스와 카렌 페라리가 담겼다. @scannedfashionworldneo
2024년 S/S 보테가 베네타 컬렉션. ©Launchmetrics/spotlight
1996년 S/S 캘빈 클라인 컬렉션. @firstviewphoto
2024년 S/S 구찌 컬렉션. ©Launchmetrics/spotlight
사진가 크레이그 맥딘이 촬영한 1996년 S/S 질 샌더 캠페인 이미지. @jilsanderarchive
캐럴린 베셋 케네디의 스타일을 이야기한 책 . @carolyn_iconic
사진가 스티븐 마이젤이 촬영한 1995년 캘빈 클라인 진 캠페인 이미지. @scannedfashionworldneo


가령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바토 드 사르노는 2024년 S/S 데뷔 쇼 직전 2000년대 초반 활약한 다리아 워보이를 캠페인에 등장시켜 많은 이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훤칠한 키와 신비로운 마스크로 중성적 스타일을 선보이는 모델을 기용한 순간부터 시끄러운 트렌드에 균열이 생기고 있음은 증명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컬렉션 의상 역시 탱크톱에 쇼츠, 코트를 매치하는 식으로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리즘을 표현했다. 보테가 베네타도 로고리스로 트렌드에 동참했다. 담백한 보디슈트에 액세서리와 빅 백만 매치하거나 셔츠와 데님 그리고 로퍼의 활용이 눈에 띈다. 유틸리티 점프슈트와 메탈릭 액세서리로 클래식 룩을 재정의한 생 로랑과 그 흐름에 동참한 더 로우도 빼놓을 수 없다. 헬무트 랭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부임한 피터 도는 하우스 창립자에게 경의를 표하는 의미로 1998년 광고캠페인을 오마주했다. 실제로 2024년 S/S 쇼에서 1만1000개 이상 이미지를 스캔한 패션 검색엔진 태그 워크에서는 ‘미니멀리즘’이라고 태그된 룩이 지난 시즌보다 46% 증가했다니, 1990년대 쿨 걸을 향한 탐구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소모적이고 강렬한 비주얼이 반강제적으로 강요되는 지금, 미니멀리즘 트렌드는 어쩌면 자신의 취향을 보다 심도 있게 탐구하고픈 요즘 세대식 욕구 표현일지도 모른다.

 

에디터 최원희(wh@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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