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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04

플로렌스 유키 리

유년 시절의 경험과 내밀한 기억, 순수한 상상력을 따뜻하고 시적인 감성으로 표현하는 플로렌스 유키 리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한국 첫 개인전을 개최한 플로렌스 유키 리 작가.

플로렌스 유키 리
1994년 홍콩 태생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실험 애니메이션 필름메이커.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에서 영상학을, 홍콩 시티 대학교 대학원에서 크리에이티브 미디어를 공부했다.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필름 페스티벌, 애니마페스트 자그레브, 팡토슈 국제 애니메이션 필름 페스티벌 등에 참여했고, 콴두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최우수학생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Merry-Go-Round Like a Lullaby, Single-channel Digital Video (Color, Sound), 2 min 20 sec. Edition of 3+2AP, 2023.





Artside Gallery Installation View.





Albireo, Video Installation, Street Lamps, Light Bulbs, Bouncy Balls, Polyethylene Toys, Candy Balls, LED Light Strip, 2023.

이번 개인전을 통해 홍콩 국제공항 입국장에 설치되어 널리 알려진 영상 작품 ‘Park Voyage’를 선보였어요. 올해 홍콩 엠플러스 뮤지엄 파사드에서도 정기적으로 상영하죠. 어떤 작품인가요? 홍콩 엠플러스(M+) 뮤지엄의 커미션으로 제작한 작품이에요. 총 세 파트로 나뉘는데, 앞부분에선 점점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든 홍콩 섹킵메이 공원(Shek Kip Mei Park)의 일상적 건축물이나 가로등에서 받은 특별한 느낌을 표현했어요. 두 번째 파트엔 제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동네 사톈(ShaTin)의 모습을 담았고요. 홍콩의 많은 어린이가 운동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며 노는 곳인데, 사톈의 지하 터널을 어린 시절 추억과 현실을 연결하는 통로라고 상상했어요. 자전거를 타는 속도감이 무빙 이미지(moving image)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어 작품에 담았죠. 마지막 파트에선 엠플러스 뮤지엄 공간의 선, 형태, 컬러 등을 놀이터처럼 표현했고요.
홍콩에서 나고 자랐는데, 그 도시가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작품 전반에 걸쳐 ‘토포필리아(topophilia)’라는 주제를 연구해요. 장소를 뜻하는 그리스어 ‘토포스’와 사랑을 뜻하는 ‘필리아’의 합성어로, 장소 혹은 환경과 개인의 정서적 유대감, 감정, 사랑을 의미하죠. 결국 제 고향인 홍콩에서 많은 영감을 얻고 홍콩에 관한 이슈, 진화하는 모습, 사회적 변화, 이 도시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이야기 등을 주로 작품에 담아요. 하지만 제가 홍콩의 놀이터를 표현해도 관람객이 각자 놀이터에 관한 기억을 갖고 있다면 서로 애착을 형성할 수 있을 거예요. 작품을 통해 관람객과 나누는 보편적 공감, 개인과 장소의 감정적 연계에 중점을 두려고 해요.
홍콩의 모습을 담은 ‘Elephant in Castle’ 이야기를 해볼까요. 2022년에 세계적 애니메이션 영화제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필름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작품이죠. 제 첫 작품입니다. 이번 전시에선 작품 스틸 컷을 동화책처럼 만들어 전시했어요. 홍콩에 관한 기억, 2019년 홍콩 사회운동, 팬데믹 시기 등을 표현했는데, 많은 국제 행사의 초청을 받았지만 아쉽게도 홍콩에서는 한 번도 상영하지 못했어요. 몇 해 동안 여러 이슈로 홍콩 사람들의 일상이 무너졌잖아요. 저는 단순히 일상을 그렸을 뿐이지만 의도치 않게 그 시기와 맞물린 거죠. 당시에는 높은 벽에 맞닥뜨렸다고 생각했는데, 덕분에 다양한 내러티브와 표현 방식을 고민하고 또 다른 영감을 받았어요. 지금은 예전보다 조금 더 추상적이고 개념적으로 표현합니다.
한국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도 있다고요. 지난해에 완성한 ‘You Build a Home in My Mind’에 한국에 와서 받은 영감을 유화로 그려서 추가했어요. 한국과 홍콩의 도시를 재구성했죠. 저는 놀이터나 공원 같은 곳에서 외로운 감정을 느낄 때가 있거든요. 혼자 낯선 타지에서 느낀 감정을 홍콩에 빗대어 표현했어요. 원화를 제작하고 전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You Build a Home In My Mind, Video Installation, 2023.

직접 그린 그림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죠. 매끄럽게 이어지는 프레임의 움직임과 속도, 구성이 무척 흥미로워요. 직접 눈에 담거나 사진으로 찍은 장면을 조합하며 현실과 제 상상이 어우러진 장면을 구성합니다. 아이패드에 직접 그린 그림을 어도비 애프터이펙트 같은 프로그램을 써서 1초에 8프레임으로 돌아가는 애니메이션으로 완성해요. 오랜 시간에 걸쳐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을 연습했어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리듬이 중요하니까요.
작품에 가로등, 놀이기구, 장난감 같은 익숙한 오브제가 등장해요. 개인의 경험과 맞닿아 있는 소재인가요? 미끄럼틀 같은 큰 오브제는 한국에서 샀지만, 전시장에는 제가 어릴 때 갖고 놀았거나 아버지께서 주신 작은 장난감도 있고, 놀이기구나 탱탱볼 기계도 다 제 어린 시절 추억에서 가져왔어요. 하지만 동시에 성별, 나이, 국적이 다른 어느 누구라도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친밀한 소재죠. 뽑기 기계 속 탱탱볼은 덧없는 삶을 의미해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삶을 빗댄 겁니다. 이렇게 다양한 소재로 인간관계와 개인적 기억, 경험, 감정을 표현해요. 가로등이 등장하는 ‘Albiero’는 성폭행 피해자를 돕는 단체의 의뢰를 받아서 만든 작품이에요. 신고조차 못한 어린 피해자들과 친족 성폭행 사건 등에 대해 듣고는 잠을 못 이뤘지만, 꺼내기 쉽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니 어두운 곳에서 밝은 빛을 내는 가로등이 떠올랐어요. 가로등 안에는 치유의 의미를 담은 병원놀이 장난감을 넣었습니다.





Found, Acrylic on Wood, 60×80cm, 2023.





Lost, Oil, Acrylic and Pastel on Wood, 80×60cm, 2023.





Owl Playground, Oil, Acrylic and Pastel on Wood, 80×60cm, 2023.

다양한 오브제가 전시 공간에서 영상과 잘 어우러져요. 영상과 소리가 반복되는 점도 재밌고요. 작품 속 터널 장면이 어린이들이 타고 노는 미끄럼틀과 비슷해 보여 미끄럼틀을 설치하고 그 안에서 영상을 틀었어요. 탱탱볼 속에 작은 시계를 넣고 비디오플레이어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기억이 점점 흐려질 때 계속 기억을 되새기면서 기억이 왜곡되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전시장 안에서 노래와 영상이 계속 반복되도록 했지요. 그렇게 흐르는 영상 속에 왜곡되는 작은 변화를 심어놓기도 했고요.
특유의 색상과 몽환적인 분위기도 시선을 사로잡아요. 색상은 직관적으로 골라요. 전에는 남색과 파란색을 많이 썼는데, 살짝 우울하거나 외로운 느낌을 받아서 보라색으로 몽환적인 이미지를 만들기 시작했죠. 그와 대비되는 밝은 핑크색도 써봤고요.
앞으로 한국에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더 늘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올해 계획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한국의 아트 신은 여러모로 스케일이 커요. 홍콩과 달리 젊은 작가 지원 프로그램이 많아 여러 국제 페스티벌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은 한국 예술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대만의 한 미술관 전시를 준비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제가 다루는 주제를 더욱 깊이 탐구하고, 이번에 처음으로 유화와 아크릴을 사용해서 작품을 그린 것처럼 끊임없이 새롭게 도전하고 싶습니다.

 

에디터 정규영(ky.chung@noblesse.com)
백아영(프리랜서)   사진 안지섭(인물), 아트사이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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