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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13

LIGHT UP

독특한 디자인이 매력적인 조명 디자이너 두 팀이 그리는 빛의 세계.

화산암의 기하학적 구조를 활용한 ‘Origo’. 조명은 빛과 그림자의 관계를 살펴보는 데 의의가 있다.





스튜디오 데이비드 폼파
구리와 바로 네그로를 이용한 ‘Vitrif’. 전통적 소재와 공예에 대한 현대적 접근을 강조한다.
2023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선보인 ‘Ambra Toba’. 100만 년 전 화산 폭발로 분출된 광물과 먼지가 조명의 주인공이다.
‘Trufa’는 버려진 유리를 재활용한 블로잉 글라스를 사용했다.


멕시코 문화를 조명하다  스튜디오 데이비드 폼파 
최근 몇 년 동안 열린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에디터의 호기심을 자극한 디자이너가 있다. 바로 데이비드 폼파(David Pompa)다. 2019년에 선보인 화산암을 깎아 만든 간결한 형태의 조명이 여전히 뇌리에 깊이 박혀 있을 정도. 이후 그는 2022년에 이우환의 ‘대립항’을 보는 듯 금속과 화산암이 절묘한 균형을 이룬 제품을, 올해는 100만 년 전 화산 폭발로 분출된 광물과 먼지를 주인공으로 한 ‘Ambra Toba’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흥미로운 점은, 데이비드 폼파의 조명이 단순히 주변을 밝히는 1차원적 기능에만 집중하지 않는다는 것. 여기엔 멕시코 문화도 담겨 있다. “멕시코와 오스트리아 이중 국적을 가진 제 배경이 디자인에 영향을 미쳤어요. 자연스레 다름에서 오는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죠. 모든 제품은 재료에 깃든 문화적·역사적 맥락에서 영감받아 제작했습니다. 대표적으로 ‘Ambra Toba’는 멕시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산암을 사용했는데요. 사람들이 조명을 보며 멕시코 문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돌을 이해하고, 나아가 흘러간 시간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화산암이라는 소재를 날것 그대로 전면에 내세웠다면, 데이비드 폼파는 세간의 관심을 끌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 누리는 인기는 과거 화산 폭발을 상징하는 요소는 유지한 채 이와는 다소 이질적인 매끈한 금속과 포근한 분위기의 공간 구성을 가미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즉 불완전함의 아름다움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는 의미다. “‘Ambra Toba’는 전통적 소재와 공예에 대한 현대적 접근을 강조해요. 조명은 멕시코 미초아칸(Michoacan)주에 있는 장인들이 직접 손으로 성형한 다공성 텍스처에 알루미늄이라는 산업 부품을 연결해 완성합니다.”
이 외에도 데이비드 폼파 조명에는 바로 네그로(barro negro, 은빛을 반사하는 검은 점토)와 붉은색 질감과 패턴이 인상적인 붉은 석회암(red travertino), 버려진 유리를 재활용한 블로잉 글라스 등이 사용된다. 이는 스토리텔링도 중요하지만, 자연환경에 무리를 주는 화학적 프로세스를 지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에 관해 데이비드 폼파는 말한다. “브랜드를 설립할 때 ‘옳은’ 생산 방식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포장지로 골판지를 채택했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그의 설명에서 산업적으로든 문화적으로든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건 혼자만의 해석은 아닐 테다. 그렇기에 스튜디오 폼파를 정의한다면, 조명을 통해 오래전부터 흘러온 빛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고, 그 빛을 앞으로 오랜 시간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지닌 디자인 스튜디오라고 할 수 있겠다.







빛을 물의 파동처럼 묘사한 ‘Lavora’ 컬렉션.





롤로 스튜디오
사막 지형이 빚어낸 미학을 섬세하게 표현한 ‘Dune’ 컬렉션.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는 ‘Orbital’ 컬렉션.


자연, 창조의 원동력  롤로 스튜디오 
“My planet Arrakis is so beautiful when the sun is low(우리 행성 아라키스는 해가 질 때 아름다워).”
SF 영화 <듄(Dune)>에서 차니 카인즈가 읊조리듯 말하는 대사 일부다. 첫 시퀀스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라키스는 양가적 감정을 일으킨다. 휘몰아치는 모래 폭풍 사이로 번지는 빛을 보노라면 ‘지금은 황량한 10191년의 이곳도 예전엔 눈부신 무언가가 존재했겠지?’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디지털 세상에서 아날로그 요소를 갈구한다고 할까. 영국과 네덜란드에 기반을 둔 롤로 스튜디오(Rollo Studio)의 새로운 조명 시리즈 ‘듄(Dune)’ 컬렉션의 첫인상도 이와 비슷하다. 바람 부는 모래언덕을 형상화한 듯한 텍스처와 그 틈으로 새어 나오는 붉은빛에서 황혼이 드리운 사막이 떠오르기 때문. 혹자는 해당 컬렉션을 두고 영화 <듄>이 모멘텀이 됐다고 분석하는데,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사막 풍경에서 영감을 받은 건 맞지만, 사막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영향을 미친 건 아닙니다.(웃음) 롤로 스튜디오의 작업은 한마디로 ‘디지털 시대의 공예’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를 매료시키는 건 인간의 개입 없이 탄생한 자연의 유기적 구조예요. 그리고 이를 디지털 제작 기술을 통해 일종의 재현을 하죠. 예로, ‘듄’ 컬렉션은 천연수지 바인더를 바탕으로 하는 3D 프린팅 기술로 석영 모래를 층층이 쌓아 올린 다음 특수 코팅 처리했습니다. 3D 프린팅 기술은 사막 지형이 빚어낸 미학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데, 석영 모래는 빛을 확산하는 데 큰 역할을 해요.”
조명은 공간을 변화시키고, 또 감정을 불러일으킨다고 하지 않았던가. 일견 먼 미래에서 온 것 같은 그로테스크한 디자인이지만, 볼수록 주변 환경과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깨닫는다. 심지어 어스름한 저녁에는 평온함까지 연출한다. 다른 작품도 마찬가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는 ‘Odyssey’(Orbital 컬렉션), 조명이 도시 곤충의 보금자리가 될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Della’(Urban Stem 컬렉션), 빛을 물의 파동처럼 묘사한 ‘Suede’(Lavora 컬렉션) 역시 오래 두고 보아야 이면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종합하면, 롤로 스튜디오의 모든 조명은 ‘자연과 인간과의 공존’으로 귀결된다.
“롤로 스튜디오는 심미성을 넘어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한 제품을 생산하고자 해요. 자연 모방(biomimicry, 생태계의 구조·원리·특성 등을 산업에 응용)을 디자인 과정에 녹여냄으로써 인간 사회의 여러 문제를 고민하고, 3D 프린팅 기술로 폐기물을 최소화해 건강한 지구를 만드는 데 이바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에디터 박이현(hyonism@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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