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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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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소매 뒤로 살짝 보이는 시계는 주인공의 페르소나를 구축하고, 내러티브를 상징하는 데 이용된다.



 ‘시간’을 증명하는 
해밀턴

영화 [오펜하이머]에는 낯익은 그림이 있다. 바로 피카소의 ‘팔짱을 끼고 앉아있는 여인’(1937). 익숙한 화풍인지라 보자마자 반가움이 느껴진다. 피카소와 오펜하이머 모두 보이지 않는 것들을 표현한다. 한 명은 그림으로, 한 명은 양자역학으로. 결국, 미술 작품이 영화 속 주인공을 대변하는 셈. 그림뿐만 아니다. 와이셔츠 소매 뒤로 살짝 드러나는 해밀턴(Hamilton) 시계도 눈길을 끈다. [오펜하이머]에서 주인공 곁엔 쿠션 비(Cushion B) ·엔디콧(Endicott) ·렉싱턴(Lexington)이, 다른 인물 곁엔 레이디 해밀턴 A-2(Lady Hamilton A-2) ·밀리터리 오도넌스(Military Ordnance)·파이핑 록(Piping Rock)이 있다. 이들의 제작 연도는 20세기 중반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영화 속 시대상과 딱 맞다. 더불어 역사가 증명한 해밀턴의 정밀성은 과학자의 정확성과 연결된다. 나아가 시계는 양자역학의 중요한 개념인 ‘시간’을 강조하는 일종의 장치이기도 하다. 양자역학 관점에서 우리는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데, [오펜하이머] 시퀀스 역시 시간을 옮겨 다닌다. 한편, 주지하다시피 해밀턴 시계는 군사용으로 유명하다. 그래서일까. 고된 환경을 극복하는 [인터스텔라] ·[인디아나 존스] 등의 영화에서 상징적 요소로 왕왕 작동하는 건 해밀턴 시계의 견고함이다.







 올디스 벗 구디스 
태그 호이어

지난여름 ‘바벤하이머(Barbenheimer)’라는 신조어가 나타났다. ‘바비(Barbie)’와 ‘오펜하이머(Oppenheimer)’의 합성어인 바벤하이머는 상반된 주제의 두 영화가 동시에 개봉해 흥행에 성공하며 생겨난 밈이다. [오펜하이머]와 같이 [바비]에도 시계가 등장한다. 태그호이어(TAG Heuer)다. 첫인상은 놀라움 그 자체다. 주인공 켄(라이언 고슬링)이 세 개의 까레라(Carrera - 1158 CHN, 110.515, 2448 NT)를 동시에 착용했기 때문. 일견 시계는 인물의 화려한 스타일을 강조하지만, 개인적으로 주목하고 싶은 건 ‘올디스 벗 구디스(Oldies but Goodies)’다. 20세기 중반 탄생한 까레라는 지금까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존재다. 시간이 흘러도 나다움을 지키는 게 클래식의 가치 아니던가. [바비] 후반부에서 켄은 ‘진짜 나’란 무엇인지 깨닫는다. 이는 시대를 초월한 까레라의 매력과 참 많이 닮았다. 흥미롭게도 라이언 고슬링은 [그레이 맨]에서도 까레라와 함께한다. 영화에서 그가 맡은 배역은 생사를 넘나드는 비밀 요원 ‘식스’. 식스가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관객의 시선을 빼앗는 건 다름 아닌 까레라다. 마치 수호신 같은 시계엔, ‘어려움에 굴복하지 말고, 역경을 이겨내자’라는 태그호이어의 모토가 녹아든 모양새다.







 야누스의 얼굴 
예거 르쿨트르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작품을 다시 한번 소환해 보자. 그의 시계 사랑은 배트맨 3부작에서도 드러난다. 주인공 브루스 웨인의 손목에 늘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Jaeger LeCoultre Reverso)가 채워져 있기 때문. 본디 이 시계는 폴로 경기를 할 때 앞면 유리를 보호하고자 회전형으로 디자인됐다. 낮에는 사업가, 밤에는 자경단 활동을 하는 주인공의 이중생활을 표현하기에 이만한 시계가 또 있을까. 상황에 따라 자신을 드러낼 수도, 숨길 수도 있는 그야말로 야누스적 얼굴이다. 인상적인 점은 배트맨 로고를 새긴 예거 르쿨트르 시계가 실제로 출시됐다는 것. 또 다른 인기 모델 마스터 울트라씬 퍼페추얼 캘린더(Master Ultra Thin Perpetual Calendar)도 빼놓을 수 없다. (놀런의 영화는 아니지만) [닥터 스트레인지] 시리즈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이 시계는 리베르소처럼 변신하진 않는다. 하지만 마스터 울트라씬 퍼페추얼 캘린더의 핵심은 2100년까지 추가 조정 없이 매달 날짜와 시간을 스스로 계산한다는 것. 멀티버스 이동 중에도 시간이 자동으로 인식되는 모습을 표현하는 듯하다. 심지어 문페이즈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아가모토의 눈과 닮았다. 영화 속 시계 뒤에는 ‘Time will tell how much I love you(시간이 지나면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는데, 어떤 시대에도 주목받는 예거 르쿨트르의 모던한 디자인에 찬사를 보내는 것만 같다.

 

에디터 박이현(hyonism@noblesse.com)
사진 Hamilton, Universal Pictures, TAG Heuer, Warner Bros, Jaeger LeCoultre, Marvel Studios/The Walt Disney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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