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의 땅, 몬테푸치아노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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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14

귀족의 땅, 몬테푸치아노

고귀함과 우아함을 품은 와인의 땅, 몬테풀차노로 향하다.

피아차 그란데 광장에서 바라본 몬테풀차노 마을.

15세기 시에나 귀족과 16세기 교황 바오로 3세에게 사랑받으며 ‘와인의 왕’이라 불린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차노’를 만나기 위한 긴 비행이 끝날 무렵 차창 너머 햇살 아래 풍요로움으로 가득한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몬테풀차노를 마주했다. 영화 <트와일라잇: 뉴 문> 촬영지로, 르네상스시대 건축물과 중세 유적지가 등장하며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이곳은 와인 애호가에게 인생에 한 번쯤 방문하고 싶은 지역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이번 투어를 통해 방문한 와이너리는 베키아 칸티나 디 몬테풀차노(Vecchia Cantina di Montepulciano), 빈델라(Bindella), 데이(Dei), 데리치(De’ Ricci), 레 베르네(Le Berne), 이카리오(Icario)까지 여섯 곳. 이 와이너리들을 둘러보는 동안 완벽한 포도를 재배할 수 있는 테루아를 품은 자연환경과 깊은 풍미로 가득한 와인을 즐기는 동시에 오랜 시간과 고민을 거쳐 탄생한 이 지역 대표 와인의 고귀함과 우아함을 오감으로 만끽했다.



산 비아조 성당 내부.

토스카나의 대표 레드 와인으로는 키안티, 브루넬로 그리고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차노를 꼽을 수 있다. 그중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의 피(Sanguis Jovis)’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이름의 산조베세(Sangiovese) 포도로 만드는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차노는 짙은 루비 색감이 돋보이는 레드 와인이다. 오랜 기간 귀족과 교황이 즐겼다는 이 와인은 이탈리아 최초로 DOCG(원산지 명칭 보호 최고 등급)를 받아 우수한 토양 품질과 특성을 인정받았다. 입안에 한 모금 머금으면 말 그대로 몬테풀차노의 명품 와인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탈리아에서는 해발 250m~600m 높이의 언덕 지대에서 재배되는 산조베세 포도를 70% 이상 사용할 것을 법으로 규정하는데, 그 외에는 카나이올로, 마몰로, 메를로 같은 국제 품종을 일부 섞을 수 있다. 이곳에서 와이너리 투어를 다녀보면 프리미엄 와인 생산자들이 만드는 산조베세 100% 와인도 드물게 만나기도 한다. 오로지 몬테풀차노에서 재배한 산조베세 품종 포도만을 사용해 만든 와인인 만큼 이탈리아 토착 품종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담겨 있다. 일반적으로 산조베세는 강한 산미와 풍성한 보디감 그리고 블랙체리·허브·삼나무·가죽 향과 풍미를 지녔는데, 재배하는 토양의 특징에 따라 맛과 향이 조금씩 다르다. 여섯 곳의 포도밭도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토양의 질감과 수분감이 달라 미각만으로 각 와이너리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맛이 다채롭다. 수분감 있는 점토질은 짙고 붉은색의 부드럽지만 힘 있는 타닌을, 상대적으로 수분감이 적은 모래 토양은 향기로운 풍미와 부드러운 타닌이 드러내는 우아함을, 적색 토양은 뚜렷하고 강한 산미와 깊이 있는 풍미를 경험할 수 있다. 조개 화석류가 섞인 석회질 토양에서 기른 포도로 생산한 와인은 소금과 미네랄 풍미가 난다. 산조베세 100%로 만든 데리치 와이너리의 소랄도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차노(De’Ricci, Soraldo Vino Nobile di Montepulciano)가 여기에 해당한다. 토양의 특징에 따라 스타일이 달라 선택하기 어렵다면 리세르바(Riserva) 등급이 붙은 와인을 먼저 맛볼 것. 기본 빈티지 라인은 오크통 숙성 1년을 포함해 병입하기까지 최소 2년이라는 기간을 거치는데, 3년 이상 숙성된 와인에만 리세르바 등급을 표기한다. 그해 수확한 포도 중 최상급 품질만 선별해 생산할 뿐 아니라 일반적 빈티지 라인보다 오랜 기간 숙성하기에 조금 더 맑아진 붉은 가닛 컬러와 함께 풍부한 과일 향의 우아함과 실크처럼 부드러운 목 넘김을 느낄 수 있다. 산뜻한 과일 향, 새콤한 산미 그리고 풍부한 보디감을 지닌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차노 와인은 구운 육류 요리나 숙성 치즈와 궁합이 좋다. 토스카나 지역의 대표 요리인 피치 파스타를 곁들이면 두꺼운 면의 식감과 짭조름하고 크리미한 소스 맛이 와인과 잘 어울린다. 육류, 치즈 그리고 파스타까지 그 어떤 음식과도 조화를 이루지만 단독으로 즐기기에도 좋아 지인에게 이탈리아 와인을 추천할 때 제격이다.





키안차노 테르메의 라 폰세 정원.
영화 <트와일라잇: 뉴 문>의 배경으로 등장한 데리치 와이너리 셀러. 몬테풀차노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 중 한 곳으로, 고대 로마시대 이전 에트루리아인이 사용하던 25m 깊이의 지하실에 만들었다.
레 베르네 와이너리의 산조베세 포도밭.


몬테풀차노에 머무는 동안 와이너리 투어만으로도 일정을 채울 수 있겠지만, 오랜 역사를 이어온 지역인 만큼 널리 알려진 곳을 방문하는 것도 의미 있다. 산 비아조 성당과 메인 거리에 있는 피아차 그란데 광장, 키안차노 테르메(Chianciano Terme)의 라 폰세 정원은 이 지역을 방문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1580년에 완공한 산 비아조 성당은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은 푸른색 돔이 인상적인 외관과 내부 벽에 그려진 작품으로 예술적 미학을 느낄 수 있고, 영화 <트와일라잇: 뉴 문>에 등장한 피아차 그란데 광장에 가면 1000년 넘게 와인을 만들어온,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콘투치(Contucci) 와이너리를 방문할 수 있다. 15세기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가꾼 라 폰세 정원은 분수, 대리석 조각 등 르네상스 양식으로 이뤄진 정원 디자인이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봄과 여름 시즌에는 라벤더가 보랏빛 물결을 이뤄 많은 커플이 이곳에서 웨딩 촬영을 하기도 한다. 다양한 토양의 특성을 품은 풍부한 와인 맛과 풍요로운 자연이 선사하는 멋, 그리고 르네상스가 품은 우아함을 하나의 도시에서 동시에 경험하고 싶다면 몬테풀차노가 어떨까.

 

에디터 정다은(jde@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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