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아트신의 라이징 컬렉터, 루쉰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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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19

중국 아트신의 라이징 컬렉터, 루쉰

중국 젊은 컬렉터들의 선봉에 선 인물 루쉰의 이야기

Maria Taniguchi, Untitled(Celestial Motors), Single-channel HD Video, No Sound, 6min 38sec, 2012

예술을 향한 열정으로 12년에 걸쳐 작품을 컬렉팅하고 난징에 쓰팡 미술관을 설립해 작가 지원에도 힘쓰는 루쉰. 현재 30대의 나이로 중국의 젊은 세대 컬렉터를 이끄는 그는 부동산 개발업자이자 아트 컬렉터인 아버지 루쥔(Lu Zun)의 영향을 받아 어린 시절부터 예술품에 둘러싸여 자랐다. 그에게 컬렉팅에 입문한 순간부터 작가와 작품을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 그리고 예술계에 몸담은 그의 노력과 헌신 등을 물었다. 그가 생각하는 아트 컬렉팅의 정석은 무엇일까?





작품을 컬렉팅하는 동시에 쓰팡 미술관을 운영하며 예술가를 후원하는 루쉰. 그는 언제나 진심으로 예술을 대한다.





Liu Wei, Landscape, Oil on Canvas, 2008





양혜규의 ‘Journal of Mundane and Uncertain Days 4’ (2013).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무래도 한국 독자에게 루쉰 대표님은 미지의 인물일 것 같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더불어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면으로나마 한국의 독자를 만날 수 있어 기쁘고 반갑습니다. 저는 12년 동안 예술 작품을 모은 컬렉터로, 중국 난징에 있는 쓰팡 미술관(Sifang Art Museum)의 설립자이자 대표이기도 합니다.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에 몰두했을 뿐인데 이런 기회를 주시니 영광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아트 컬렉팅에 관한 제 생각과 저만의 방식을 공유하겠습니다.

예술 세계에 입문해 컬렉터가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처음 품에 안은 작품은 뭐였죠?
처음 컬렉팅한 작품은 쿠사마 야요이의 조각 2점입니다. 원래 부모님이 제가 어릴 때부터 컬렉팅을 했기 때문에 저도 늘 저만의 작품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당시에는 ‘아트 바젤’이 스위스 바젤에서만 열렸거든요. 그 시절 처음으로 아트 페어에 가봤어요. 아무래도 어디서 작품을 살 수 있는지 잘 모르던 때라 많은 작가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끌렸죠. 당시 전시장 1층은 조금 가격대가 높고 미술사적 의의가 있는 작품이 대부분이었고, 2층에 현대미술 작가의 작품이 많았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쿠사마 야요이와 무라카미 다카시처럼 아시아를 대표하는 작가도 있었고요.

그중에서 특히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이 대표님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당시에는 예술을 잘 몰랐으니까 온전히 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지(appreciate)가 가장 중요했어요. 중국에서 태어나 아시아 문화를 배우며 살아온 사람으로서 수많은 현대미술 작가 가운데 아시아 출신 작가의 작품을 좀 더 이해하기 쉽더라고요. 쿠사마 야요이의 조각은 정신적 이야기를 담았으면서도 시각적 유쾌함이 있죠. 굉장히 장난스러우면서도 색감이 화려하고 또 형태도 유려합니다. 종합적 이유가 발동한 것 같아요. 그때는 현대미술 작품의 가격이 지금만큼 비싸지 않았어요. 반대로 1층에 있던 작품은 제가 감히 범접할 수 없었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처음 구매한 작품이 현대미술이라는 점도 솔직하게 말씀드릴 수밖에 없네요.(웃음)

지금까지 모은 작품의 수를 공개할 수 있나요? 주로 컬렉팅하는 매체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현재까지 개인적으로 컬렉팅한 작품은 400점 가까이 돼요. 시작은 쿠사마 야요이였지만 동서양을 넘어 현대미술 작가의 작품을 고루 모았죠. 저는 매체도 딱히 가리지 않습니다. 회화, 조각, 드로잉, 사진 등 되도록 다양하게 들여다봐요. 사실 컬렉팅은 트렌드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데, 만약 사람들이 회화 작가를 주목하고 그만큼 회화를 연구하는 작가가 많아지면 저도 자연스럽게 회화 작가를 찾아보게 되죠. 조각이 강세일 때는 또 조각 작가를 주목하게 되고요. 제가 컬렉팅을 시작할 때는 굉장히 다채롭고 실험적인 매체의 작품이 쏟아져 나왔거든요. 그러다 보니 또 자연스럽게 오픈 마인드로 작품을 보게 됐어요. 매체를 한정해서 작품을 감상하고 컬렉팅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예술의 영역은 점차 확장하는데 굳이 스스로 제한할 필요는 없잖아요. 작품을 수집할 때는 설사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더라도 더욱 폭넓은 시야로 작품을 관심 있게 들여다보려는 태도가 필요해요.





Olafur Eliasson, Possibility Projector, Stainless Steel, Colour-effect Filter Glass (Antireflective Transparent Glass, Grey), LED Unit, Ballast, Wire, Diameter 202cm, 2018





Korakrit Arunanondchai, Untitled(2558), Painting, Bench, Mannequin, Video, Vinyl Text, Banner, Scaffold, 2015





Donna Huanca, Arena Verde(Playa), Oil and Acrylic on Digital Print on Canvas, 285×220cm, 2018

요즘 눈여겨보는 작가가 있나요?
몇 명의 작가로 한정하긴 조금 어렵네요. 저는 ‘좋은’ 작가를 눈여겨보고 있다고 답하겠습니다. 요즘은 예술 트렌드가 너무 빨리 바뀌고 또 미술 시장이 성장하면서 가격 변동도 심하잖아요. 그래서 특정 작가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기가 쉽지 않아요. 그런데 저는 늘 경쟁력 있는 작가를 찾곤 했어요. 좋은 작가는 바로 이런 경쟁력을 갖춘 이들이겠죠.

말씀하신 ‘좋은’ 작가에 관해 좀 더 듣고 싶어요. 작가와 작품을 볼 때 가장 중요시하는 지점에 대해서도요.
세 가지를 늘 염두에 둡니다. 먼저 작가가 너무 비즈니스만 중요시하면 안 된다고 봐요. 예술 행위 자체에 목적을 두지 않고 예술 행위로 이득을 취하는 데 혈안이 된 작가라는 생각이 들면 저도 자연스럽게 그냥 지나쳐요. 두 번째로 자신만의 강력한 언어가 있는지 살펴보죠. ‘작가가 작품을 매개체로 탐구하는 주제에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timeless) 가치가 있는가?’, ‘독특한 표현 방식을 사용하는가?’ 같은 여러 가지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고 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 요소는 지속성일 텐데, 많은 사람이 공감하겠지만 사실 전업 작가로 생계를 이어가긴 쉽지 않잖아요. 수많은 고비를 넘기고 유혹을 떨쳐내야 가능하죠. 이 작가가 앞으로 20~30년 동안 작품 활동을 이어갈 힘과 의지가 있는지도 중요하게 살펴보는 포인트예요. 이 세 가지를 종합해 마음에 드는 답을 얻을 수 있다면 저는 그 작가를 결국 ‘좋은 작가’라고 평가합니다.

컬렉터라면 방금 말씀하신 세 가지 요소를 꼭 유념하면 좋겠네요. 이어서 컬렉팅의 목적을 묻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이 투자 목적으로 작품을 구매하기도 하고, 정말 예술이 좋아서 오랫동안 보고 싶은 작품을 사기도 하죠.
좋은 질문입니다. 당연히 후자예요. 미술 시장에 한두 번 등장해서 작품을 구매하고 나타나지 않는 사람을 많이 봤어요. 최근 NFT 예술이 대두되면서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예술에 관심을 두는 사람도 봤죠. 예술을 감상하고 소비하는 방식은 개인의 영역이니 감히 그들을 컬렉터가 아니라고 규정할 수는 없어요. 다만 제가 컬렉팅하는 목적은 절대 투자가 아니라고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저는 예술을 좋아하고 또 작품을 보는 안목이 있다고 자부해요. 부모님의 영향 덕분인지 본능적으로 좋은 작품을 알아보는 눈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예술이 곧 문화 자체라고 이해하거든요. 결국 우리는 예술에 젖어 살아가는 셈이죠. 그래서 예술, 나아가 문화를 잘 보존해서 다음 세대에 넘겨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쓰팡 미술관을 열고 작가를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죠. 또 인간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현상과 우리를 둘러싼 많은 것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하잖아요. 왜 이렇게 됐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등 의문을 품기도 하고요.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는 예술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관람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함께 답을 찾아가고 고민하는 장을 만드는 것이죠. 또 단순하게는 예술을 마주하고 평화를 찾기도 하니까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 예술의 영역에서 컬렉션, 미술관, 다양한 작가 지원 프로그램 등을 어떻게 꾸릴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역시 좋은 질문이네요. 제가 늘 하는 고민이에요. 현재 쓰팡 미술관 외에도 상하이의 젊은 작가들을 위한 게릴라 스페이스를 마련해 중국 안팎에서 작가를 발굴하고 제가 컬렉팅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어요. 하지만 요즘 사회가 급격히 변화하고, 특히 중국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거든요. 저는 예술에서 ‘대면’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작가와 직접 만나 작품에 관해 토론하고 많은 작품을 보러 다녀야 하는데, 2020년부터 지금까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죠. 그렇다 보니 이 상황에서 작가를 지원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여전히 고민하고 있어요. 아직 확답을 드리긴 어렵지만 급변하는 시대에 맞게 작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또 찾아내지 않을까 싶어요. 꾸준히 공간을 운영하며 전시를 기획하든 작가 지원 프로그램을 준비하든 다양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길 기원합니다.

 

에디터 백아영(summer@noblesse.com)
정송(프리랜서)
사진 제공 쓰팡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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