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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26

OST가 여기서 왜 나와?

영화, 드라마 OST가 아니다. 웹툰을 감상할 때 재미와 감동을 더하는 웹툰 OST에 관하여.

10CM의 ‘이 밤을 빌려 말해요’는 벅스, 지니 등 주요 실시간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조광일, 쿤타가 부른 <화산귀환> OST ‘마지막 칼춤’.


출퇴근길 웹툰 보는 게 소소한 낙이다. 장르를 불문하고 여러 작품을 섭렵 중인데, ‘최애’를 꼽으라면 <화산귀환>이다. 무림 최고수였던 청명이 어린아이로 환생해 망해버린 자신의 문파를 부활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로, 지난 7월 1부 연재가 종료됐다. 2부를 목 빠지게 기다리던 차에 흥미로운 기사를 접했다. <화산귀환> OST가 나왔다는 것. 래퍼 조광일과 쿤타가 부른 ‘마지막 칼춤’은 의미심장한 제목에 걸맞게 웅장한 멜로디와 역동적인 사운드가 특징이다. 생각보다 노래가 좋아 한 번, 웹툰에도 OST가 있다는 사실에 두 번 놀랐다.
드라마나 영화 OST는 익숙하지만, 웹툰과 OST의 만남은 어딘가 낯설게 느껴진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웹툰에 사운드를 결합하려는 시도는 예전부터 있었다. 지난 2011년 <봉천동 귀신>이란 단편 웹툰이 화제를 모으며 실시간 검색 상위권에 오른 적이 있다. 별생각 없이 스크롤을 내렸는데, 기괴한 효과음과 함께 귀신이 달려오는 장면에서 심장이 떨어질 뻔했다. 비슷한 시기 역대급 웹툰 <패션왕>과 함께 등장한 기안84는 배경음악을 웹툰에 얹혀 이목을 끌었다. 존재감 없던 주인공이 패션으로 주목받는 회차에 흐르는 일렉트로닉 음악이 얼마나 감각적으로 느껴지던지. 웹툰에서 쓴 곡을 모아 디지털 싱글을 낸 것으로도 기억한다. 하지만 그뿐, 큰 반향은 없었다. 당시 사운드는 웹툰 감상을 돕는 부속품 정도였으니까. 반면 오늘날 웹툰 OST는 멜론이나 유튜브 뮤직 같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독자적 창작물로서 존재감을 발휘한다. 그러면서도 작품의 서사를 전하는 등 작품과 긴밀하게 연관되니, 과거와의 갭이 크면서도 작다.
웹툰 OST 대중화는 웹툰 시장의 성장, 아니 진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0년 1000억 원대였던 웹툰 시장 규모는 2020년 1조 원을 넘어섰다. 2022년 최신 자료는 없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몇 년 사이 웹툰의 해외 진출이 가속화된 점을 고려하면 그 규모가 더욱 커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하나의 IP로 제작한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구조로 콘텐츠 산업 생태계가 재편되면서 웹툰의 진가가 드러나고 있다. <지금 우리 학교는>, <유미의 세포들>, <안나라수마나라> 등 검증된 웹툰 IP로 만든 영화와 드라마가 해외에서 인기라는 뉴스는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시장이 커지면 우수한 인력이 몰리고 창의적 아이디어가 샘솟는 법. 웹툰 OST 역시 웹툰 IP를 활용한 2차 창작물이라고 볼 수 있다.







웹툰 원작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과 <안나라수마나라> 스틸 컷.

웹툰 OST의 존재를 모르더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가능성은 높다. 캠퍼스 로맨스 웹툰 <취향저격 그녀>의 첫 번째 OST ‘취기를 빌려’는 B1A4의 산들이 불렀는데, 2020년 7월 발매 후 4개월간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등 기염을 토했다. 웹툰 OST가 제대로 존재감을 드러낸 첫 사례. 이후 웹툰 OST 작업에 참여하는 가수들의 레벨이 몰라보게 높아졌다. 린, 윤하, 허각 등 음원 강자들이 연달아 <바른연애 길잡이> OST 주자로 나선 것. <낮에 뜨는 달> OST ‘지금 말해볼게요’는 거미가, OST ‘왜 사랑은 이렇게 아픔만 주고’는 백지영이 불렀다. 앞서 언급한 <화산귀환>의 사례처럼 로맨스를 넘어 다양한 장르의 웹툰 OST가 제작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무너진 교권을 지키기 위한 교권보호국 소속 나화진의 특별한 교육을 담은 <참교육>, 깡패 소굴 유성공고 내 유일한 스터디그룹과 친구, 가족을 지키기 위한 윤가민의 피 튀기는 생존기를 그린 <스터디그룹>처럼 액션을 강조한 작품의 OST에는 개코, 기리보이 등 유명 래퍼들이 참여했다.
포털 사이트에 ‘웹툰 OST’를 검색해보면 일주일에 한두 곡은 새로운 웹툰 OST가 발매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음원 제작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우선 기존 독자층을 공고히 하는 효과가 있다. 작품을 보는 도중 배경음악으로 깔리지는 않지만, 캐릭터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담아낸 웹툰 OST로 긴 여운을 남길 수 있다. 당장 에디터부터 그렇다. 며칠 전부터 <바른연애 길잡이>를 정주행 중인데, 10CM가 부른 이 작품의 OST ‘이 밤을 빌려 말해요’를 반복 재생하고 있다. “늦은 이 밤 그대 괜찮다면 잠시 나와줄래요, 이 밤을 보내기엔 아쉽잖아요”, “잠시라도 그댈 보고 싶은 내 맘을, 이 밤을 빌려 말해요”라는 노랫말에서 여자 주인공과 잠시도 떨어지기 싫은 남자 주인공의 모습이 떠오른다. 서른두 살 아저씨의 주책으로 비쳐질 수 있지만,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 OST를 각자의 음악 플레이리스트에 쟁여놓고 듣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하고 싶다.
무엇보다 웹툰 OST는 유용한 마케팅 도구로 쓰인다. 작품 수가 워낙 많기도 하고, 보는 사람만 보는 웹툰의 특성상 스토리나 캐릭터를 간단히 ‘보여주는’ 정도로는 신규 독자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작품을 ‘들려주는’ 웹툰 OST라면 접점이 없던 리스너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다. 더구나 평소 좋아하던 가수가 웹툰 OST를 부른다면? 없던 관심도 생긴다. 국내외 팬층이 두꺼운 K-팝 스타에겐 더 많은 부분을 기대할 수 있는데, 지난 2월 아스트로 차은우가 부른 <악녀는 마리오네트> OST ‘Focus on me’는 발매 다음 날 아르헨티나, 오만, 싱가포르 등 6개 지역 아이튠즈 톱 송 차트 1위에 오르며 작품 이름을 널리 알렸다. 가수 입장에서도 웹툰 OST 작업은 환영할 만하다. 인지도가 높은 웹툰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알릴 수 있으니, 가수가 먼저 웹툰 OST 제작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웹툰의 인기는 웹툰 OST 소비로 연결되고, 웹툰 OST 수요는 다시 웹툰으로 향한다. 웹툰과 음악 사이에서 튀는 스파크는 웹툰 OST 제작을 더욱 부채질할 전망이다.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바는 웹툰이 영상 콘텐츠로 추가로 제작될 때 웹툰 OST가 만들어낼 추가적 시너지다. 웹툰 OST가 드라마, 영화를 아우르며 더욱 깊은 재미와 감동을 느끼게 할 테니. 그날을 상상하며 이어폰을 귀에 살포시 껴본다.





지난 2020년 이승철은 웹툰 <달빛조각사> OST ‘내가 많이 사랑해요’를 불렀다.
개코와 쿠기가 부른 <스터디그룹> OST ‘Fast’는 시원시원한 가사와 멜로디컬한 래핑이 특징이다.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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