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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2016 FEATURE

송은의 보은

  • 2016-10-26

1989년 설립해 30년 가까이 젊은 예술가들을 후원해온 삼탄의 회장을 겸하는 송은문화재단의 유상덕 이사장은 미술계에 대한 그간의 후원에 되레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지난 9월 22일, 송은문화재단의 유상덕 이사장이 ‘제25회 몽블랑 문화 예술 후원자상(Montblanc de la Culture Arts Patronage Award)’을 받았다. 1992년부터 매년 세계 10여 개국에서 문화 예술 발전에 기여한 후원자를 선정해 공적을 기리는 이 상은 올해 16개국에서 수상자를 배출했다. 유상덕 이사장은 이번 수상과 관련한 인터뷰에서 “선친의 진실한 애정과 헌신이 빛바래지 않도록 노력했을 뿐”이라고 쑥스럽게 말했다. 재능과 열정은 지녔지만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신진 작가들은 작품을 전시할 공간조차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런 젊은 작가들을 송은문화재단은 30년 가까이 꾸준히 지원해왔다. 또 2001년 제정한 ‘송은미술대상’을 통해 신진 작가들을 세상에 알려왔고, 매년 4명의 작가를 선정해 전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송은미술대상을 보면 어떤 의미 있는 일을 지속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몽블랑 문화 예술 후원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소감이 어떠신지요? 몽블랑 문화 예술 후원자상은 제가 아니라 송은문화재단이 받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선친인 유성연 송은문화재단 초대 이사장의 유지를 받들어 조용히 운영해온 게 전부인데, 이런 상을 받게 되어 쑥스럽습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재단을 운영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고자 합니다.

송은문화재단은 미술가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했습니다. 1989년 송은문화재단이 생기기 전부터 부친의 미술에 대한 애정을 가까이에서 느꼈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어떠셨나요? 재단 설립 훨씬 이전부터 골동품과 민화, 서예 작품을 수집하며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옆에서 봐왔습니다. 미술에 대한 애정이 대단해서 가족 여행을 갈 때면 그곳의 풍경을 직접 화폭에 담기도 했죠. 심지어는 제게 미술을 전공하라고 권하실 정도였어요.

미술계를 돕는 건 역시 부친의 영향 때문인지요? 송은문화재단은 선친의 호에서 이름을 따와 세운 것입니다. ‘숨어 있는 소나무’라는 뜻처럼 재단 설립 이후 드러나진 않지만 묵묵히, 한결같이 젊은 한국 미술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노력해왔죠. 아버지는 1999년 세상을 떠나셨는데, 재단의 지원 사업을 꾸준히 잇고 발전시키는 것이 한국 미술에 대한 아버지의 헌신이 빛바래지 않는 길이라고 봅니다.

문화 예술 후원자는 대체로 선호하는 장르가 있습니다. 이사장님의 경우 재단 활동을 통해 미술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고요. 미술 외에 다른 예술 장르엔 관심이 없으신지요? 1917년 함경남도에서 출생한 아버지는 평양사범학교를 졸업하고 교편을 잡았습니다. 재학 중 미술에 흥미를 느끼고 화가가 되기 위해 일본 유학까지 준비하셨죠. 하지만 태평양전쟁과 같은 당시의 사회적·경제적 여건 때문에 꿈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한국전쟁 때 월남한 이후 세계적 에너지 기업을 만들기 위해 사업을 이끌었고, 이루지 못한 꿈을 젊은 한국 작가들을 통해 펼치고자 사재를 출연해 재단을 설립했죠. 송은문화재단이 미술 분야의 연구와 작품 활동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건 선친의 영향이 큽니다.

하지만 이사장님은 부친의 영향 밖에서 2001년 ‘송은미술대상’을 제정하기도 했습니다. 그 배경이 궁금합니다. 1999년부터 재단을 이끌며 작가를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의 부재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공모전을 준비하게 되었고요. 하지만 당시는 수많은 공모전이 공정성의 논란에 시달리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공정성’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합의제로 진행하던 심사방식을 심사위원 개개인의 개별 심사 집계 방식으로 바꾸고, 심사위원 위촉 또한 007 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비밀리에 진행하는 등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시작했습니다.

송은미술대상을 제정한 후 젊은 미술인을 후원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2010년 11월 서울 청담동에 송은아트스페이스를 개관해 송은미술대상, 송은아트큐브(송은갤러리의 전신) 같은 기존의 재단 지원 사업을 리뉴얼 하고 국내외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 일입니다. 송은아트스페이스 개관과 함께 ‘송은’이라는 이름을 브랜딩해 국내외에 알리고 더 나아가 송은의 지원 작가들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작가들의 후원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요? 가능한 한 많은 작가가 공정하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 외의 일은 재단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담당하는 로렌스 제프리스 같은 전문가의 몫으로 두고 있죠. 전문가에게 권한과 책임을 주고 전시 기획과 공모전 운영 등을 맡긴 것이 재단의 역량을 근래 들어 몇 단계 성장시킬 수 있었던 주 요인이라고 봅니다.

몽블랑 문화 예술 후원자상 상금을 현재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런던 델피나 재단에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내가 아닌 해외 기관에 기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송은문화재단은 2015년부터 런던의 델피나 재단과 MOU를 체결해 송은미술대상 수상자들을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고 있습니다. 현재 재단의 지원 사업엔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없고, 한국의 젊은 작가에게 해외 체류 경험은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델피나 재단에 기부한 상금은 향후 송은문화재단의 후원 작가 외에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 필요한 비용을 후원하는 용도로 사용할 것입니다.

송은아트스페이스와 송은아트큐브는 많은 작가가 전시하고 싶어 하는 공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큰 그림을 보는 이사장님의 눈엔 분명 아쉬움도 있을 듯한데, 어떤 부분이 그렇습니까? 현대미술의 다양한 실험을 담아내는 과정에서 송은아트스페이스의 전시 공간 규모에 자주 아쉬움을 느낍니다. 작품이 그 규모에 제약을 받지 않도록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전시 공간, 미디어 작품을 전문으로 상영하는 공간, 정교한 조명 설계와 소장 작품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공간의 마련 등이 향후 개선해야 할 과제라고 봅니다.

그런 이유로 2019년 완공을 목표로 서울 청담동에 새 미술관을 계획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미 두 곳의 미술 공간이 있는데, 또 다른 미술관을 여는 이유는 역시 ‘규모’ 때문이겠죠? 맞습니다. 공간의 규모에 대한 아쉬움이 첫 번째 계기입니다. 현재 부지를 매입하고, 스위스 건축가 그룹 헤어초크 앤 드 뫼롱(Herzog & de Meuron)에 미술관 설계를 의뢰해 새 공간을 준비하는 프로젝트의 시작 단계에 서있습니다. 건축물 자체만으로도 예술 작품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예술 후원을 통해 배우게 된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선친의 첫 현대미술 컬렉션은 이북에 계셨던 할머니와 무척 닮았다는 강관욱 작가의 석조 흉상이었습니다. 지난 2011년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프랑수아 피노 회장의 컬렉션 전시를 열었을 때, 그가 그 조각을 보고 크게 감동하며 자신 또한 농부였던 부모님의 모습을 닮은 소박한 전원 풍경을 그린 페인팅이 첫 소장품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피노 회장도 그 후 조금 더 작가들에게 애정을 갖고 컬렉션 규모를 넓혀갈 수 있었다고 하죠. 저 또한 아버지를 통해 미술 세계를 접한 후 조금씩 견문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국내외 현대미술 작가들은 늘 제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다고 생각합니다. 작가와 그들의 작품을 만날 때마다 새로운 자극을 받고 호기심과 애정이 자라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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