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놓치지 말아야 할 컬쳐 이슈 모음.zip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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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2-18

지금 놓치지 말아야 할 컬쳐 이슈 모음.zip

핫한 OTT 플랫폼 디즈니 플러스와 일민미술관 을 리뷰한다.



웰컴 투 디즈니 월드
한국에 디즈니 플러스(Disney+)가 상륙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많은 국내 팬이 환호했다. 2019년 디즈니 플러스가 미국에 정식으로 소개되면서 디즈니 영화나 마블, <스타워즈> 등 대중에게 인기 있는 다양한 작품이 넷플릭스나 왓챠 같은 플랫폼에서 물러나 아쉬워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12일, 디즈니 플러스가 한국에 정식 런칭하며 ‘넷플릭스 대항마’로서 세간의 기대를 한껏 모았다.
넷플릭스, 왓챠, TVING, KT 시즌은 물론 쿠팡 플레이, SPOTV까지 구독하는 이른바 ‘구독 인간’인 에디터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것은 다름 아닌 ‘내셔널 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자타 공인 블록버스터 마니아로서 마블 영화와 클래식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다는 건 당연하다 여겼고, 오히려 눈길을 끈 장르는 흔히 접하기 어려운 자연·역사·우주에 관한 다큐멘터리였던 것. 주변에서도 마블과 디즈니, <스타워즈>, 그리고 픽사 팬들이 주로 디즈니 플러스를 구독하며 만족감을 드러냈지만 조금은 불편함을 느끼는 듯하다.
먼저 가장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은 바로 자막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과연 전문 번역가에게 의뢰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황당한 표현의 자막이 눈에 띈다. 기본적인 정보 전달 오류는 물론이고 오역이나 의역 등 곳곳에서 번역의 문제점이 드러난다. 더불어 시청하는 도중 자막의 크기나 위치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한 구독자는 주로 스마트TV로 디즈니 플러스를 이용하는데, 모바일에서 TV로 이를 연결하면 싱크가 잘 안 맞거나 자막 크기가 작아지기도 한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디즈니 측에서 반드시 개선해야 할 부분은 검색이다. 현재 제목과 캐릭터 이름으로 작품을 검색할 수 있지만, 만약 제목에 단어를 언급하지 않으면 그 주제를 다루더라도 잘 검색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역사와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시청하고 싶지만, 제목에 ‘역사’가 들어 있지 않으면 아예 검색조차 되지 않는 것. 연관 검색어나 이와 관련한 작품을 제안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가 않다. 결국 이는 비정형 텍스트 데이터에서 패턴이나 관계를 추출해 의미 있는 정보를 찾아내는 ‘텍스트 마이닝’이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넷플릭스와 마찬가지로 디즈니 역시 자체 제작한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는데, 얼마 전 JTBC에서 방영한 첫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설강화>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설강화>는 초반에 역사를 왜곡했다는 이유로 폐지 청원까지 등장하면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역사 왜곡에 대해서는 오해가 풀렸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은 한류 아이돌 스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이다. 앞으로 디즈니는 한국 콘텐츠에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제작 과정에서 이러한 부분 역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마블과 디즈니 그리고 <스타워즈> 시리즈를 비롯해 내셔널 지오그래픽, 한국 드라마와 예능, 영화까지 1만6000여 개의 콘텐츠를 보유한 점은 분명 디즈니 플러스의 강점이다. 더불어 아직 플랫폼에 업로드하지 않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는 물론 새로 개봉하는 마블 영화, 한국 자체 제작 영상 등 신규 콘텐츠가 계속 나올 예정이다. 하지만 이용자가 불편함 없이 잘 찾아 사용할 수 있도록 문제점을 개선해야 과열된 OTT 플랫폼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지 않을까.
에디터는 앞으로도 약 1년간은 디즈니 플러스를 구독할 계획이다. 디즈니가 제공하는 하이퀄리티의 다양한 콘텐츠를 다른 OTT 플랫폼보다 저렴한 월 9900원, 연간 9만9000원으로 마음껏 누릴 수 있다는 점은 불편을 감수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디즈니 플러스가 비판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여 문제점을 개선하고 뛰어난 콘텐츠로 다른 플랫폼과 경쟁한다면 구독자들이 누릴 수 있는 부분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에디터 정송







이은새, ‘미니(Mini)’.
[IMA Picks 2021]전 연계 퍼포먼스 '연습(Exercise)'.


3개의 시선이 만나는 지대에 서서
작가의 눈을 통해 오늘을 바라보는 일은 작은 모험을 떠나는 것과 같다. 지난해 11월 일민미술관에서 시작된 기획전 은 누구나 그런 특별한 경험을 가능하게 해준다. 미술관이 매년 작가 세 명을 발탁해 그들의 시의성 있는 언어를 개인전으로 꾸리는 연례 기획으로, 올해는 각각 다른 연령대의 이은새(b.1987)·홍승혜(b.1959)·윤석남(b.1939) 미술가를 선정했다. 모두 여성이라는 공통점을 넘어 각기 다른 시공간을 거쳐 지금 여기에서 같은 시대를 향유한다는 점, 그리고 모두 회화 언어로부터 가능한 예술 방식을 고심한다는 점에서 모종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3개의 전시는 서로 유사성에 편히 기대는 대신 작가의 고유한 정체성에 오롯이 집중하는 옴니버스식 구성을 띤다.
이 모험의 시작은 회화와 이질적 요소가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풍경을 연출한 이은새 작가의 ‘디어 마이 헤-엔젤-갓(Dear My Hate-angel-god)’부터다. 그녀는 현대사회의 불안한 모습과 여성의 신체·정체성에 부여되는 왜곡된 관념을 촉각적 이미지로 변환한다. 탁 트인 1층 전시장에는 작가 특유의 역동적 에너지를 분출하는 붓질이 담긴 유화 작품, 반짝이는 PET 필름 드로잉 그리고 비정형 형태로 잘린 은색 철판이 공존한다. 각 화면에 담긴 흔들리는 인물의 형상은 혐오와 애정, 긍정과 부정의 경계면을 타고 흐르는 감정을 상기한다. 특히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회화에 동원한 그리기 행위를 여러 매체로 확장하는 실험을 강행했다. 무게와 질감이 다른 재료가 전시장에 뒤섞인 모습은 양가적 가치가 혼란스럽게 뒤엉킨 현실의 형국을 효과적으로 재현하는 듯하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홍승혜 작가가 픽셀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리드미컬한 풍경이 펼쳐진다. 딱딱하고 단순한 형태인 사각 픽셀은 작가에게 상상력을 무한히 확장할 수 있는 유연한 가능성의 기본 단위다. 전시장에는 기능이 다소 모호해 보이는 가구·포스터·원형 무대·바닥 패턴 등이 있는데, 이는 ‘무대에 관하여(On Stage)’라는 제목처럼 작가가 픽셀 원리로부터 고안한 무대장치다. 여기에 동료 작가의 조각, 실제 퍼포머의 움직임이 더해지며 전시장은 불현듯 공연이 열리는 무대가 된다. ‘협업’ 코드로 만든 이 공감각적 연극을 통해 추상적 이미지의 단서를 현실 장면에 개입시키는 구체적 방법을 모색하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관람객은 공연 관람자이자 참여자로서 능동적 태도를 취하게 된다.
반면 윤석남 작가의 ‘소리 없이 외치다(Crying Out in Silence)’는 한국 현대미술 선구자로서 작업을 이어온 그녀의 삶을 반추하는 이야기로 엮었다. 특히 윤석남이 여성 작가로서 지키고자 한 정체성에 대한 고민, 주변 동료들과 역사적 인물에 대해 가진 애정과 연대의 힘이 전시장에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다. 집요하게 반복되는 자화상과 초상화 형식 때문일 것이다. 전시장 입구에 걸린 ‘자화상’(1988) 아래에 적힌 “나는 이제 웅크린 짐승처럼 살진 않겠다”는 문장은 굴곡진 인생을 대하는 작가의 당찬 선언이다. 또 곳곳에 걸린 수많은 조각난 화면 위에는 윤석남이 기억하는 여러 인물의 표정이 새겨져 있다. 그들의 얼굴과 전시장 한편에서 흘러나오는 작가의 인터뷰 속 육성을 겹쳐보며, 어두운 시대를 통과하면서도 목소리를 잃지 않기 위해 투쟁한 누군가의 떨리는 시간을 마음속으로 응원하게 된다.
세 전시는 분명 오롯이 다른 질감을 띠며 세대 간 언어적 차이를 명확히 드러냈다. 그럼에도 그들이 만들어낸 자극과 질문은 어딘가 닮은 구석이 있다. 바로 사회 안에 둥지를 트는 예술과 예술가는 반드시 모종의 연쇄적 관계를 근간으로 성립할 수 있다는 자명한 인식을 바탕으로 시작되었다는 것. 비록 언제나 아름다운 모습은 아닐지언정 세 작가는 자신이 처한 시대의 풍경 색을 묵묵히 읽어내며 존재 의미를 찾고, 누구든 원하면 그 여정에 동참할 수 있다. 이들이 풀어내는 다채로운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2월 6일 이전에 직접 미술관을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디스위켄드룸 큐레이터 박지형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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