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표 해수욕장에서 열리는 '바다미술제'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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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0-16

부산 대표 해수욕장에서 열리는 '바다미술제'

정형화된 예술제 환경에서 벗어나 해변 도시라는 부산의 환경을 활용한 실험적 예술제 '바다미술제'

2019 바다미술제 풍경.

바다와 예술이 공존하는 도시, 부산의 특성을 담아낸 바다미술제가 오는 10월 16일부터 11월 14일까지 기장의 일광해수욕장에서 열린다. 그간 해운대, 광안리, 송도, 다대포 등 부산 대표 해수욕장을 전시장으로 활용해온 바다미술제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려운 문화 예술 축제다. 1987년 제24회 서울 올림픽 사전 행사로 시작한 바다미술제는 1995년까지 매년 열리다가 부산비엔날레에 통합됐지만, 2011년 다시 독립해 격년제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비엔날레가 열리지 않는 홀수 해 행사라는 점은 바다미술제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34년의 역사와 함께 뚜렷한 고유의 특성이 있음에도, 지난 몇 년 사이 바다미술제는 부산비엔날레와 아트부산의 비약적 성장에 가려진 듯 보였다. 사실 이는 미술을 향유하는 소비층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이들의 복합적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진화해온 여타 행사와 달리 반복적 장소 선정, 일원적 장르, 한정적 네트워크 활용을 고집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컨대 송도해수욕장에서 개최한 2011년 <송.도(淞島, Songdo)>전과 2013년 전은 바다라는 공간과 조각, 설치 작품의 조형성에 주목했다. 작품과 장르에 대한 이해도는 높았지만, 단조로운 전시 내용이 아쉬움을 남겼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선보인 <보다-바다와 씨앗>, , <상심의 바다>전은 미학과 네트워크 그리고 정치적·사회적 맥락을 엮으며 전시 소프트웨어에 집중했다. 한층 높아진 행사에 대한 인지도와 기획력으로 촘촘한 구조를 갖춘 바다미술제는 3회 연속으로 20만 명이 넘는 관람객 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7년 1만2800명에 달한 일평균 관람객 수가 2019년 7300명으로 줄면서 지속적 성장을 이어가진 못했다. 위기감을 느낀 걸까? 올해 바다미술제는 기존 관행을 벗어난 도전적 행보가 눈에 띈다.





2019 바다미술제 풍경.

가장 파격적인 변화는 예술감독 선임. 그간 지역 출신이나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국내 인물을 감독으로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국제 공모 과정을 통해 파격적인 인사를 감행했다. 1995년생 인도 출신 여성 큐레이터 리티카 비스와스(Ritika Biswas)가 그 주인공. 그녀는 인도 콜카타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싱가포르와 영국에서 문학, 예술학, 인문학 등을 공부했다. 아시아와 소수민족 문화, 예술 공동체에 주목하는 영국의 뉴 아트 익스체인지(New Art Exchange) 갤러리에서 큐레이터로 일하며 지역과 국제 무대를 두루 경험한 인재. 리티카 비스와스의 감독 선임은 2019년 서상호 감독이 35명의 참여 작가와 함께 환경오염, 생태계 변화, 난민 등 시대적 이슈를 다루며 동시대적 감각을 행사에 부여한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려는 의도로 읽힌다. 폭넓은 문화에 대한 이해력을 통해 보편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네트워크 외연을 바다미술제에 이식하려는 것.
변화를 꾀하는 바다미술제의 움직임은 올 초 선정한 행사 개최 후보 권역(영도, 가덕도, 기장)에서도 잘 드러난다. 세 후보지 모두 부산에서 빠르게 변모하는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리키타 비스와스 감독이 제안한 기장의 일광해수욕장이 최종 개최 장소로 선정됐다. 동부산 끝자락에 자리한 일광해수욕장 일대는 최근 오시리아 관광단지와 일광신도시 조성, 동해남부선 개통 등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며 새로운 지역 콘텐츠를 발굴하려는 움직임이 커진 곳이기도 하다. 역사, 자연, 신앙 등 기장 지역 고유의 인문학적 스토리를 이번 바다미술제에 어떻게 녹여낼지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선선한 가을 날씨와 함께 찾아올 2021 바다미술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비인간 아상블라주(assemblage)’를 주제로 한 실험적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의 비중이 늘어날 것이다” 등 틈틈이 들려오는 감독의 전언에 달라질 바다미술제의 모습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리쿠이즈의 ‘Breathe of the Sea’(가제) 작품 렌더링 이미지.

Mini Interview with Artistic Director for Busan Sea Art Festival 2021, Ritika Biswas

부산이라는 도시, 그리고 바다미술제라는 미술 행사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무엇인가요?
세계 여러 도시와 문화를 경험했지만, 부산만의 예술적·역사적·생태적 환경은 언제나 새로운 영감을 안겨줬습니다. 특히 바다미술제는 독창적인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동시에 살아 숨 쉬는 해양생태계와 깊은 관계를 맺는 행사이기에 매력적으로 다가왔죠. 몇몇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어려운 미술 행사와 달리, 대중과 자유롭고 폭넓은 소통을 추구하는 바다미술제의 취지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올해 바다미술제 개최 장소로 일광해수욕장을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번 전시 주제인 ‘인간/비인간 아상블라주’를 이야기하기엔 아담하고 명상적인 일광의 바다가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장 주민들이 어부의 삶과 토속신앙을 통해 바다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점도 인상적이었고요.
‘인간/비인간 아상블라주’는 다소 생소한 개념인데,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인간과 비인간적 요소의 결합’을 의미하는데, 인간과 동물을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생명체와 생태계를 아우르는 포괄적이고 확장된 개념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또 이번 바다미술제에선 바다를 통해 우리의 유동성과 불안정성까지 포용할 예정입니다. 바다는 상상, 슬픔, 기쁨, 역사, 시간의 공간이자 끝없이 순환하는 변화의 장이기도 해요. 인간과 바다 역시 하나의 유기적 관계로 바라보며 그 속에서 발생하는 연대와 마찰을 이해하려 합니다.
2021 바다미술제를 즐기는 팁이 있다면?
물과 바람 등 주변 환경을 온몸으로 느끼며 전시를 관람했으면 좋겠습니다. 일광해수욕장에 설치 예정인 대만 출신의 대지미술 작가 리쿠이즈(Lee Kuei-Chih)의 작품 ‘바다의 숨결(Breathe of the Sea)’(가제)은 주변의 자연풍경과 어우러져 감각적인 감상을 가능케 하죠. 특히 작가는 작품의 설치 장소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자연물을 주로 활용하는데, 관람객이 마주하는 일광 일대 풍경의 조각이 작품에 녹아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며 갖게 된 불가피한 경계심과 불안감을 치유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2021 바다미술제 감독 리키타 비스와스.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이정훈(미술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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