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도시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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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18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도시

건축가 3인에게 미래의 도시와 집, 오피스의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Phase 1 조감도. 3만6000그루의 나무를 심은 수직 공원 내부에는 타워, 호텔, 주거, 오피스로 나누어 구성돼 있다.

맑고 깨끗한 그린 시티를 꿈꾸며
‘Cho.Helo A+U’ 대표로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 중인 나는 40여 년간 홍콩, 싱가포르, 파리, 뉴욕, 런던 등 해외에서 대부분의 인생을 보냈다. 해외에서 여러 환경을 접하고 건축을 업으로 삼아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자연’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시대를 겪으며 그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변화하는 자연환경에 어떤 식으로 적응하며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 불행히도, 로마시대의 흑사병과 19세기의 유럽의 콜레라, 20세기 초의 스페인 독감 등 해충과 물, 공기 전파 순으로 팬데믹의 역사가 계속되고 있다. 해충이나 물로 인한 질병은 인간이 통제할 수 있었지만, 공기로 감염되는 질병은 완전히 해결되지 못했다. 2020년 초에 발병한 코로나19 또한 비말을 통해 전파될 뿐 아니라 공기와 호흡을 통해서도 전염되는 질병이다. 산업화를 이룬 도시들은 공기오염을 필연적으로 일으켜왔고, 런던·LA·뉴욕·파리·멕시코시티·뉴델리 등 수많은 대도시에서 심각한 공기오염과 스모그 현상이 시민들의 건강과 목숨을 위협해왔다. 나는 도시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미래의 건축적 방식은 어떤 것이 있을까 고민했고, ‘공기 정화’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여기에 초점을 두고, 기존 건축가들이 제안한 일반적 건물의 녹지와는 조금 다른 형태를 제안하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세 가지 중요한 요소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한 그루당 연간 1.8톤의 산소를 만들고 2.5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35.7g의 미세먼지를 흡수하는 나무다. 단 몇 그루가 아닌 수만 그루 나무 군집을 이용한 시설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도시 환경에서는 쉽지 않다. 예를 들어 59.1km² 면적의 맨해튼은 적어도 20km²의 녹지가 필요한데, 이 밀집된 도시에서 센트럴 파크의 여섯 배에 해당하는 규모의 녹지를 조성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대안은 공원 녹지를 수직으로 세우는 것이며, 이는 서울에도 적용 가능하다. 서울은 60만 개에 달하는 건물과 1000만 명의 인구로 이루어진 메트로폴리탄이다. 여기에 각각 300~500채에 달하는 주거와 오피스, 호텔을 보유한 높은 수직 형태의 타워 숲을 계획하면, 면적을 횡으로 넓히지 않으면서 녹지 환경을 증대시킬 수 있다. 2km² 정도의 공원을 만들고 3만6000그루의 나무를 심을 수 있으니 1만 톤이 넘는 미세먼지와 9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6만5000톤에 가까운 산소를 생성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주거와 숲이 공존하는 이 Phase 1 타워는 태양빛을 최대한 끌어들이기 위해 슬라브를 링 형태의 볼 셰이프(bowl shape) 구조물로 만들어 양방향으로 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또 이 구조물을 지탱하기 위해 중심에 타워를 세우는 것으로 설계해 타워 주위로 녹색 띠를 두른 것 같은 모양새를 띤다. Phase 1인 이 건축물을 포함해 총 Phase 2·3까지 세 종류의 건축 시스템을 계획했는데, 도시 각지에 각 장소의 상황에 맞게 설치한 세 가지 형태의 건축물과 그 안의 녹지가 공기 흐름을 통해 저기압권을 형성하며 시원하고 깨끗한 공기를 도심의 중심에 자리 잡게 하고 하나의 거대한 ‘green infrastructure’를 만들어낸다. 서울의 산과 산, 각지의 공원을 이으며 형성된 이 그린 애시스(green axis)는 정체된 더러운 공기를 깨끗이 걸러주며 도심을 환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곳곳에 Phase 1·2·3을 배치해 그린 애시스를 이룬 도심의 모습.
가로등처럼 공원이나 광장, 도로변에 설치할 수 있는 Phase 3은 축광성 광촉매와 UV 라이트로 가동되는 액티브 퓨리파잉 시스템으로 공기를 정화시켜준다. 사진 제공 초.힐로 에이플러스 유
조신형 대표. 사진 선민수


두 번째 요소는 ‘축광성 광촉매’라는 재료로, 미세먼지를 비롯해 균과 바이러스를 포함한 공기 중 모든 독소를 인체에 무해한 물질로 분해하는 재료다. 공기청정기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필터가 필요 없이, 빛만으로도 작동하며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빛이 부족한 환경이나 밤에도 유효하다. 빛을 저장한다는 의미의 ‘축광성’이라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빛을 품고 있다가 저장한 빛에너지를 서서히 뿜어내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아이 방 천장에 흔히 붙이는 야광 스티커가 바로 이 축광성 물질로 만든 것이다. 결국 축광성 광촉매는 기존 광촉매보다 효율을 높여 정화 능력이 최대 세 배나 강해진다. 이 축광성 광촉매를 파사드 전체에 적용해 나무뿐 아니라 구조체까지 스스로 공기를 정화할 수 있다. 마지막 요소는 셀프 서스테이닝 시스템(self sustaining system)이다. 태양광 패널, 빗물 저장소, 스마트 팜을 합친 시스템으로, 그중 스마트 팜은 연간 3만 톤의 채소를 만들어낸다. 성인 20만 명이 1년간 필요로 하는 채소를 생산하는 중경 시스템(cultivating system)으로, 태양광 패널과 빗물 저장 시스템을 사용해 충당할 수 있다. 결국 자체적으로 미세먼지를 분해할 뿐 아니라 전기를 생성하고 생활용수를 만들어냄으로써 단순히 공기 정화를 넘어 이 안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여유롭고 쾌적한 삶과 휴식을 누릴 수 있는 타운이 조성되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미래 사회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하나의 현상일지 모른다. 환경의 심각성과 깨끗한 자연의 소중함을 더욱 체감하게 된 이때,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을 더 이상 훼손하지 않고 더불어 사는 방법은 무엇인지,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와 건축, 공간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미래 사회를 대비한 ‘공공 건축’을 창출하고자 하는 이 프로젝트 계획 또한 건축가로서 사명감에서 발현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과거에는 ‘숨 쉬듯’ 당연했던 모든 것이 달라지고 있다. 당연하게 여기던 맑은 하늘과 공기, 안전한 바깥 환경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기 위해서는 우리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위쪽 더시스템랩의 성수동 오피스가 자리한 우란문화재단 외관. 더시스템랩이 설계·디자인한 건축물로 카페, 리테일 숍, 사무실 등이 입주한 복합적 성격의 건물이다. 사진 제공 김용관
아래쪽 김찬중 대표.

업무 공간의 다층적, 입체적 변화
더시스템랩 건축사무소 대표, 대학교수로 직원과 학생들을 대하면서 비대면으로 업무와 수업을 진행하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이로 인해 바뀌는 공간의 역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며 가장 적합한 모델이 어떤 것인지 지속적으로 구상하고 있다. 사실 우리 회사는 이미 팬데믹 이전인 2년 전부터 재택근무를 시행했는데,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조직이 커지더라도 물리적 공간을 키우지 않고자 하는 것이다. 현재 분당과 성수동 두 사무실에서 5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며, 규모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인원이 늘어나더라도 더 큰 사무실을 임대해 옮기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비용과 시간을 들여 시스템을 구축했다. 먼저 오피스는 조용히 개인 업무를 하는 스튜디오와 우리가 빅 테이블이라 부르는 공용 책상이 자리한 미팅 룸 공간으로 나뉘는데, 미팅 룸 한쪽에 비치한 대형 모니터는 항시 켜두는 오픈 채널이다. 모니터를 통해 분당과 성수동 사무실 직원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매주 금요일 사내에서 여는 가벼운 드링크 파티인 해피아워 시에도 다른 장소에서 같이 즐기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건축 디자인에 쓰이는 CAD 작업이 용이한 고성능 랩톱을 지급하고, 사무실에 여섯 대의 데스크톱을 설치한 워크스테이션을 마련해 더 많은 용량이나 프로그램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결해 쓸 수 있다. 재택근무를 하다 사무실에 나와도 개인 짐이 있는 바퀴 달린 서랍장 하나만 옮겨서 원하는 자리에 앉으면 된다. 재택근무를 해도 업무에 차질이 없는 건 거의 모든 업무를 클라우딩 시스템으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공동 작업이나 회의, 각자의 업무 상황과 지시할 일을 온라인상에 지속적으로 올려 어디에서든 실시간 공유할 수 있다. 나는 아주 예전부터 1년 365일 매일 아침 출근해 하루 종일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업무 환경이 고착화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일반 사무직에 비해 야근이 많고 노동 강도가 높은 데다 창의성이 필요한 직무이기 때문이다. 사무실 공간은 꼭 필요하지만, 그 형태가 바뀌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사옥을 두는 것이 불편한 족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건물을 크게 지으면 상관없지만 50명 정도 직원이면 작은 규모가 될 테고, 그러면 주차장이나 로비 등 인프라 또한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어렵다. 층층이 나뉘는 것도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진정한 상호 소통이 일어나기 쉽지 않아 사옥 자체가 큰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잘 지은 건물 몇 군데로 나누어 들어가는 것이 더 낫다. 메릴린치나 매킨지 같은 글로벌 컨설팅 기업의 예를 봐도 각 도시에 사옥이 아닌 그 지역의 가장 좋은 오피스를 임대한다. 그래서 우리도 분당, 성수동 외 다른 지역에 또 다른 오피스를 알아보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액세스 포인트’라고 부른다. 즉 업무 공간에 대한 옵션을 다양하게 두고 직원들로 하여금 선택지를 넓히는 것이다. 이것이 정착되면 해외에도 액세스 포인트를 두고 현지 프리랜서에게 해외 오피스의 대표자 역할을 부여해 사업을 확장할 수도 있다. 하나의 큰 조직이 아닌, 여러 개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다. 다만 서로 정한 약속에 의해 성과를 올리고, 그 공동체가 추구하는 가치를 공유하면 된다. 목표는 딱 하나다. 어디에서 일하든, 하루에 몇 시간을 일하든 일만 잘하면 되는 문화를 만들고자 함이다. 이러한 형태와 시스템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적용하는 회사가 많아지면서 더 발전될 것이고, 초반엔 익숙지 않거나 비용이 많이 들어도 장기적으로는 더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모니터와 빅 테이블, 워크스테이션 등이 있어 자유로운 인터랙션이 가능한 미팅 룸.
컴퓨터 업무가 이루어지는 스튜디오.
더시스템랩의 성수동 오피스가 자리한 우란문화재단 외관. 더시스템랩이 설계·디자인한 건축물로 카페, 리테일 숍, 사무실 등이 입주한 복합적 성격의 건물이다. 사진 제공 김용관


실제로 서울 도심을 봐도 업무 지구의 성격이 변하고 있다. 사무실 임대가 줄어드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인원 감축이나 재택근무의 영향이 크다. 직원이 모두 상주할 수 있는 사무실을 찾지 않는다. 물론 100% 재택을 권장하지는 않는다. 50%만 사무실에 나오고 나머지 절반은 재택근무하는 순환 형태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빠르게 전환되려면 ‘내 자리’가 아닌 누구나 공유하는 ‘우리의 자리’라는 인식이 정착되어야 한다. 나는 더 나아가 같은 공간을 2개의 회사가 임대해 근무일과 임대료를 나누는 형태도 구상하고 있다. 물론 1~2년 안에 자리 잡긴 힘들겠지만, 직종과 업무 성격에 맞는 적절한 플로를 짜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의 오피스는 그러한 방향으로 가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꼭 필요한 최소한의 규모이면서 회사의 성향이나 특성을 반영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사무실 공간이 완전히 없어지진 않을 것이므로, 물리적 환경을 중시하되 직원 개개인의 상황과 감성적 상태에 따라 근무지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최적화된 오피스의 형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따라 도시 전체적으로도 건물 모습이 많이 바뀔 것이다. 결국 공간에 대한 개념은 다층화되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에도 도심 업무 지구의 공실이 채워지긴 쉽지 않을 것 같다. 재택근무나 위성 오피스 등 고정 비용을 절감하고 더 효율적인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옵션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비어 있는 업무 공간은 주거 및 상업적 기능도 믹스해 재편하는 흐름이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일본에서 일어난 ‘1마일’ 운동처럼, 반경 1.6km 안에 거주와 업무, 병원, 쇼핑 등 모든 활동이 가능한 새로운 모습의 ‘동네’가 꾸려지면 여행을 제외한 먼 거리 이동이 줄어드니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 최근 우리 회사에서 진행하는 임대 오피스 건물도 주거, 오피스, 리테일 숍이 혼합된 복합적 성격을 띤 공간으로 설계하고 있다. 팬데믹을 기점으로 도심 공간이 변화의 물살을 타고 있고, 미래를 현명하게 받아들이기 위해선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면이 열린 구조로 주변의 경치를 그대로 품은 사직동 주택.

외부 환경과 연결된, 열린 구조의 집
주거든 상업시설든, 사무소효자동이 선호하는 공간은 건축적으로 강렬하거나 화려한 디테일 대신 담담하고 절제되어 있다. 일본에서 오랫동안 공부해서인지 동양 건축의 미학을 추구하는데, 실내에 오래 머무르고 바깥 출입이 제한되는 코로나 시대를 사는 현대 도시에 적합한 건축적 방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대한 박스 구조 안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형태는 획일적일 뿐 아니라 강제로 통풍과 환기를 해야 한다는 맹점이 있다. 우리는 주거 공간을 만들 때 크고 단단한 하나의 덩어리로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공간이 헤쳐 모이도록 분산하려 한다. 그것이 군집을 이루었을 때 외부와도 잘 접합되면서 환기도 잘되고 소통도 잘 이루어진다. 그 대신 내부와 외부 사이에 처마나 툇마루, 안마당 같은 사이 공간을 만든다. 한국과 일본의 옛 가옥 형태와 닮은 모양새라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처마는 빛의 강렬함을 걸러 서늘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비가 들이치지 않아 문을 열어놓을 수 있다. 안에 있는 사람을 감싸는 듯한 느낌도 줄 수 있다. 사람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더 생기면서 또 다른 가능성의 공간이 되는 것이다. 이런 요소들을 넣은 사이 공간 혹은 겹공간은 외부 환경을 내부에 자연스럽게 투과시키면서 공간을 더 풍부하게 해준다. 환기와 통풍 등 환경과 주변 전경도 더 좋아진다는 점에서 요즘 같은 시대와 잘 맞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전시를 통해 우리의 이러한 건축적 방향을 보여주곤 하는데, 지난해 복합 문화 공간 피크닉의 <명상: Mindfulness>전에서 맡은 ‘다실’이 그중 하나다. 건물 맨 위층에 옥상 공간이 딸린 4층에 내부와 외부가 자연스럽게 맞닿을 수 있도록 열린 공간을 계획했다. 피크닉은 각 층의 내부 공간이 꽉 짜인 연극 무대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관람객에게 마지막 순서로 보여지는 에필로그 전시는 좀 느슨하게 풀린 분위기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복잡한 생각을 멈춘 채 자신에게 침잠하고 명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를 위한 요소로 폴딩 창호를 철거하고, 처마와 대청을 만들어 바깥 풍경을 조망할 수 있게 했다. 피크닉의 건물 입지상 주변 환경이 복잡한 점을 완화하기 위해 바깥에는 벽 2개를 나란히 세운 뒤 그 사이에 물을 채워 넣었다.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남산을 배경으로 도심의 하늘과 바람이 물의 표면에 그대로 비치며 흘러가는 ‘인스타그래머블’한 사진 스폿으로 전시 기간 내내 인기를 끌었으니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경기도 화성에 있는 소다 뮤지엄의 ‘대청 단청’ 설치 전시도 같은 맥락이다. 원래 찜질방을 만들다가 예산 문제로 중단된 공간인데, 골조 그대로 살린 미술관으로 탄생했다. 기존에 개구부가 뚫린 벽체가 있어 그대로 창으로 살리고, 그 창을 통해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대청을 만들었다. 빛을 적절히 가리면서 은은하게 새어 나오는 단청 느낌으로 천장을 설계한 것이다.






2017년작인 이 주택은 처마와 툇마루, 안마당 등으로 사이 공간을 여유롭게 두어 공간을 더 풍부하게 해준다.
소다 뮤지엄의 설치 전시로 선보인 <대청, 단청>전.
피크닉에서 열린 <명상: Mindfulness>전에서 선보인 공간. 사진 진효숙
피크닉에서 열린 <명상: Mindfulness>전에서 선보인 공간. 사진 진효숙
서승모 소장.


이렇게 외부에 열린 공간은 집에도 적용할 수 있다. 쉬운 예로, 아파트 베란다를 확장해 바깥과 면한 공간에 작은 다실이나 실내 정원을 만드는 것은 이전에도 많이 해온 사례다. 이것은 외부와 내부를 연결하는 좋은 사이 공간이 될 수 있다. 최근 2년에 걸쳐 완공한 주거 프로젝트 중 사직동 주택이 있다. 한양성곽으로 둘러싸여 있어 완전히 레노베이션할 수 없는 상황이라 주변 풍경과 환경을 끌어들이기 위해 주택의 사면이 열린 구조로 계획했다.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있는 이 주택의 루프톱 공간은 북악산과 인왕산의 사계절이 한눈에 보이는, 도심 속 휴양지 같은 느낌을 준다. 꼭 넓지 않아도 된다. 이전에는 재산을 증식하면 점점 넓은 평수로 늘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그것이 럭셔리한 주거의 미덕이 되지 않을 것 같다. 넓은 공간 안에 짐을 채워 넣는 대신 많은 수납 양에 따른 필요 없는 공간이 줄어들고, 크기와 상관없이 플러스알파 기능을 담은 집이 늘어날 것이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배송이 필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요즘 많은 집에 설치하는 무인 택배함이 더 커지고, 냉장고 문을 바깥에서 열어 식재료를 넣거나 세탁물을 바로 넣는 형태에 대해서도 기술적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집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외부 사람과 굳이 대면하지 않아도 안전하고 프라이빗하게 필요한 것을 취하는 대신 집에서 요리하거나 지인들을 불러 홈 파티를 하는 등 집을 더 건강하게 활용하는 문화가 정착하고 있다.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도 닫힌 구조가 아닌 열린 공간. 외기와 닿는 표면적을 늘린 다층적 건축, 곳곳에 뚫린 창문을 통해 빛과 바람이 드는 집.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자연스레 변화할 모습이 아닐까 싶다.

 

에디터 이정주(jjlee@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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