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박의 온-오프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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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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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박의 온-오프

윤박과 겨울의 중간을 걸었다.

체크 코트 Berluti, 체크 재킷 Ami, 셔츠 Neil Barrett.

겨울 정원에서 촬영한 소감이 어땠나? 어색했다.(웃음) 사진 찍히는 거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고, 잘 못해서.

2019년에는 JTBC 프로그램 <가드닝 프로젝트 꽃밭에서>에서 정원사에 도전했다. 식물을 잘 키우나?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화분을 구입하면 자동으로 좋은 곳에 기부도 할 수 있는 곳에서 몇 개 사서 키웠는데, 다 죽었다.(웃음) 물도 잘 주고 햇볕도 잘 쬐주었는데, 왜 자꾸 죽는지.

타고난 식물 킬러인가 보다.(웃음) 최근에 출연한 드라마 tvN <산후조리원>, OCN <써치>가 뜨거운 인기를 얻으며 종영되었다. 촬영 기간도 겹친 걸로 아는데, 어떻게 두 작품에 동시 출연하게 된 건가? 먼저 <써치>에서 출연 제의가 들어왔다. 장르물에 대한 로망이 있어 출연하기로 결심했는데, 그 후 <산후조리원>이 출연을 제의했다. 대본을 보니 재미있더라. 이 작품은 잘될 것 같다는 확신이 있었다. 놓치고 싶지 않았지만, 일정상 당연히 무리라는 생각에 욕심을 내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 배역 누가 할지 모르겠지만 잘될 것 같다”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웃음) <써치>에선 군인 역할이라 머리가 짧아야 해서 설정에도 맞지 않을 듯했고.

그런데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감사하게도 <산후조리원> 측에서 스케줄을 최대한 맞춰주겠다고 하셨다. 작가님과 감독님이 요구한 도윤은 사랑스럽고 누가 봐도 ‘저런 남자를 갖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면서도 어떤 부분에서는 허술한 면이 있어야 했다. 근데 나한테 허술한 면이 좀 있다.(웃음)

사랑스럽고 갖고 싶은 남자는? 그건 내가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고.(웃음)

전혀 다른 캐릭터를 비슷한 시기에 스위치해가며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극단의 냉정과 열정을 오가는 셈이었으니까. <산후조리원>의 도윤 역은 평소 나와 결이 비슷해서 수월한 편이었다. <써치>의 특임대장 송민규는 전혀 다른 캐릭터라 한동안 말투, 행동까지 캐릭터에 가깝게 바꿨다. 그런데도 <산후조리원>에 한 번 다녀오면 몰입이 쉽지 않더라.

아까 촬영할 때도 느꼈는데, 어색해하다가도 막상 셔터를 누르면 바로 얼굴이 바뀌던데. 몰입하는 척한 거다.(웃음)

스스로 말한 것처럼 냉철하고 야망이 끓어오르는 특임대장 송민규는 윤박과 전혀 다르다. 어떻게 캐릭터를 구축했나? 작품마다 그 사람이 무엇을 중요시하고,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염두에 둔다. 매 장면의 목표도 고려한다. 같은 인물이라도 어떤 상황에 닥쳤을 때 바뀌는 접점이 있는데, 그 접점을 하나씩 생각해 인물을 만들다 보면 인물이 입체적으로 보이는 것 같다.

생각이 많은 편인가? 그런 편이다.(웃음) 그래서 일을 그르칠 때도 있다. 단순하게 생각해야 효과적일 때도 있으니까.

영화 <식구>의 임영훈 감독이 윤박의 얼굴엔 선과 악이 공존한다고 하더라. 말을 안 할 땐 무뚝뚝하고 날카로워 보여서 학교 다닐 땐 후배들한테 오해도 많이 받았다. 사실은 부끄럽고 어색해서 인사도 잘 못 받고 그랬던 건데. 막상 친해지면 다들 바보라고 놀린다.(하회탈처럼 웃는다)

그래서 소속사가 예능 금지령을 내린 건가? 평소에는 계산하지 않고 그냥 막 말하는 편이라서.(웃음)

얼마 전 tvN의 관찰 예능 프로그램 <온앤오프>에 출연했다. 관찰 예능이라 편했다. 혼자 있으니까 카메라도 잊고 평상시 내 모습대로 하게 되니까. 여럿이 모여 이야기하는 예능은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출연자끼리는 괜찮아도 받아들이는 분이 불편할 수도 있고.





피크트라펠 더블브레스트 코트와 슈트 모두 Wooyoungmi, 셔츠 Versace by yoox.com, 슈즈 Fendi Men.





오른쪽 페이지 카키 컬러 슈트와 니트 톱 모두 Lemaire, 슈즈 Fendi Men.

언젠가 자필로 셀프 100문 100답을 공책에 빼곡히 적은 게 인상적이었다. 주어진 질문이 있었나? 질문부터 내가 시작하는 거다. 1번 질문에 답하면 그에 대한 2번 질문을 만들고 또 답하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이다.

윤박이 윤박을 인터뷰하듯? 그렇다. 하다 보니 나란 사람은 이런 사람이구나, 내가 이런 생각을 갖고 사는구나 깨닫게 되더라. 2019년 여름에 했는데, 사실 지금은 질문도 답도 다 잊었다.(웃음) 지금 하면 완전히 다른 답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나 자신을 인터뷰한다, 재미있는 경험일 것 같다. 나중에 한번 해보길 바란다. 되게 재밌는 경험이다. 전에 부모님이랑 서로 질문을 교환해 50문 50답을 해본 적도 있는데, 그것도 좋았다. 그 전까지는 아버지가 좋아하는 과일조차 몰랐더라, 내가.

그래도 예능에 비친 모습을 보니 아버지와 관계가 돈독한 것 같던데. 휴대폰으로 메시지도 자주 주고받고, 친구 같은 관계다. 나이가 들고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덜해지면서 가족과 더 가까워진 것도 있다.

어떤 부분의 스트레스였나? 연기 면에서 조급한 마음이 좀 줄었다. 예전에는 이 역할만은 놓치고 싶지 않고, 더 올라가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면 지금은 흘러가는 대로 살고 있다. 물론 좋은 작품과 배역에 대한 욕심이야 여전하지만, 조급함 때문에 가족에게 스트레스를 주거나 받는 일이 없어졌다. 실수하면 다음에 잘하면 되지 하는 생각이다.

실수를 자꾸 되뇌는 편이었나 보다. 맞다. 내 연기가 상황에 맞지 않다고 생각되면 오케이가 나도 이틀 동안은 말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았다. 지금은 뻔뻔해진 건지, 감독님께 “다시 한번 가도 될까요?” 물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이번에 <써치>를 촬영할 때도 며칠이 지나 조심스럽게 여쭤봤는데, 다행히 감독님이 다시 가도 된다고 허락해주셨다.

어떤 신이었나? 마지막 회에서 죽기 전 무장해제당하는 신. 잠깐 지나가는 장면이지만 대본상 앞뒤 상황이 너무 복잡해서 어떤 감정으로 입장하고 무기를 뺏기고 퇴장해야 하는지 감이 안 서는 거다. 당시엔 어찌어찌 오케이가 났는데, 모니터링을 해보니 이렇게 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집 후 감독님께 말씀드렸다. 전후 사정이 이러하니 이렇게 갔으면 더 좋지 않았을지, 혹시 다시 찍을 수 있는지. 감독님도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 지금 하는 게 낫다고 용기를 주셨다. 예전의 나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특별한 변화의 계기가 있었나? 내 상황을 인정하는 순간 마음이 편해졌다. 이 정도면 그래도 잘하고 있어, 라고 스스로를 북돋게 된 어떤 시점이 있었다. 그렇다고 지금에 머물러 있겠다는 건 아니고, 매 순간 제자리에서 열심히 하자는 다짐이다. 안 될 것에 발버둥치기보다는 지금 잘하고 있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좋은 변화가 찾아온 것 같다. 그렇다.





오렌지 컬러 재킷과 터틀넥, 팬츠 모두 Wooyoungmi.





그레이 코트와 셔츠, 팬츠, 슈즈 모두 Prada.

언젠가 “1년에 한 번은 꼭 연극을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3년 전 무대에 오른 <3일간의 비>가 마지막 연극이다. 연극을 꾸준히 하고 싶다는 생각은 지금도 유효하다. 계속 시기가 안 맞은 것뿐이다. 드라마나 영화와 겹치기로 출연하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까. 드라마 촬영을 ‘두 탕’ 뛰는 것과, 촬영하다 연극 무대에 서는 건 다르다. 드라마는 편집의 힘이 작용하고 NG가 나면 다시 찍을 수 있으니까. 연극은 오롯이 그 순간에 몰입해야 한다. N차 관람하는 분도 있지만 내 공연을 딱 한 번 보고 가는 관객에게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극만 온전히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은데, 쉽지 않더라.

연극을 놓고 싶지 않은 이유는 뭘까? 연예인이란 남들 앞에 보여지고 싶은 사람이잖나. 관객 앞에 서서 관심이 집중되는 그 순간에 생기는 에너지가 엄청나다. 몸속에서 피가 힘차게 도는 느낌이다. (점점 행동이 커지면서 눈빛이 반짝인다) 공연장을 메운 에너지 전체가 배우에게 쏠리는 그 힘이 느껴지거든. 어떤 인물의 감정에 관객까지 다 같이 몰입하는 순간 카타르시스랄까, 좋은 긴장감과 에너지가 전해진다.

연극 얘기하니까 눈이 반짝거린다. 꼭 맡고 싶은 배역이 있나? 대학생 때부터 <갈매기>란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 아니면 무대 위에서 진짜 웃음이 터져도 다 같이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극도 재미있을 것 같다.

한 인터뷰에서 시청자 반응을 다 찾아본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요즘도 그런가? 지금도 그렇다.

최근에 시청자들 반응을 보고는 어땠나? 좋았다. 사실 편성이 바뀌는 바람에 토・일요일(<써치>), 월・화요일(<산후조리원>) 연속 방영했는데, 시청자들이 몰입이 안 되면 어떡하나 걱정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그 부분을 흥미롭게 봐주신 것 같아 다행이었다. 감사한 일이다.

<산후조리원>에서 특히 워너비 남편으로 뜨거운 인기였다. 그 전까지는 누군가의 아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번에는 누군가의 아빠에 초점이 맞춰졌다. 고민한 건 딱 두 가지였다. 아기보다도 어떻게 하면 아내(오현진 역할의 엄지원)를 행복하게 해줄까, 웃긴 장면을 어떻게 진심으로 연기할 수 있을까. 웃긴 장면에서 진짜 웃기려고 하면 재미없지 않나. 상황에 최선을 다하자, 그런 생각을 했다.

오래 연기하는 게 꿈이라고 들었다. 수명이 긴 배우가 되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있을까? 몸이 건강하고 기억력을 유지하려면 먼저 술・담배를 줄여야 하는데.(웃음) 아직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운 건 없고, 생각만 하는 단계다. 내가 그게 문제다.(멋쩍게 웃는다)

마음의 여유를 찾은 것도 길게 가기 위한 좋은 채비 같은데. 맞다. 그런데 그건 계획한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찾아온 변화니까. 그래서 내가 잘해야 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맡을 수 있는 캐릭터가 달라질 텐데, 거기에 잘 적응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아빠 역할을 맡은 것도 좋은 선택이었다. 마흔에 가까워지면 언젠가 해야 할 역할이니, 먼저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2021년이면 햇수로 배우 10년 차, 나이로는 서른다섯이다. 숫자일 뿐이지만 그래도 감회 같은 게 있나? 별로 없다. 서른이 되었을 때도 벌써 서른이야? 정도였지 큰 감회는 없었다. 다만 걸리는 건 아직 결혼을 안 해서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것 정도?(웃음)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성실히 살아야겠다는 마음.

 

에디터 전희란(ran@noblesse.com)
사진 김신애
헤어 & 메이크업 장해인
스타일링 문승희
어시스턴트 최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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