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기억해야 할 3명의 얼굴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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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30

우리가 기억해야 할 3명의 얼굴

낯설다. 낯설어서 새롭다. 뮤지컬 배우 박준휘, 현대미술 작가 이은새,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 우리가 기억해두어야 할 이름들.

이너로 입은 아이보리 핑크 스웨터 COS, 보랏빛 꽃이 핀 올리브색 카디건과 바지 모두 San Francisco Market, 닥터 마틴 워커 에디터 소장품. 청록색과 노란색 스툴은 현대리바트에서 판매한다.

누구든 될 수 있는 배우, 박준휘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가장 직격탄v을 맞은 분야는 다름 아닌 공연 예술계다. 그런 와중에 올 한 해를 바쁘게 보낸 신인 배우가 있다. 바로 박준휘다. 지난해 11월부터 출연한 <여신님이 보고 있어>를 시작으로 올 2월에는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에서 스메르자코프 역을 맡아 열연했으며, 3월에는 <삼월의 그들>에 참여하고, 5월에는 <풍월주>의 사담으로 분했다. 또 <루드윅>에서는 청년 루드윅 역을 맡아 날카롭고 절망 가득한 음악가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공간>과 <비스티> 공연을 마치고 올겨울부터 내년 3월까지 이어지는 대작 <몬테크리스토>에서 알버트 역을 맡아 데뷔 후 처음으로 대극장에 서게 됐다. “이런 시기에 꾸준히 공연할 수 있어 정말 감사하죠.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관객이 많을수록 무대 위 배우도 에너지를 받기 마련인데,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관객이 많이 찾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요.”

처음 <영웅>이라는 뮤지컬을 보면서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배우를 꿈꾸게 됐다는 박준휘는 이제 자신의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에게 같은 감동을 전하고 있다. 처음 뮤지컬을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 박준휘는 노래와 연기 중 당연히 노래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뮤지컬이 연기와 노래, 춤 등 모든 것이 복합된 종합예술이라는 점을 상기하게 됐다. “일반적 형식은 아니지만, 뮤지컬은 노래로 말하는 거잖아요. 이렇게 생각하면 노래와 연기 구분 없이 그냥 ‘연기’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덕분일까. 박준휘의 연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배역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는 점을 그의 강점으로 꼽는다. 그리고 그런 강점이 이번에 그를 <몬테크리스토> 캐스팅으로 이끈 셈이다. 엄기준, 카이, 신성록, 옥주현, 린아, 이지혜 등 뮤지컬계 거성과 함께 무대에 오르는 일이 꿈같이 느껴진다는 그는 “사실 저는 대극장에 어울리지 않는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냉정하게 생각할 때 그렇게 큰 무대에 오르기엔 제 키가 단점이라고 봤거든요. 하지만 이렇게 또 다른 도전이 시작됐네요. 소규모 극장에서 연기할 때와 달리 발성과 제스처 같은 표현이 더 커야 하더라고요. 익숙지 않기에 그만큼 배우는 재미가 있어요. 대선배님과 아직(인터뷰 당시) 합을 많이 맞춰보진 못했는데, 그냥 그분들이 연습하는 모습만 봐도 느끼는 게 많아요”라며 눈을 반짝였다. 자신의 장점보다는 단점을 냉정히 바라볼 줄 아는 박준휘는 이번 <몬테크리스토>를 기점으로 더욱 성장할 것이다. 자신에게 온 기회를 그는 잘 잡았고, 절대 놓치지 않으려는 끈질긴 면모도 보여주기에. “    ‘박준휘가 박준휘스러운 연기를 한다’는 얘기 말고, 그냥 그 배역처럼 보인다는 말을 더 듣고 싶어요. 그런 배우의 모습을 ‘섹시하다’고 표현한다면, 앞으로 저는 ‘섹시한 배우’가 되고 싶네요.”





빨간색 포인트의 브라운 니트 MUSÉE, 화이트 팬츠 COS, 스니커즈 에디터 소장품. 쌓아 올린 임스 체어는 오드플랫에서 구입할 수 있다.

‘나’는 어떤 작가일까, 이은새
헤어 & 메이크업에 의상까지 갖추고 마주한 카메라가 어색한지 연신 눈길 둘 곳을 찾던 이은새 작가는 촬영이 끝나자 비로소 긴장을 푼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1987년생인 그녀는 지금 가장 주목받는 화가다. 지난 8월 갤러리2에서 개인전 를 연 뒤 지금까지 “계속 쉬었다”고 말한 그녀는 최근 몇 년간 쉼 없이 개인전과 그룹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의 삶이 다른 사회 구성원과 다르다 보니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느리게 흘러가는 지금 속도가 잘 맞는다고 느끼는 작가도 있는데, 이은새도 그중 한 명이다. 현재 그녀는 작업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본인이 나아가는 길이 맞는지 혼자 차분히 고민해보고 있다.

전시 는 그동안 작가가 보여준 작품 혹은 전시와는 사뭇 다른 감상을 자아냈다. 그동안 여러 색을 하나의 화면에 담았다면, 흑백으로 이뤄진 작품이 많았던 것. “이번에 좀 더 형식적인 고민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동안 힘을 빼고 작업하고 싶었는데, 조금 두려운 마음이었죠. 사실 전시에서 보여준 작품은 제가 힘을 빼는 연습, 형식을 찾아가는 과정에 실패한 이미지로부터 시작해요. 이를 점점 완성해가는 중간 과정을 함께 보여준 거죠. 결국 저는 누군가의 얘기를 듣거나 상상하는 것보다 직접 해봐야 알겠더라고요.” 형식을 연습하면서 드로잉적인 부분이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작가는 여기서 자기에게 자연스러운 표현이 무엇이고 어떤 것에 익숙한지 조금 혼란스러웠다고 한다. 그럼 이 부분에서 전시 제목으로 넘어가보자. “ ‘늘 마시던 걸로’라는 말이 사실은 현실적이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릴 때는 어른이 되어 술 마시는 제 모습을 상상하면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저 대사의 장면을 떠올린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어른이 되어 술을 마시다 보니 저 대사가 어색한 거죠. 제가 즐겨 찾는 ‘늘 마시는 것’, 혹은 ‘늘 좋아하는 것’이 뭔지도 잘 모르겠고요. 그림을 그리면서 제가 느낀 감정과 딱 맞았어요. 도대체 저는 어떤 작가고, 제가 잘하는 건 무엇이며, 또 좋아하는 표현은 어떤 건지 그 혼란스러움이 이 제목에 모두 담긴 거죠.”

이처럼 작가는 의구심, 찰나의 확신, 고민의 순간을 캔버스에 담는다. ‘이것이 내 고민에 대한 정답이다’라고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대신 그저 그 순간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그래서일까. 어떤 이에게는 그녀의 작품이 ‘수수께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고민이 많아요. 주변 친구들과 동료들에게 많이 묻기도 하죠. 그런데 그들이 그래요. ‘결국은 네 맘대로 할 거면서’라고요. 맞아요. 결국은 제가 선택하고 그 선택을 믿고 가는 거죠. 스스로 확신을 얻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거예요. 작품은 이런 제 성격이 반영돼 있죠. 확신을 얻는 과정에서 나온 거니까요. 그렇기에 많은 사람이 아리송하고 불확실한 감상을 남기는 것 아닐까요.”





핑크색 톱, 베이지 팬츠 모두 COS. 임스 체어는 오드플랫에서 구입 가능하다.

균형을 찾아가는 연주자, 김동현
지난여름 비가 억수로 내린 날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현악본색: 바흐의 아침>이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을 이 자리에 소개하게 된 시발점이다. 무대에 다리를 고정한 듯 꼿꼿하게 서서 연주를 시작한 그는 금세 바흐의 선율에 빠져들었다. 솔직히 고백하면, 에디터는 그 누구의 연주를 들어도 바이올린 특유의 높은 음과 날카로움에 익숙해지기 힘들었다. 그런데 그의 연주에서 부드러움을 느꼈다. 그렇게 매료되어 만난 그는 바이올린 선율 같은 태도가 몸에 배어 있었다. 자신이 걷는 바이올리니스트 길을 확신하는 자신감 말이다.

열네 살 때 금호영재콘서트에서 첫 독주회를 연 뒤 국내 클래식계에 이름을 알린 김동현은 열여덟 살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다. 2019년에는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3위에 오르는 등 차세대 바이올리니스트로 전 세계에 가능성을 증명해 보였다. 이제 스물셋을 앞둔 그는 학교를 졸업하고 석사 학위를 받기 위해 독일 뮌헨으로 떠날 예정이다. “원래는 연초에 유학을 떠나려 했어요. 그런데 알다시피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1년간 국내에 머물며 연주회를 가졌죠. 오히려 좋았어요. 차이콥스키 콩쿠르에 나간 것도 사실 좋은 상으로 레퍼런스를 만들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저를 알리고 싶은 목적이 있었거든요. 그런 면에서 꽤 성공적이었죠.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제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어 알찬 한 해였어요.” 음악에는 연주하는 이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고, 해석에 따라 다르게 들리기도 한다. “저는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좋은 연주가 나온다고 믿어요. 물론 곡을 해석할 때는 분명 작곡가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기에 곡을 만든 사람을 먼저 공부해야 하고요. 작곡가의 의도를 먼저 파악한 뒤 저만의 해석을 더해야 하고, 이를 매끄럽게 만드는 방법이 ‘연습’이죠. 작곡가의 의도, 연주자의 해석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때 좋은 연주가 나온다고 생각해요.”

김동현을 아는 사람들은 그를 ‘무대 체질’이라고 말한다. 사실 연주를 앞두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터. 하지만 그는 이를 수용하고 좋게 활용할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모든 연주자의 숙제라고 말한다. “결국 모든 것은 균형일 수밖에 없어요. 한 곡 안에서 너무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풀지도, 계산적으로 풀지도 않으려면 균형을 잘 잡아야죠.” 김동현은 요즘 새삼 베토벤 음악의 매력에 빠졌다고 덧붙였다. 베토벤의 음악에서 그가 추구하는 균형을 느낀 것이다. “베토벤의 곡은 존경스러울 만큼 균형이 잡혀 있어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고요. 그런데 아직은 제가 이를 소화하기엔 역부족인 것 같아요. 소박한 목표가 있다면, 주기적으로 이 곡들을 연주하고 싶어요. 그때마다 제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아직은 자신을 ‘바이올리니스트’라 불러도 좋을지 고민이라는 김동현.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깊어지고 단단해질 현의 소리를 기대해본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안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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