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서 만든 100초짜리 영화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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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07

호텔에서 만든 100초짜리 영화

젊은 감독 4인이 다섯 밤과 낮 동안 머물며 호텔을 소재로, 영감으로, 무대로 각자 100초 분량의 영화를 만들었다.

Lee oksub
밀레니엄 힐튼 서울 826호



“애인이 화분을 들고 찾아온다.” ‘손목’을 심은 화분의 기기묘묘한 이미지와 함께 한 문장의 시놉시스를 보낸 건 인터뷰 전날 밤 11시 5분. 밀레니엄 힐튼 서울의 킹 딜럭스 마운틴 뷰 객실 826호에 이옥섭 감독이 체크인한 지 4일째 되는 날이었다.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는다며 전전긍긍하던 그는 마침내 데드라인의 문턱에서 자신의 가슴을 훅 찌르는 한 장의 이미지와 만났다. 그의 첫 장편영화 <메기>의 이야기가 거대한 싱크홀 사진에서 실타래를 펼쳐나갔듯이. 이옥섭은 동시대 독립 영화계의 스타다. 작년에 <메기>로 장편에 입봉하기 전부터 <4학년 보경이>, <플라이 투 더 스카이>, 등 단편영화를 발표할 때마다 자신만의 확고한 스타일로 마니아층을 형성해왔다. 배우이자 감독인 구교환과 2 × 9 HD크루로 활동하면서 길이나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영화를 만들고 유튜브에 공개한다. 비정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시선, 그럼에도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특유의 위트, 감각적 영상미와 기막힌 음악 선택 등. 이옥섭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장르로 N차 관람의 붐까지 일으킨 그가 이 프로젝트에 합류할 거라곤 사실 상상도 못했다. 다른 감독들도 이옥섭 감독이 참여한 것을 알고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집에서도 갇혀 있지만 어떤 특정한 공간이 주어졌잖아요. 호텔, 특히 방이라는 공간에 갇힌다는 컨셉이 좋았어요. 원래 제한 조건이 많은 걸 좋아하거든요.” 이옥섭이 걸터앉은 소파 뒤로 남산 풍경이 아름답게 펼쳐졌다. “여기서 머무는 감회요? 일단 청소를 안 해도 돼서 좋고요.(웃음) 산이 보여서. 초록을 보면 마음이 편해져요. 어젯밤에도 저기 남산에 올라갔다 왔어요. 산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발치만 보고 걸을 수 있어 좋아요.” 남산의 관문 같은 위치에 클래식한 분위기 그리고 ‘밀레니엄 힐튼’이라는 이름의 기묘한 조합. 이 호텔은 영화 <메기> 속 ‘마리아 사랑병원’이 풍긴 현실과 비현실 사이, 과거와 현재 사이 어디쯤에 놓인 신비한 분위기를 떠오르게 했다. 그래서 이곳은 꼭, 이옥섭이어야만 했다. 826호 킹 딜럭스 마운틴 뷰 룸에 들어섰을 때, 침대 머리맡에는 커다란 ‘누네띠네’ 과자 봉지, 베개 옆에는 블루투스 마이크와 청바지, 바닥에는 화분 여러 개와 소품, 책상 위엔 고전부터 신간까지 곳곳에 놓여 복잡하게 뒤엉켜 있었는데, 그 나름의 질서가 있어 보였다. 그의 두서없는(?) 창작 방식이 공간에 표현된 느낌이랄까. 그는 이 방에서 4개월 동안 시나리오를 쓰지 못한 어떤 감독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시나리오가 잘 써지지 않을 때, 악마가 좋은 이야기를 주는 대신 뭔가를 달라고 하면 어떤 것까지 줄 수 있을까? 종종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어제도 마음에 드는 시놉이 안 나와서 음악을 먼저 찾다가 노래를 하나 정했어요. 그랬더니 전에 상상한 악마와의 거래와 이미지가 겹쳐지더라고요. 래퍼가 웅얼거리듯 노래하는 곡인데, 영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시나리오를 주는 대신 손을 달라는 악마와 거래한 뒤 애인에게 이별의 편지를 쓰는 주인공. 그리고 호텔로 전달된 화분. 자못 기괴한 이야기 같지만 그가 담고 싶은 건 함께 창작하는 자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다. “영화 주제를 말해달라고 하면 항상 표현을 잘 못해요.(웃음) 이 영화로 주변의 영화를 준비하는 분들이 응원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함께 작업실 쓰는 친구들(<웰컴투X-월드> 한태의 감독, <창진이 마음>의 궁유정 감독)을 비롯해서요. 그래서 저 화분에 꽂을 메모도 미리 적어놨어요.” 그가 가리킨 곳에 “너의 시나리오를 응원해”라고 적힌 푯말이 꽂혀 있었다. 인터뷰 직후 촬영을 시작해야 했던 이옥섭은 대화 중에도 에디터에게 양해를 구한 뒤 틈틈이 소품 구입을 위해 긴급히 입금하고 택배도 받으러 갔다. 그가 노인이 되어도 살고 싶다고 말하는 이 도시 서울은 아마도 영화인이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따뜻한 도시가 아닐까.






 

Shin woosuk
콘래드 서울 3216호




“구상한 시나리오를 탈고했습니다.” 신우석 감독의 메일이 도착한 건 인터뷰 당일 새벽 3시 36분. 그가 콘래드 서울 호텔에 체크인한 지 3일째 되는 날이었다. “제목은 ‘Penthouse’, 흑백 톤으로 시작해 골드 톤으로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새까만 여의도의 밤을 바라보며 조금 전까지 시놉시스를 쓰다가 마침내 엔터 버튼을 눌렀을 감독을 상상하니 갑자기 심장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신우석 감독이 수장으로 있는 ‘돌고래유괴단’은 괴짜들의 창작 집단이다. 돈 벌려고 시작한 CF가 어쩌다 먼저 대박이 나는 바람에 지금까지 CF계의 이단아로 군림하고 있지만, 사실 이들이 처음 모인 이유는 영화다. 안정환과 최현석 셰프가 출연한 캐논 광고부터 직장인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유니클로 광고, 이병헌이 출연한 게임 브롤스타즈 광고 등 시청자가 광고를 일부러 찾아보고 스스로 바이럴하는 이상한 패러다임을 만든 건 그들의 광고가 영화만큼 재밌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웹툰 작가 이말년, 주호민과 함께 <잠은행>이란 영화도 만들었다. “솔직히 요즘 들어 재미가 없었거든요. 건방지게 들릴지 모르지만, 뭔가 잘돼도 기쁘지가 않은 거예요. 욕심난 것, 목표로 한 건 광고판에서 다 한 것 같아요. 전문성이 생기고 경험치가 쌓이니까 어떻게 하면 될지 요령이 생기고요. 그런데 어젯밤에 이 프로젝트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낮에 스태프들과 동묘 가서 의상을 사는데 ‘나 왜 이러고 있지?’ 하면서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주변 스태프에게도 ‘이런 거 있는데 해볼래?’ 하니까 다들 재미있어 하더라고요. 좀 신기해요.”






<펜트하우스>에는 부랑자와 베테랑 거지가 등장한다. “서울은 빈부 격차가 심한 데다 많은 사람이 심리적 박탈감을 느끼며 살아가잖아요.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지 않고 남과 자기를 끊임없이 비교하고 타인의 삶을 관심 있게 바라보는 걸 관음증처럼 표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들이 느낀 격차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면 1분 안에 메시지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고, 비주얼적으로 재밌는 그림이 그려질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극명한 대비를 주는 데 콘래드 서울은 최적의 장소인 거죠. 보시는 것처럼 호화로움의 끝판왕이니까.” 한강이라는 맹렬한 피가 끓는 대동맥 좌우로 오래된 아파트가 세포처럼 빼곡히 들어섰고, 금색 63빌딩, 공원, 건물 꼭대기의 헬기장이 뒤범벅된 풍경이 그 자체로 비현실적이어서 영화 세트 같았다. 해 질 무렵의 풍경이 더 비장한 기운을 입고 그가 설명하는 이미지를 극적으로 포장했다. “평소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았어요. 호텔 안에서 사람들은 각자 포지션이 명확한데, 그게 사회의 축소판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곳에서 사람들, 시스템을 유심히 관찰하게 돼요. 어딜 가나 자본에 의해 층수가 정해지잖아요. 그런 사실도 재미있고요. 호텔을 하나의 세계로 상정한 이야기의 장편 영화도 준비하고 있어요.” 신우석은 현재진행 중인 대형 프로젝트를 마친 뒤 남은 2020년을 ‘잘될 것이 뻔한’ 광고 작업을 잠시 내려놓고 안 될지도 모를 영화를 만드는 데 시간을 투자할 것이다. 몇몇 제작사의 제의를 받고 그동안 써둔 시나리오의 영화화를 논의 중이다. <펜트하우스>는 어쩌면 그 전환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이번 영화는 짧지만 내러티브가 강렬하게 전달되어야 해요. 메시지가 명확하지 않으면 이 프로젝트 자체가 무의미할 것 같거든요. 사람들이 볼 때 메시지가 금방 와닿으면 좋겠어요.” 낯선 공간에서의 다섯 밤과 낮, 도무지 알 수 없는 시간이 신우석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고 있었다.




 

Hwang wook
글래드 여의도 932호



‘대도시, 거대한 호텔에 홀로 있는 남성’이라는 설명과 함께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 문득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 떠오르게 하는 이미지는 아름다운 색감을 입었음에도 텅 빈 공허와 같은 단어를 연상시켰다. “핀란드 출신 마키 카오리스 감독의 영화 스틸 컷이에요. 그 감독이 만든 영화 속 배우에겐 표정이 없거든요.” 인터뷰를 위해 황욱 감독의 방을 찾았을 때, 이미 모든 촬영을 마친 그는 상대적으로 침착한 느낌이었다. 마음을 다해 이곳에서의 시간을 차분히 누리고 있었다. “원래 여행을 좋아해서 다른 도시의 호텔에 자주 가지만, 서울에서 호텔에 묵는 건 낯선 경험이에요. 이곳에서는 시간이 좀 다르게 흐르는 느낌이에요. 밖에서는 아침, 점심, 저녁 안에서 나의 시간을 끼워 맞춘다면 여기선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겠어요. ‘오래된 것 같은데 아직 5시밖에 안 됐네.’,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이렇게 시간이 지났네.’ 작년에 장편 시나리오 작업을 위해 호텔을 제공받아 간 김에 단편을 찍고 온 적은 있지만, 이런 식의 기획은 처음이에요. 새로운 기분이었어요.” 투숙 전에 이미 시놉시스를 완성하고 준비를 마친 그는 체크인 다음 날 촬영에 착수했다. 사전에 배우의 의상까지 꼼꼼히 챙겼다. 그의 영화엔 표정 없는 두 남자가 등장한다.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한 배우가 <언컨택트>라는 책을 소개해줬어요. 학자들은 비접촉, 비대면 사회가 이미 10년 전부터 도래했다고 하더군요. ‘언컨택트’는 문법적으로는 맞지 않는 말인데, 책 제목으로 나와 하나의 단어가 된 거예요. 코로나19 때문에 가속화되어 중간 과정이 잘리고 급진적으로 지금에 이른 것뿐이죠. 영화를 통해 언컨택트 속 개인의 사회를 다뤄보려 했고, 비접촉이라는 주제를 이미지텔링해보고 싶었어요.” 영화에 등장하는 두 남자는 각자 호텔에 머물면서 레스토랑, 바, 헬스 클럽에서 계속 우연히 마주치지만 알은척하지 않는다. “혼자 있으면 표정을 잘 안 짓게 되잖아요. 표정을 누군가에게 보여줄 필요도 없고요. 혼자 있는데 표정을 짓지 않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질까? 그걸 이미지로써 메시지로 전하고 싶었어요.” 모던한 분위기에 덩그러니 놓인 텅 빈 표정의 남자들을 떠올리자 그의 두 번째 장편영화 <라이브 하드>의 이미지가 연상됐다. 오는 9월 개봉을 앞둔 흑백의 음악영화 <라이브 하드>는 무대에 서고 싶은 뮤지션의 이야기를 다룬다. 감독의 시선에서 애써 주인공을 위로하지도, 자극적인 감정을 불어넣지도 않기 위해 드라마적 갈등을 말끔히 거둬냈다. 어쩌면 심심할지도 모른다고 스스로 말하는 이 영화에서 황욱의 스타일이 묻어난다. “영화에서 모든 것을 정답까지 정하지는 말자는 게 감독으로서 제가 지키고자 하는 소신이에요. 건방지게 굴지 말자, 그 건방짐으로 영화가 도를 넘었다는 생각이 들게 하지는 말자고 늘 생각하죠.” 그럼에도 그의 흑백영화에서 색깔이 느껴지고, 한국 로케이션에서 이국의 냄새가 풍기는 이유는 뭘까. 평생을 광진구에서 살았지만 정반대인 영등포구 여의도의 호텔에서 머문 다섯 밤은 그에게 한 편의 여행이었다. “어제 촬영 끝나고 배우들과 식사하고 여의도 공원을 산책했어요. 집 근처 한강 공원이 유럽이라면, 이곳은 뉴욕 센트럴 파크 같은 느낌?(웃음) 거기에 글래드 호텔은 굉장히 모던한 느낌이라 재미있었어요. 공간도, 동선도 효율적이라 촬영하기도 좋았죠.” 비대면 사회에서 우리는 모두 표정을 잃게 될까. 적어도 황욱이 영화를 말하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미소가 절로 번지고 가슴이 벅차올랐다.






 

Chae yeojoon
비스타 워커힐 서울 1457호



“온전한 자유로움에 대한 갈망의 몸짓. 누군가는 오늘도 서울의 호텔 방에서 홀로 춤을 추고 있을지 모른다. 서울과 함께 춤을.” 채여준 감독이 시놉시스와 함께 한 페이지 가득 보낸 기획 의도의 말미가 에디터의 마음에 기나긴 메아리로 남았다. “호텔 방이라는 제한 조건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기대됩니다. 수많은 사람이 거쳐간 만큼 무수한 이야기가 담긴 공간이니 영화 소재로는 매력적이죠.” 프로젝트 참여 의사를 밝혀온 건 누구보다 빨랐다. 그리고 빼곡한 시놉시스만큼 사전 주문도 많았다. 객실이 고층이었으면 하고, 로비부터 엘리베이터 신이 꼭 필요하며, 야간에 드론을 띄우고 싶다고 간곡히 부탁했다. 룸서비스 신에 들어가는 스테이크 굽기 정도까지 세심하게 주문했다. 그가 1분 남짓한 영화를 위해 고심하는 시간이 랜선 너머로 감지되었다. 올 상반기 저예산 학원 액션물 영화 <공수도>로 한국 영화 최초로 역개봉 사례를 만든 채여준 감독은 지금 영화계가 주목하는 신예다. 저예산 영화지만 저예산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여러모로 욕심을 낸 결과로, 개연성 있는 스토리, 배우의 짜임새 있는 연기, 보는 재미가 있는 영상미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아쉽게 극장 개봉이 무산되었다가 IPTV에서의 길고 뜨거운 인기로 CGV에서 역개봉했다. 힙합 음악을 하던 시절 우연히 만든 단편영화가 스마트폰 영화제에서 수상한 뒤로 근면 성실하게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그는 역시 감독인 동생 채기준이 만드는 작품에도 각본 각색에 참여하기도 한다. 호텔에 가지 않으면 쉴 수 없을까? 남자로서 여자들의 호캉스를 이해하지 못하던 물음표로부터 영화는 출발했다.






“이런 특급 호텔처럼 프라이버시가 완벽하게 보장되는 공간이라면 밖에서는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잖아요. 타인의 시선에서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는 거죠. 한마디로 호텔 방에서의 모습이 우리 각자 내면의 진짜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표정한 사람도 실은 한껏 흥에 취해 있을 수 있고, 겉으로는 웃어도 내면은 슬픔으로 가득하기도 하고요. 인간 본연의 내면 세계를 호텔 방을 통해 보여주는 거예요.” 반전 이미지에 매료된 감독은 영화 속 주인공의 무표정과 격렬한 춤사위 사이에서 여자의 내면을 관찰한다. “정작 자신의 내면을 모르는 사람도 많잖아요. 마지막으로 제대로 쉬어본 게 언제지? 나는 무얼 하고 싶은 걸까? 광기 어릴 만큼 자유를 만끽해본 적이 있나?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거나 휴식을 취하도록 생각을 열어주고 싶어요. 서울이 어찌 보면 참 외로운 도시인데 이 영화 속 주인공에 자신을 이입해 대리 만족하면서 조금은 위로가 되면 좋겠어요.” 채여준 감독은 요즘 JTBC 스튜디오에서 방영 예정인 학원 액션 성장 드라마 작업에 한창이다. 오는 9월에 크랭크인해 내년쯤 방송할 예정. 드라마 형태가 될지, 영화 형태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만큼 그는 매체에 활짝 열려 있다. “그동안 많은 호텔에서 야경을 봤지만 비스타 워커힐 서울처럼 이 도시 서울이 손에 만져질 것 같은 밀착된 기분과, 차마 가까이 갈 수 없을 것 같은 두 가지 마음이 오묘하게 공존하는 야경은 처음 봅니다. 그리고 낮에 보는 하늘과 한강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어요. 이곳에 머문 투숙객과 시공간을 넘어 교감하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그의 눈에 담긴 객실의 창밖 풍경에서, 그가 영화에 꼭 삽입하고 싶다는 새소년의 곡 ‘심야행’ 가사가 겹쳐 보였다. 어디쯤 왔을까 우리의 밤은 / 여길까 난 가끔, 가끔 / 정말 모든 게 무서워 / 눈을 꼭 감아버려 덜컹덜컹 지나간 오늘의 언덕 / 저무는 하루 토해낸 공허함

 

 

에디터 전희란(ran@noblesse.com)
사진 신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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